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가 운영하는 유통업체에서 약 2개월간 배송업무를 하다 퇴사한 A는 고용노동부에 B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일자별 출퇴근 시각이 적혀있는 출퇴근 기록카드 사본을 입증자료로 제출하고, A4용지 한 가득 적혀있는 숫자는 출근시각인 오전 9시 보다 일찍 출근한 시간을 분단위로 환산한 금액이었다. 

-10월 1일 : 41분(5,145원), -10월 2일 : 34분(4,267원), -10월 4일 : 44분(5,522원), ... -10월 31일 : 35분(4,392원), 10월 합계 121,352원×1.5(연장근무 1.5배 가산)=189,797원. 이렇게 2개월 남짓 산정된 금액이 약 36만원이다. 

물론 배송업무가 일찍 끝나고 퇴근한 날도 가끔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의 금액을 공제하지는 않았다. B가 제출한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은 09:00 ~ 18:00로 기재되어 있었지만, 본 사안에서는 실제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기 시작한 시각이 언제인지가 문제된 경우이므로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B는 A가 맡은 배송업무를 시작하는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며, 설령 일찍 출근하였더라도 그것은 업무를 위한 준비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는 일찍 출근하여 자신의 노동력을 B의 처분가능 영역에 두고 사용자의 지배·관리아래 대기하고 있었던 시간도 근로시간이라고 강변했다. 

이렇게 근로계약서가 있음에도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만일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구두로 계약된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1일 8시간이 넘는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이 급여에 이미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 시급제 근로자의 시급에 주 1회 유급휴일에 대한 보상인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 ... 

위에 열거된 사안에 대해 당사자 간 구두 합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계약 당시 정해진 근로조건에 대하여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다면,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이념상 사용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계약서라는 것이 생활관계를 법률관계로 변화시키는 매개체라는 이유로, 동양적 정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낯간지러운 측면도 없지 않아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는 사업주도 많다. 하지만 직원의 근로조건 등 근로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작성해 놓는다면 노무관리상 불확실성을 해소함은 물론 장래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함으로써 사업 발전의 든든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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