고양초 앞 보행환경 개선한 ‘스마트 IoT보행로 실증사업’

시민들이 찾아낸 도시문제 IoT스마트기술로 해결
고양시정연구원·㈜아이티에스뱅크 연구 주도
차량속도 줄고 등하교길 안전 만족도 높아
이용자 욕구 반영한 ‘적정 기술’ 도입이 핵심


세계적인 도시계획가인 제인제이콥스는 안전하고 편리한 가로는 다양한 보행 활동을 유도하고 풍부한 보행활동은 다시 안전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든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 있더라도 보행이라는 매개체가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걷기 좋고 안전한 보행환경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도시의 활력을 가늠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최근 IoT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보행자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스마트 보행로’ 시스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LED바닥 경광등, 스마트 차량 알리미, 스마트 보행자 알리미 등 각종 IoT장치를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정보를 제공해 보행자 횡단사고를 방지하는 ‘스마트 보행로’는 현재 고양시 내에서는 일산 백병원 앞, 고양시청 앞(이상 건설기술연구원 개발), 고양초등학교 앞(고양시정연구원 개발)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중 고양초등학교 주변에 설치된 스마트 보행로 실증사업은 도시재생과 IoT스마트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고양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시티 리빙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보행환경 개선과 고양동 특색있는 거리 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특히 사업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서 IoT기술을 접목시킨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IoT스마트기술이 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양동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고양초 앞 8개 스마트보행시설 설치
고양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등하교 시간마다 차량이 접근하게 되면 이곳에 설치된 ‘말하는 스마트 횡단보도 알리미’에서는 “차량접근중”이라는 안내멘트와 함께 LED사인보드가 작동된다. 능동적으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하고 위험정보를 소리, 빛, LED사인 등 입체적으로 제공해 초등학생들의 차량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장치다. 차량이 접근하면 불이 들어오는 바닥경광등 또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바닥을 보는 경우가 많은 어린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시스템이다. 

인근 이면도로 교차지점에는 ‘말하는 스마트 교차로 알리미’와 ‘넛지형 제한속도 알리미’가 설치되어 있다. ‘말하는 스마트 교차로 알리미’는 차량 접근 및 출차 알림과 진입 차량의 속도를 판독해 운전자에게 과속 경보를 제공하는 장치로,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차량 간의 접촉사고는 물론 보행자와 관련된 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옆구리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의 넛지효과가 적용된 제한속도 알리미는 차량 주행속도가 30㎞를 넘을 경우 LED표시등에 화난 표정을 전달해 운전자 스스로 감속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스마트보행로 설계를 담당했던 이종선 ㈜아이티에스뱅크 대표는 “과거에는 일단 첨단기술을 만들고 거기에 이용자를 맞추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에 맞춰서 기술이 스며들게 하는 ‘적정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고양동 스마트보행로 리빙랩 사업 또한 대단한 첨단기술이 반영됐다기보다는 이용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행동패턴 등을 연구해 사고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양초등학교 주변도로에 설치된 스마트 IoT보행로 시설물은 총 8곳.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스마트 보행로 덕분에 사각지대에서 차량이 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고 운전자들도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것을 느낀다”며 “보행자 입장에서 걷기 좋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고양초등학교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통학안전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보행로 확보 등 4개 주제로 진행
고양초등학교 인근 스마트 IoT보행로 사업은 작년 ‘고양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시티 리빙랩 프로젝트’에 선정돼 고양시정연구원과 고양시 소재 기업인 ㈜아이티에스뱅크가 9000만원의 예산으로 공동 진행했다. 

김준우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은 “고양초등학교의 경우 주변 교통사고율이 높은데다가 보행로와 신호등이 마련되지 않는 등 교통환경이 열악해 대상지로 지정됐다”며 “마침 덕양구청이 이곳에 ‘특색있는 거리’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협의를 통해 도시재생과 스마트보행로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고양동 스마트보행로 사업은 크게 보행공간 확대, 지역정체성구현, IoT스마트 기술활용, 주민참여라는 4가지 주제에 따라 진행됐다.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를 위해 고양초등학교 앞 유효보도폭 1.5m이하의 보도를 오거리 중앙 녹지점까지 최대 15m까지 확장하는 한편 인근 119센터 앞 교차노선을 일방통행로로 변경했다. 또한 고양동의 역사를 반영한 고양초 앞 오방색 도로, 의주길 돌길 문양, 벽제관로 영조행차 행렬적용을 통해 특색 있는 거리를 조성했다.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이 반영된 이른바 스마트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사업 초창기부터 연구일정과 주민참여일정을 병행해 추진했으며 2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개선시급구간과 주요 개선방안들을 분석했다. 당시 개선방안요구에 따르면 보행공간 확보가 가장 높은 응답(100건)을 차지했으며 스마트 안전시설물 설치(81건), 차량속도 감속유도(71건)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고양초등학교 앞 스마트 IoT 보행로 프로젝트 추진 전략 모델

김준우 연구위원은 “스마트리빙랩사업은 특성상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점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진행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직접 문제점을 발굴하고 의견도 모아주는 과정이 있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부모간담회와 관계자 사전협의, 주민참여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이뤄졌으며 마지막 주민간담회에는 무려 200명의 주민이 참석하기도 했다. 

적극적 주민참여 모범사례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어떠했을까. 사업시행 3개월 뒤 이곳 차량통과 속도를 분석해본 결과 설치 전 37.275㎞/h에서 설치 후 29.839㎞/h로 평균속도 감속효과가 나타났다. 아울러 고양동 주민 3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스마트 보행로 시설물 중 횡단보도 알리미는 268명, 교차로 알리미는 247명의 응답자가 각각 도움이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고양초등학교 앞 스마트IOT실증사업 주민참여 모습

지용원 고양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처음에는 돈만 들어가는 전시행정이 아닐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운영해본 결과 스마트보행로 덕분에 사고도 줄어든 것 같고 학생들의 등하교길도 안전해진 것 같다. 특히 새벽이나 늦은 시간대에 어두웠던 거리도 밝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종선 대표는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수요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확산돼 주민 눈높이에 맞는 예산사업으로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준우 연구위원은 “고양동 스마트보행로 리빙랩 사업의 추진과정은 타 지자체에도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번 경우처럼 시민들이 발굴하는 문제점을 스마트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바텀업(bottom-up)방식의 모델이 확산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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