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 <안희철 사회복지학 박사>

[고양신문] 정신질환 환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살피는 것이 옳은지는 최근 의료계 내에서도 전문가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진주 조현병 사건’ 이후 여론은 단순해졌다. 평소에는 애써 무관심했던, 또는 피하고 싶었던 정신질환 환자였지만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정신질환자는 강제로라도 입원치료를 시키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이렇게 여론은 단순해졌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치료방식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강력사건으로 조현병 등 정실질환 환자에 대한 관심이 안 좋은 방향으로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대중들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결국에는 잘못된 정책을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가질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무엇이 있는지, 올바른 정책방향은 무엇인지 전문가에게 물었다.

 

안희철 사회복지학 박사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인터뷰 = 안희철 사회복지학 박사>

고양지역 정신요양시설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는 안희철 박사. 그는 정신질환자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인식전환, ‘나도 언제든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만 그들을 분리해서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 박사는 “정신질환자를 사회적 소수자로 치부하고 고립시키고 차별하는 순간 이미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병, 정신질환, 정신장애 등 용어자체가 헷갈린다.

용어를 잘못 이해해서 오는 편견도 있다. 정신적 장애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면 자폐증, 지적장애, 정신장애로 나눌 수 있다. 보통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발생해 유아기 때 확인되는 ‘자폐’와 ‘지적장애’는 ‘정신질환 환자’와는 구분된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발병해서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 환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신분열인데, 2011년부터는 ‘정신분열’이란 말이 사회적 편견을 가져온다며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대체됐다. 정신질환에는 조현병 외에도 우울증, 불안·강박·식이장애, 중독, 스트레스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가벼운 질환도 포함된다.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뭐가 있을까.

‘드물고 희귀한 병’, ‘언제나 제정신이 아니다’, ‘항상 난폭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불치병이다’, ‘약물치료는 위험하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위에 나열한 모든 것이 잘못된 편견이다. 가장 잘못된 것 중 하나가 정신질환자와 나를 완전히 분리하려는 경향이다. 하지만 정신질환 치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WHO(세계보건기구) 연례보고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25%에 달한다. 평생 동안 4명 중 1명은 치료를 요하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실제로 낮다. 통계적으로 정신질환자를 강력범죄의 잠재적 위험인자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정신질환이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로 낙인된 순간 사회적 활동이 어렵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 낙인효과로 인해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것이 악순환이 되면서 환자는 물론 주변인까지 힘들게 된다.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다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곳에서 먼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전화상담이 가능하다. 정신의학과는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스스로, 스스럼없이, 자주’ 정신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매우 기본적인 것이다. 성인병처럼 일반적인 병으로 생각하고 매일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요즘 중증환자에 대한 입원치료가 강제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여기에는 의료계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진주사건 피의자과 같은 중증환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입원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입원치료를 활성화하는 방안보다는 ‘지역사회 보호체계’를 통한 치료가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환자를 격리하지 않고 통원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입원시설을 전면 폐쇄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지역사회 보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고양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그런 곳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건강문제의 모든 위기관리를 ‘강제입원’으로 귀착시킨다면 환자들의 고립과 은둔, 배제는 더욱 강화되고 편견 또한 심해질 것이다. 시설치료에 집중된 예산을 센터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위기쉼터’ 등의 서비스를 확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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