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잇다' & 뮤직바 '블루 트레인'

[고양신문] 흔히 접하기 힘든 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마음을 달래고 싶은 날, 혼자서, 혹은 여럿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인테리어와 분위기, 음악도 최신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다.
듣고 싶은 음악과 적당한 알코올 한 잔이 생각날 때는 뮤직바도 좋겠다. 주엽역 3번 출구 앞 건물 2층에 위치한 찻집 ‘잇다’와 그 옆 뮤직바 ‘블루 트레인’이 그런 곳이다


사람과 사람 이어주는 동네 사랑방
찻집 ‘잇다’
 

차를 내리고 있는 김미경 대표

녹차부터 보이차까지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지인의 소개로 찻집 ‘잇다(it茶)’를 찾았다. 잇다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뜻을 담았다. 이곳에 오면 나이나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지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기자가 처음 찾은 날도 그랬다. 팽주(烹主, 차를 내 주는 사람) 김미경 대표를 중심으로 단골들이 차를 마시고 있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가지 차를 맛 봤다.


“다양한 차가 있지만 새순이 올라오는 봄에는 특히 백차가 어울린다”며 김 대표가 차를 내준다. 물을 끓여 정성껏 차를 내리는 팽주를 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다. 작은 찻잔에 따라주는 차는 푸릇하면서도 아기 살 냄새가 살짝 나는 듯하다. 한 모금 마시니 순하고 부드럽다.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두 번, 세 번, 여러 번 우려낼수록 색과 맛이 짙어진다.


“차도 인생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봄에 나는 차는 어린 시절의 맛이고, 발효차는 살짝 청년기, 홍차는 중년의 맛이랄까, 농후한 맛이 나죠. 보이차는 노년의 맛이 나더라구요. 손님들께 그 순서대로 차를 내 드리고 있어요.”
 

연녹색의 백차와 알록달록한 떡

 
차는 수백, 수천 가지가 있다. 계절과 날씨, 그날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차를 선택해야 한다. 각자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녹차, 홍차, 보이차 등 단품으로 선택해 마실 수 있다. 혹은 1만5000원에 팽주와 함께 2~3시간 정도 차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한 다식을 곁들여 3~4가지 차를 맛보고 시음할 수 있다. 차를 우려낸 차 잎도 보고, 연녹색으로 시작해 푹 익은 노차들까지 음미할 수 있다. 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차가웠던 몸이 훈훈해진다.

김 대표는 차가 좋아 공부를 시작했다. 이어 불교, 도자기, 전통예절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웠다. 차를 알게 된 지 15년이 됐지만 지금도 차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매장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휴정제’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김 대표는 한국 다도를 가르치는 차례문화원도 함께 운영 중이다. ‘고요히 쉬는 공간, 깊이 쉬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다양한 소품으로 꾸며진 다실 내부


크게 3곳으로 구분되는 다실 내부는 그가 15년 동안 모은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테이블과 공간 곳곳에 멋스러운 생화들도 놓여 있다. 곳곳에서 섬세한 주인장의 손길이 묻어난다. 차에 맞게 사용하는 다관과 다기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청소년들이 카페 대신 이런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 보시기를 바라요. 서로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고, 예를 갖출 수 있어서 좋거든요.”


누구든 이곳에 들어오면 잠시 쉼표 하나를 찍고 갈 수 있다. 덕분에 사랑방처럼 이용하는 단골들이 많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너무 대접받고 간다. 오랜만에 잘 쉬고 간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이곳을 차뿐 아니라 도기나 목기, 그림도 보고,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종합예술공간이라고 말한다. 이곳의 지휘자인 그의 지휘에 따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

주소 : 일산서구 주화로 70, 우신프라자 210호
(일요일 휴무, 낮 12시~ 오후 8시 운영)

 

정성이 깃들어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
찻집 '잇다' 김미경 대표

------------------------------------------------

듣고 싶은 음악 마음껏 듣는
뮤직바 ‘블루 트레인’
 

4용 테이블들이 놓여 있는 안쪽 공간 뒤로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뮤직바 ‘블루 트레인’. 매장에 들어서면 다른 LP바들과 달리 널찍하고 깨끗하다. 커다란 스피커가 양쪽에 놓여 있고,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온다. LP판이 진열된 앞쪽으로 바가 길게 이어져 있다. 주인장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안쪽에 4인용 테이블도 있어 여러 명이 와도 편하다.


매장 양쪽 면이 유리로 돼 있어 경치가 좋다.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푸른 잎이 나오면 더 멋진 공간이 연출될 것이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또 다른 운치가 있다.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창가에도 바처럼 좌석을 만들었다. 최대 40명 정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록 가수로 장식된 내부 벽면

 
이곳 주인장 이승준씨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음반을 수집했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뮤직바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그는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2년 넘게 준비한 후에 뮤직바를 시작했다. 상호 블루 트레인은 그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의 명반에서 따왔다.

 
매장에 있는 LP판은 CD를 포함해 총 5000장이 넘는다. 유튜브를 음원 삼아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이나 앨범 재킷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녀노소, 20대 이상 전 연령층이 올 수 있는 곳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장르나 시대구분 없이 좋은 음악은 다 들을 수 있다. 단 클래식과 트로트는 틀지 않는다.
주종도 맥주에서 위스키, 와인, 칵테일까지 대부분 취급한다. 특히 맥주는 맛 좋기로 유명한 ‘플레이 그라운드’의 수제맥주를 들여놨다.

음악바여서 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스테레오 감을 느낄 수 있도록 스피커를 좌우로 배치했다. 이 스피커는 시중에서 보기 힘든 제이비엘 4345 모델이다. 오디오는 네임이라는 영국제 앰프와 CD 플레이어를, 앰프는 국산 올릭 브랜드를 쓰고 있다. 이 기기들이 어우러져 록이나 재즈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생생히 재생해 준다. LP는 영국과 일본의 초판본들이 많고 록, 재즈, 블루스 음반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5감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다이나믹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청각이라고 해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청각적 기쁨을 맛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무척 행복합니다. 조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와 다르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사람들과 벽을 허물 수 있어서 좋아요.”


손님들 중에는 장시간 머물다 가는 사람도 종종 있고, 음악 잘 듣고 간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 이 대표는 기분이 좋다. 그래서 이곳을 “단순히 술을 파는 곳보다는 감성을 파는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어한다. ‘이곳은 뮤직바이므로 9시 이후에는 소리 큰 것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인 메뉴판도 재미있다. 세트메뉴가 있어 다른 곳보다 부담 없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홀로 찾아도 좋고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라도 좋다. 오디오나 음악 마니아들이라면 새로운 단골집에 추가해도 좋겠다.

주소 일산서구 주화로 70, 우신프라자 207호
(연중무휴, 오후 6시 ~ 새벽 2시 운영)

 

길게 이어진 바

 

뮤직바 '블루 트레인'의 이승준 대표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