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총액 14억원 초라한 수준, 지역 문화예술계 반발

▲ 고양시가 운영하고 있는 아람미술관. 미술관은 아람누리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사진=고양문화재단>

단독건물 없이 아람미술관 확장
사업비 총액 14억원 초라한 수준
지역 문화예술계 반발


[고양신문] 이재준 시장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시립미술관 건립 약속을 전면 축소했다. 시는 공약 사업을 축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공약 폐기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12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사업은 ‘시민 친화적 미술플랫폼 구축’이란 이름으로 사업명이 완전히 변경됐다. 이재준 시장 취임 직후 당초 목표는 말 그대로 시립미술관을 건립해 개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미술관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업명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업의 질을 결정짓는 예산지원도 3년간 14억원으로 터무니없게 적은 금액을 책정해 놨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작년 12월에 이런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고양미협 등 지역 미술계 인사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재덕 고양미협 수석부회장은 “시립미술관 공약이 축소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시민배심원이라는 형태를 빌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약을 수정했다’고 시는 설명하고 있는데, 공약을 제안한 당사자들의 의견은 한 번도 듣지 않고 이런 결정이 이뤄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시민들의 제안으로 공약이 축소됐다고 볼 수도 없다. 12월 당시 조정된 공약들은 이미 해당부서에서 축소·수정한 사업안을 토대로 시민배심원들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수준이었다. 무작위로 선발된 40명의 시민들은 분과별로 나뉘어 공약을 체크했는데, 문화사업과 관련된 분과는 고작 6~7명 정도가 시민배심원으로 참여해 관련부서의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 전부였다. 수백억원이 지원돼야 할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해당부서의 의견으로 이미 대폭 축소됐고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6~7명이 동의하면서 사업이 전면 수정된 것이다.

시립미술관 소관 부서인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올해 초 조직개편에 따라 새로 온 사람들로, 이전에 왜 사업이 축소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와 구체적인 사업의 세부내용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가 공약을 축소해 진행하려는 ‘시민 친화적 미술플랫폼 구축’ 사업은 단순히 아람미술관(아람누리)의 공간을 확장한다는 개념 외에는 별다를 게 없다.

실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행해야 할 해당 담당부서 과장과 팀장은 아직 업무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사업계획에 대한 확신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의 성격이 어떻게 될지, 무엇보다 예상되는 전체 연면적이 얼마가 될지 등 기본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단지 ‘시립미술관 건립은 하지 않고, 공간 리모델링 사업비가 3년간 14억원이다’라고만 밝히고 있다.

김재덕 고양미협 부회장은 “사업을 손에 쥐고 이끌어야 할 실무자가 사업 내용을 설명 못하는 수준이라면 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뻔하다”며 “현재 추진하려는 미술플랫폼 구축사업도 공약을 축소·추진하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것 같다. 시립미술관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거라면 지금 추진하려는 사업도 예산만 낭비될 뿐이다.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시는 공약이 축소된 이유에 대해 미술관 부지매입과 신축 등에 4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기존 건물을 보강해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문화도시에 걸맞는 수준의 미술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사업비가 조금 더 확보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고양문화재단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사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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