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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군 전역하는 날, 아내가 첫 전시회를 열었어요”'새로운 동행' 시작하는 박주영·강경숙 부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9.05.03 18:46
  • 호수 1418
  • 댓글 1

남편 군 생활 마치고 새 일 시작
아내는 화가로서 첫 개인전 열어

 

31년 군 생활을 마무리한 박주영 중령과 같은 날 첫 전시회를 열며 화가의 꿈을 이룬 아내 강경숙씨.

 

고양아람누리 갤러리 누리2관에서 지난달 30일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31년 2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9사단 정훈공보참모 박주영 중령의 전역과, 군인의 아내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가로서의 꿈을 이룬 강경숙 화가의 첫 개인전 ‘길에 서다, 동행’ 오프닝을 함께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것. 커다란 전시장에 들어서니 수국,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들꽃과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들 30여 점이 빼곡히 걸려있다.

화사하면서도 순수한 화가의 모습을 닮은 듯, 보는 이의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림들이다. 오프닝에는 고양미술협회 김재덕 수석부회장, 행주일요화가회 이명숙 회장, 대구에서 동락외양간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희열 작가 등 많은 하객들이 참석해 부부를 축하했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계속된다.

이날 오전 별도의 전역식 행사를 한 박주영 씨. 전역을 하면 앞일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하게 마련이다. 당분간 쉬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미 파주의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 기숙사지원사업팀장으로 취업이 결정된 그는 어떨까?

“보통은 전역일이 다가올수록 심리적 부담이 큰데요. 저는 군과 사회를 점이 아니라 선의 개념으로 생각해요. 점은 건너뛰어야 되는데, 선은 죽 이어져서 가잖아요. 군에서 능력을 잘 발휘하고 평가를 받으면 사회에서도 누군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의미죠.”

그는 군인이지만 정훈 병과여서 언론, 교육자, 문화·예술인들과 만나고 교류를 하면서, 그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교훈도 많이 얻었다. 매 년 고양신문이 주최하는 ‘나의 꿈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얻어 군인들을 대상으로 ‘나의 꿈 발표 콘서트’를 개최해 병사들이 꿈과 인생을 설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고, 호수공원에서 연주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부부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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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된 계기는.

박주영(이하 박) - 대구 출신으로 5남매 중 장남이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대학에서 4년 장학금을 주는 군장학생제도에 대한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상사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고, 조금 늦게 장기복무를 결정했다. 정훈 병과에서 기사 쓰기, 영상 만들기, 문화·예술 전시와 기획도 배웠다. 열심히 해서 진급을 했고, 30년을 복무하게 됐다.

군 생활 중 보람 있었던 일은.

박 -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현장에 참여해 신속하게 해결해줄 때 가장 보람 있었다. 가뭄이나 수해, 태풍처럼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군인들이 현장에서 복구하면 빨리 정리가 됐다. 대표적으로 96년에 고양과 파주 문산에 물난리가 났을 때, 장병들과 함께 문산에 가서 밤낮없이 복구 지원을 했다. 그때 ‘이게 군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95년 충남에 근무할 때는 ‘부여 대간첩작전’에 참여해 간첩을 잡기도 했다. 대부분의 군인 가족들이 다 하는 고생이지만, 부대는 20여 곳에 근무했고, 이사만 16번을 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나.

강경숙(이하 강) - 결혼 전 출판사에서 삽화 디자이너로 일했다. 결혼 후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로 공예와 수채화에 대한 민간 자격증을 땄다. 펄프공예 자격증도 따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5년 동안 강의를 했다. 꽃꽂이도 배워 제1회 국가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한 지역에 가면 반드시 평생교육원 같은 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개인전 오프닝에서 인사중인 강경숙 화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강 - 어려서 꿈이 화가와 미술 선생님이었다. 작년에 화가로 등단했고, 이번 개인전을 통해 꿈을 이뤘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홍익대 평생교육원을 다니면서 수채화와 아동미술과정 등 순수미술을 배웠다. 남편이 계룡대에 근무할 때는 유치원교사로 7년 동안 일했다. 이때 해바라기도 직접 심고 키워서 아이들과 자연 친화적인 수업을 많이 했다. 2013년부터 ‘늘그림회’에서 활동하며 그룹전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도 화단에 화초를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서로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강 - 사람이 좋아서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걱정이다.
박 - 어려운 환경에서 그림까지 그리는 것이 대단하다. 존경스럽고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축하케잌을 커팅중인 박주영 & 강경숙 부부


‘길에 서다, 동행’의 전시 의미는.

강 - 남편과 군 생활 30년을 같이 한 것을 회상하면서 훈련장 안에 있는 들국화, 무궁화, 망초꽃을 그렸다. 군인의 아내여서 힘들었지만, 전국을 다니면서 자연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러 고장에서 살아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슬픔을 승화시키고, 어려운 시간을 이겨냈다. 나와 남편, 그림과 동행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남편과 문화생활도 함께 하고, 욕심을 내려놓고 주변도 많이 돌아보자고 이야기했다. 이후의 동행은 저와 가족과 함께하자는 의미다.

전역일에 전시회를 한 이유는.

박 - 직장을 퇴직하듯이 전역은 누구나 다 한다. 후배들에게 좀 더 모범적이고 모델이 될 만한 모습이 뭘까를 의논했다. 전시회 제목도 같이 정했다. 전역일에 맞춰 마침과 시작이 동시에 이루지고 연결이 돼서 너무 행복하고 좋다. 지금까지의 동행에서 새로운 동행으로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각오는.

박 - 긴장감보다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슴이 뛴다. 뒤를 돌아보는 대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생각하니, 직장 생활도 무척 기대된다. 아내와 여유 있게 동네도 산책하고, 대화시간도 많이 늘어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는데 감사하다.

 

지인들과 함께 한 박주영 & 강경숙 부부

 

강경숙 화가의 개인전 오프닝에 참석한 하객들

 

'나비의 꿈' -  대구 50사단 훈련장에 있는 쑥부쟁이를 찾아 와 앉는 나비를 담았다.

 

'가을의 사색' - 러시아 톨스토이의 영지에 있는 자작나무숲길을 담았다.

 

'초여름의 지베르니' - 2018년 봄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풍경을 담았다.

 

정미경 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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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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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규 2019-05-06 14:09:00

    함께해 온 동행으로 같은 날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면, 함께 할 동행에도 두 분의 창조적인 영감이 투영되길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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