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무더기로 매달린 때죽나무 열매. <사진=김윤용>

[고양신문] 세상이 온통 마약 이야기로 들끓고 있습니다. 버닝썬 폭행 사건으로 시작해 성폭력으로, 마약 복용으로 진화하고 있군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또는 승리 게이트. 팩트 체크를 해내기에 참 어려운 사안입니다. 폭행, 비자금 조성, 경찰 유착, 마약 복용, 성폭행, 불법 동영상 촬영과 게시, 조세 회피…. 버닝썬이란 클럽 이름 그대로 ‘불타는 태양’처럼 뜨겁게 번지고 있습니다.

“한 뚝배기 할래예.” 경상도 사투리를 한국인보다 더 그럴싸하게 했던 귀화인 하일 씨도 마약 복용으로 구속되었군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는 박유천 씨를 거론했고, 박 씨는 마약 복용을 부인하다 결국 시인하고 말았군요. 마약 복마전이 점입가경입니다.

한때 대중음악계에 대마초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적도 있지만 이번처럼 지속적으로 마약 복용자들이 드러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었군요. 성형수술을 할 때 마취제로 이용한다는 프로포폴 사건은 새발의 피입니다.

며칠 전 호수공원을 걷고 일산동부경찰서 앞을 지나며 보니 ‘마약류 투약자 특별 자진 신고 기간’이란 펼침막이 보이더군요. 1도 신경쓰지 않았던 마약이 갑자기 제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습니다.

때죽나무가 있습니다. 물고기를 마취시켜 떼로 죽이는 나무여서 떼죽나무였다가 때죽나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또는 때를 빼주는 나무여서 때죽나무란 이름이 왔다고 해석하는 분도 있습니다. 꽃이 쪽동백나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쪽동백나무의 강원 방언인 ‘때쪽나무’로 불리던 것이 변한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종 모양을 닮은 때죽나무 하얀 꽃. <사진=김윤용>


때죽나무는 하얀 꽃이 아래를 향해 피는 나무입니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매끈합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타원형입니다. 종 모양과 닮은 흰색 꽃은 가지 끝에서 대여섯 개씩 핍니다. 꽃향기가 아주 강해 벌 등 곤충들이 많이 모입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만나기 어려운 꿀이지만, 때죽나무에서 꿀을 채취하는 양봉업자도 있습니다. 꽃잎 끝은 깊게 5갈래로 갈라집니다.
열매는 가을에 백색으로 익습니다. 씨는 1센티미터쯤 되는 타원형이며 나무 열매에는 기름 성분이 많아 옛날에는 비누 대용으로도 썼다고 합니다. 또 등잔기름이나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열매와 잎에는 약한 독성분이 있어 짓이겨 고인 물에 풀면 작은 물고기가 기절합니다. 꽃에는 바나나처럼 생긴 벌레집이 생깁니다. 영어 이름은 스노우벨(Snowbell). 때죽나무과 잎떨어지는 중간키나무입니다. 키는 10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때죽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짙으며 공해에도 강해 지금은 공원수 등으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열매로 착각하기 쉬운 때죽나무 벌레집(충영). <사진=김윤용>

 호수공원 고양꽃전시관 화단에 때죽나무 두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정발초등학교 옆 마두공원, 일산동구청에서 정발중학교 가는 길 건너편 녹지대 등에서 때죽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시 ‘사려니숲길’에서 때죽나무 꽃을 이렇게 그리고 있군요.

“종처럼 생긴 때죽나무 꽃들이/ 오리 십리 줄지어 서서/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 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저는 매일 마약을 합니다. 중독자입니다. 약물에 의존하는 마약이 아니라 의사가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마약입니다. 나라에서도 권장하는 것입니다. 중독될 수 있지만, 중독될수록 우리 몸에 더 좋습니다. 한때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것을 잊고 삽니다. 바로 걷기입니다.

 

 

때죽나무보다 훨씬 풍성하게 피는 쪽동백나무 꽃.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와 달리 큰키나무이다.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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