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아침저녁으로 먼지가 끼어 흐릿한 거울을 보며 얼굴을 가다듬는 거사가 있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한 사람이 왜 거울을 닦지 않고 그냥 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거사는 “거울이 밝은 것은 잘생긴 사람은 좋아하지만 못생긴 사람은 싫어합니다. 그러나 잘생긴 사람은 적고 못생긴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만일 한 번 보면 반드시 깨뜨려서 부셔버리고야 말 것이니, 먼지에 흐려진 것만 못합니다.”고 하였다.

그리고 “옛날부터 거울을 보는 법은 그 맑은 것을 취해서 보나, 내가 거울을 보는 법은 그 흐린 것을 취해서 봅니다.(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東文選』李奎報 著 <鏡設>”고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위의 이야기는 마음거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위의 거사처럼 밝은 거울 싫어하는 사람들을 지금도 간혹 볼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설령 거울을 흐리게 만들어 놓더라도, 자신의 추한 모습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밝은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밝은 거울 들여다보는 것을 싫어하지 말자. 그래야 자기의 때를 지울 수 있다.
<김백호·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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