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진 ‘장단DMZ현대농원’ 대표

[고양신문] “몽골에서 추위를 피해 임진강변으로 날아와 월동하는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면서 남다른 보람을 쌓고 있습니다.”

박병진(63세, 덕양구 능곡동) 장단DMZ현대농원 대표는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DMZ지역인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2700여 평에서 고구마, 참깨, 고추, 땅콩, 장단콩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밭농사뿐 아니라 1만2000평에 이르는 산 관리와 7000평 규모의 논농사도 그의 몫이다. 규모가 커 논농사는 인근 주민의 도움을 받고 있다. 

농번기 때는 이른 아침 능곡에서 출발해 통일대교에서 출입신고를 한 후 농장으로 가서 농사를 짓곤 한다. 그러다 겨울철과 설날에 조상묘 참배를 갔다가 머리 위를 수백 마리 독수리들이 마치 ‘먹을 것이 없나’ 하면서 빙빙 도는 것을 봤다.

박 대표는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했는데 겨울이라 독수리들이 먹을 게 부족할 거 같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그 무렵 몇 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임진강 생태학교 노영대 교장과 인사를 나누게 됐고, 생태학교 회원들과 함께 독수리 먹이주기 행사를 지난해부터 함께 하게 됐다. 독수리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6ㆍ25전쟁의 포성이 멈춘 뒤 농사짓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생태계가 잘 보존된 장단반도 거곡리와 마정리의 독수리 월동지역이다.

박 대표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로 지정된 독수리는 매년 10월경 우리나라에 와서 이듬해 3월에 번식지인 몽골로 가는 겨울철새”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독수리 가운데 덩치가 가장 커 몸무게가 9㎏이 넘고 몸길이만 약 1m, 날개를 펴면 3m나 된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취재차 찾아갔을 때는 이미 모두 몽골로 날아간 듯 들판이 텅 비어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왔다. 미세먼지 없는 임진강변 장단반도의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한참 동안 빙빙 돌면서 용맹하고 웅장한 자태를 보여줬다.

박 대표와 환경단체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닭 30마리, 통돼지 2마리를 오전에 월동지역에 던져준 후 3㎞ 이동해 장산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본다. 그는 “처음엔 까치가 먼저 와서 먹고, 1시간쯤 후에 독수리들이 와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독수리는 직접 사냥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동물의 사체만 먹기 때문에 ‘자연의 청소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독수리를 비롯해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까지 4종은 국내에서 매우 희귀한 종일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도 사라져가고 있어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종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박병진 대표는 서울현대자동차에서 33년 근무하고 2017년 12월 말에 정년퇴임을 했다. 파주 장단콩축제 때는 직접 농사한 것을 판매도 하고, 농사일에 전문성을 기르고자 지난해 고양시 벤처농업대학(약초반)을 수료했다. 올해는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3학년에 편입했고, 농협대 최고경영자과정(관광농업과)에도 입학했다.

또한 파주농업기술센터 유기농, 스마트농업, 도시농업, 강소농교육 등을 받고 있으며, 시간을 나눠 각종 교육을 통해 정보를 부지런히 쌓고 있다. 고양시 산림조합과 지도농협 조합원, 파주농업기술센터 융복합산업연구회 부회장, 사)전국농업기술자협회 평생회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수리의 힘찬 날개짓을 볼 수 있는 겨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는 박병진 대표는 ''DMZ왕래가 자유로워지는 그날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 부지런히 학습한 것을 토대로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캠프그리브스’ 체험관과 연계해 특별한 관광농원을 설계할 계획이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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