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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직은 패션 디자이너, 이제 막 그 세계의 문을 살짝 열었죠”패션의 수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재효 패션 디자이너
  • 권구영 기자
  • 승인 2019.04.06 08:39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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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바로 유학 떠나
힘든 과정 이겨낸 힘은 ‘열정’
교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인턴 경력 살려 취업에 성공

 

약 1년 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학생들만 완성된 의상을 선보이는 AAU 졸업 패션쇼를 마치고 모델과 기념촬영을 한 이재효씨(사진 가장 오른쪽)

 

[고양신문] 네 살 때 아버님의 본가인 일산으로 이사 온 이재효씨는 주엽초-대화중-대진고를 졸업한 후 한성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며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공군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후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겪어야만 했던 애환도 많았다. 시애틀 도착 후 첫 일주일은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어려웠고, 뉴스에서 본 총기 사고가 떠올라 불안하기만 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세계 패션의 수도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게 됐는지, 또 해외 유학이나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재효씨.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된 계기는.  
요즘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이루고자하는 꿈은 무엇인지 몰라서 고민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운 좋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패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었다. 부모님의 믿음과 지원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며 미대 실기를 준비했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을 이루고자 한성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고,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 뽑혀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패션에 대해 공부하고 활동하다보니 ‘패션 디자이너가 역시 나의 천직’이라는 확신을 굳히게 됐다. 더 큰 세상에 가서 공부하며 일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마침내 미국유학까지 결심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한 후 편입한 이유는.
막상 유학을 가려고 보니 일반 대학에 입학하기에는 영어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미국 예술대학 학비의 부담도 너무 컸다. 그래서 대학교보다는 학비가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하며 언어 능력을 키운 후 예술대학으로 편입하는 길을 선택했다. 

1년 동안 토플 공부를 한 후 시애틀에 있는 애드먼드 칼리지(Edmonds Community College)로 유학을 떠났다. 1년 반 동안 그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 편입에 성공했다. 편입 이후 언어나 생활면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는 학비도 2000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점은 학비가 저렴하고 미국 전국 곳곳에 많이 있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입학이 비교적 쉽고 한 도시에도 여러 개의 칼리지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기만 하면 자신에게 적합한 학교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내 경우에서 보듯 충분치 않은 영어실력과 부담스러운 학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징검다리도 될 수 있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사실 내가 다닌 AAU는 손에 꼽힐만한 명문대학은 아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겐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현직에서 활동했던 교수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주엽초등학교 입학식날 가족과 함께.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졸업 패션쇼다.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 패션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약 1년 간 몇 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학생들만 완성된 의상을 선보일 수 있는데 다행해 최종 심사까지 합격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최종 심사에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제의 참신함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유학생활 중 느꼈던 가족, 한국에 대한 향수병을 주제로 했는데 옛날 가족사진, 한국의 기와집과 한복 등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 될 수 있었다.   

 

이재효씨는 AAU 졸업 패션쇼에서 '향수'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다.

 

런웨이(runway)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한 노하우가 있나.
미국에서 취직을 하려면 먼저 미국 역시 학연이나 지연이 중요한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전공 교수와 평소에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학생일수록 교수 추천으로 취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나도 학창시절 내내 교수님들 사무실을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러면서 친해진 교수님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특히 나를 눈여겨본 불가리아 출신 키릴 히리스토브 교수는 회화 교수였는데 불가리아에서 전시가 있을 때 도와드리기도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방학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은 흔히 방학이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곤 하는데 오히려 그 시간에 미국에서 인턴 경력을 쌓는 것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 미국 회사들도 한국처럼 경력직을 우대하기 때문이다. 인턴십 경력이 없는 친구들은 미국 학생이라 할지라도 졸업 후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도 인턴십을 위해 수많은 회사를 알아봤고 비즈니스 우먼룩으로 유명한 Tahari ASL이라는 브랜드에서 인턴십 기회를 얻게 됐다. 이때 인턴십 경험 덕분에 졸업 후 바로 스카웃이 돼 지금은 정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의 천직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문을 이제 막 살짝 열었을 뿐이다. 

멋있어 보인다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패션 디자이너는 겉보기와 달리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정말 힘든 직업이다. TV나 인터넷으로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막연히 멀리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대다수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체력적으로 힘들더라도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꾸준히 일하다 보면 성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팅 모습

 

설혹 패션디자인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패션 스타일리스트, 패션 저널리스트, 패션 머천다이징, 주얼리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길이 있으니 중도에 포기하기 보다는 천천히 자신이 세운 목표에 맞게 분야를 세분화해서 진로를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해외 유학을 떠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홀로 낯선 이국땅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이다. 문득문득 외로울 때가 굉장히 많다.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유학을 하는 만큼 처음에는 아무리 외롭더라도 한국인 친구들보다는 이왕이면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생활하는 것이 좋다. 현지인 친구도 좋고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 온 아시아 친구들이어도 괜찮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같은 문화권이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유학생이니까 공부가 중요하다며 집이나 학교에서 오로지 책에만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특히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할 것을 권한다. 세상을 보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고 그 나라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AAU 졸업 패션쇼를 마친 후 동료들과.

 

권구영 기자  nszone@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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