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하수처리장 방류수 때문” 서울시 “어민 주장 근거 없어”

행주어촌계 어민들이 잡은 등 굽은 기형물고기 모습. 어민들은 최근 5년간 이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행주어촌계>

 

등이 굽거나 피부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하고 눈이 튀어나온 물고기들. 최근 한강하구에서 잡히는 기형물고기들의 모습이다. 연간 어획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봄철 성어기를 맞았지만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행주어촌계 어민의 상당수는 일손을 놓고 있다.

박찬수 전 행주어촌계장은 “요즘 한강하구에서 붕어·잉어·숭어 같은 물고기를 10마리 잡으면 그 중 2마리는 기형물고기”라며 “5년 전부터 조금씩 나타나더니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끈벌레, 녹조현상에 이어 한강하구에 기형물고기 출현이라는 생태계교란현상이 확산되면서 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찬수 전 계장은 “몇 년 전부터 신종유해생물인 끈벌레가 급격히 증가하는 바람에 어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었던 실뱀장어들이 죄다 폐사하는 상황”이라며 “12년 전만해도 봄철 어촌계 실뱀장어 어획량이 200㎏ 정도였는데 지금은 10㎏ 미만으로 줄어들 만큼 심각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 와중에 기형물고기까지 증가하는 바람에 올봄 어민들 절반 이상이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어업활동을 중단한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민들은 이 같은 한강생태계 교란현상의 원인으로 수년 전부터 서울시 하수처리장을 지목해왔다. 심화식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런 현상은 가양대교~행주대교~김포대교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 구간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난지·서남 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방류수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로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3년 전부터 수차례의 선상시위를 통해 서울시와 국회에 한강 수질오염 방지대책을 요구했으며 2016년 11월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남물재생센터 위탁업체 대표 등이 하수 무단방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현재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하수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농도 기준치 이내로 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형물고기와는 연관성이 없으며 어민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고양시는 2016년 8월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총 5억원의 예산(고양시 4억원, 경기도 1억원)으로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 지역에서 잡히는 물고기에서 합성 머스크 화합물인 ‘머스크 케톤(화장품 및 화학 위생용품 성분)’이 발견됐으며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도 같은 물질이 검출돼 한강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방류수로 인한 어민피해 연관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한강생태계교란에 의한 어획량 감소로 약 49억원의 어업피해금액이 발생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정작 어업피해를 유발시킨 책임주체와 원인규명에 대해 명확히 다루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연구용역이라는 어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심화식 비대위원장은 “물고기 화장품 냄새로 인한 어업피해, 초기우수오염으로 인한 어업피해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관련법에 없거나 법적 한도 내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로 책임주체인 서울시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당초 용역목적이었던 원인규명과 피해대책수립 내용이 빠져있는 이번 보고서는 엉터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상대책위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월 연구주체인 인하대를 검찰에 고발했으며 이후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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