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이정모, 사월의책)

과학책 77권의 가치와 매력 소개
지식과 독자 연결하는 흥미진진한 안내서

집필·출판부터 서평·일러스트까지
절친한 고양시 이웃들의 합작품

 


[고양신문] 나름 독서가를 자처하는 이라도 ‘과학책’ 분야의 안목을 제대로 갖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뭉뚱그려 ‘과학’이라고 부르지만, 우선 화학·물리학·수학·천문학·생물학 등 분야가 너무도 넓고 다양하다. 깊이는 또 어떤가. 전문 용어 몇 개가 연속으로 등장하면 이내 발목이라도 잡힌 듯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지만 ‘과학’이라는 낯선 대륙을 찾아가는 길은 복잡하고 험난하다.

하지만 잘 만든 지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길의 갈래를 꼼꼼히 그려 넣고, 갈림길마다 친절한 이정표를 박아 넣은, 게다가 지나는 길에 들를 수 있는 재미난 나들이 포인트까지 짚어 준 지도라면 문자 여행자들의 방랑욕구를 일깨우고도 남지 않을까.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과학서평을 모은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사월의책 刊)이 바로 그 지도다. 수많은 과학분야의 책 중 어떤 책이 무엇을 다루고 있고, 어떤 매력과 가치가 있는지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80여 권의 책을 소개고 있는데, 꼭지마다 책의 매력을 집약한 정보와 저자 특유의 웃음코드가 담겨 지적 쾌감과 독서의 즐거움을 한 묶음으로 선물해준다. 한 마디로 독서하는 도중 책 제목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뒤에 생각보다 재밌네요, 좀 더 알고 싶어지네요, 등의 댓글을 수시로 달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쉽고 재밌고 유익한 생활밀착형 과학서평집’이라는 출판사의 소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손꼽히는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의 저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사진제공=사월의책>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거쳐 지금은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학문과 대중을 연결하는 과학계 최고의 글쟁이이자 서평가다. 수염 투성이의 개성 만점 외모, 장난기 가득한 눈빛, 지식과 생활유머를 조합하는 탁월한 언어감각까지, 그가 지니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밑바탕을 어마어마한 독서량과 성실한 자료정리 습관이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여실히 증명해준다.

책은 여섯 개의 테마를 따라 과학의 여러 영역을 탐험한다. 비교적 대중적인 교양과학서를 소개하고 있는 1부 ‘지금 놀러갑니다, 과학속으로’는 제목처럼 과학나들이를 떠나는 워밍업에 해당한다. 이어 2부 ‘모든 것은 진화한다’에서는 생명과 진화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3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우주 하나씩은 필요하다’는 물리와 화학, 천문학 분야 저서들을 모았다. 4부 ‘인간은 외롭지 않다’는 인류사와 빅히스토리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이어 5부 ‘과학자는 실패하는 사람’과 6부 ‘우리 안에 과학 있다’를 통해 과학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얼굴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블랙홀 교향곡』이라는 책을 소개한 글에서 ‘많은 과학책들은 빨리 무식에서 벗어나라고 독촉한다. 그런데 이 책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라고 윽박지르는 대신 예쁜 주일학교 선생님의 모습으로 손을 잡고 끌어준다’고 적고 있다. 이 문장에 마음 따뜻한 코미디언, 친절한 옆집 삼촌 등을 보태서 이정모 관장에게 고스란히 돌려줘도 합당하다.

고양시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친근한 이웃들의 합작품이라는 의미 하나를 보태야 한다. 저자 이정모 관장, 책을 만든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 추천사를 쓴 이권우 도서평론가, 그리고 경쾌한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김병민 작가는 모두 고양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를 펴낸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이정모 관장은 책 서문에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책날개 추천사에서 서로를 향한 뜨거운 친밀감과 존중을 주고받는다. 안희곤 대표와 이정모 관장은 둘 다 털보 외모의 소유자라 함께 있으면 더더욱 친해 보인다. 김병민 작가는 과학저술과 그림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형 창작자다. 지역의 문화생태계 구축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4인방이 동네 어딘가에서 뭉친 훈훈한 술자리에서 이렇게 건배사를 외칠 것만 같다. “과학의 즐거움과 이웃의 우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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