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티투어 탑승기 ‘꽃보다 할배-고양시편’

고양국제꽃박람회·봄 여행주간 연계
호수공원-행주산성역사공원-원당화훼단지
하루 코스 연결하며 다채로운 체험

 

2019고양국제꽃박람회 메인 조형물인 '평화의 여신' 앞에서 '꽃보다 할배-고양시편' 출발~! 왼쪽부터 원주에서 오신 큰아버지, LA에서 오신 고모님, 고양시 주민인 아버지. 평균 나이가 80대 중반이다.

 

[고양신문] 미국 LA에 거주하는 고모가 오래간만에 홀로 여행을 오셨다. 고양시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다는데, 어디로 모셔야 하나? 지역신문 기자의 촉을 발휘해 가성비 높은 일정을 찾다 보니 봄 여행주간을 맞아 운영하는 ‘고양시티투어 특별코스’가 눈에 띈다. 호수공원에서 ‘고양국제꽃박람회’를 관람한 후 행주산성역사공원으로 이동해 ‘한강하구 평화이야기’ 프로그램을 즐기고, 원당화훼단지에서 화분만들기 체험도 하는 코스가 단돈 1만5000원이다. 주저 없이 예약 버튼을 클릭한다.

LA 고모님 연세가 80대 후반, 일정에 합류한 원주 큰아버지는 80대 중반, 그리고 일산에 거주하는 아버지도 어느덧 80대 초반. 영락없이 ‘꽃보다 할배-고양시편’을 찍게 생겼다. 하루 종일 꽤 많은 이동을 해야 하는 일정이지만 지금도 마라톤을 즐긴다는 고모는 한국에 오자마자 태백산 정상을 찍고 오셨다 하고, 큰아버지와 아버지도 수십 리 정도는 거뜬히 걸어 다니는 체력을 자랑하신다. 오히려 허구헌날 마감에 시달리는 기자의 저질 체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양이가 그려진 시티투어버스 "고양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채로운 테마전시, 어디부터 둘러볼까

오전 9시30분, 일산문화공원 승강장에 하늘색 고양시티투어버스가 일행을 반긴다. 기사님과 문화해설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탑승자는 우리를 포함해 달랑 8명. 버스를 전세 낸 듯 여유와 호사를 누렸지만, 평일이라고는 해도 좋은 프로그램 준비해 놓고 정작 홍보가 좀 아쉽다.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한 고양국제꽃박람회장은 일찍부터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 높이 뻗어올린 손 위에 비둘기를 얹고 있는 ‘평화의 여신’이 시선을 압도한다. 형형색색 꽃으로 장식된, 올해 꽃박람회의 상징 조형물이다.

매년 개최되는 고양국제꽃박람회지만, 찾을 때마다 감동이 새롭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롭게 기획된 테마 공간이 연이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꽃들은 참 다양해서, 시선이 멈추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어르신들을 세워두고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보지만, 세 분이 좌·우 순서도 표정도 다 똑같다. 고모님이 난초와 나비를 좋아한다는 것도, 큰아버지가 분재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야외 공간을 둘러보고 세계화훼교류전이 열리는 실내공간으로 들어섰는데, 여기는 또 별천지다. 꽃을 소재로 창조해낸 예술 세계를 감상하다보니 어느 새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다. 딱 아쉬울 때 떠나와서 올해 꽃박람회는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화사한 꽃잔치가 펼쳐진 꽃박람회장.


한강이 품은 매력 속으로 풍덩~

버스가 자유로를 따라 달린다. 차창으로 시원한 한강과 연록색으로 물든 장항습지가 펼쳐진다. “저 곳이 고양이 자랑하는 세계적 생태 보고”라고 자랑을 늘어놓다 보니 어느새 행주산성역사공원에 도착. 이곳에서는 올해 고양시가 야심차게 시작한 ‘한강하구 평화이야기’라는 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부스에서 한강하구를 테마로 한 역사와 생태 체험도 즐길 수 있고, 한복을 빌려입고 멋진 사진을 찍거나 평화자전거를 타며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강변 잔디밭에 놓인 쿠션의자에 몸을 파묻고 일어설 줄을 모른다. 서울처럼 복잡하지 않은 한강 하구의 모습을 느긋한 자세로 감상하는 것 자체가 가장 즐거운 모양이다.
 

푸르른 봄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쿠션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세 명의 어르신.


시티투어 일정을 함께 한 이들은 두 쌍의 부부다. 오길창·양금주씨 부부는 정발산동에 거주하는 이웃이고, 다른 한 쌍은 서울에서 고양을 찾아온 여행 마니아들이다. 고양신문 기사를 읽고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오길창씨가 기자를 만나 반갑다며 일행에게 점심을 쏘시겠단다. 이웃 사이의 따뜻한 정을 쌓는데는 역시 먹는 게 최고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먹거리 장터에는 행주동 주민들이 비빔밥과 잔치국수, 빈대떡, 순대볶음 같은 먹거리를 판다. 끝내주는 행주 강가 풍경을 감상하며 음식을 먹으니 하나 같이 푸짐하고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도보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생태해설과 역사해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에코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생태해설을 신청했다. 행주산성역사공원을 둘러보고 덕양산 누리길을 따라 올라가니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군 초소로 쓰였던 시설이다. 몇 해 전까지 철조망에 가로막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었던 곳. 덕분에 개발의 손길을 피해 아름다운 생태와 자연경관이 선물처럼 주어진 셈이다. 강변을 따라 돌아오는 길에는 선버들과 말똥게의 신비로운 공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에코코리아에서 진행한 생태테마나들이에 참여해 덕양산 둘레길 언덕 전망대를 찾은 일행.


누구 화분이 더 예쁠까

다시 버스에 올라 올해 꽃박람회에서 처음 손님을 맞는 원당화훼단지로 향한다. 수십 개의 대형 화훼농원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는 견학농가를 찾아 상품으로서의 꽃이 생산되는 모습을 살피거나 와 체험농가에서 다육식물·분재, 꽃바구니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축제기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한산한 풍경이었지만, 다육식물 화분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소망농원’을 찾아가니 어르신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농장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분에 배합토를 채우고, 뿌리를 다듬은 다육이를 정성껏 심은 후 빨간 장식돌까지 얹으니 멋진 화분이 완성됐다. 최은화 소망농장 사장님이 “사람도 다육이도 햇빛과 바람을 많이 쐬야 건강하게 자란다”는 멘트를 잊지 않는다.
 

원당화훼단지에 자리한 소망농원(대표 최은화)에서 진행된 다육식물 화분만들기 체험.


잠재력은 만점, 운영·홍보는 아쉽네

버스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한나절을 함께 한 손님들을 내려놓는다. 고양시에서 보낸 하루 여행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어르신들은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꽃박람회는 생기 있고 화사해서, 행주나루는 풍경이 여유로워서, 원당화훼단지는 기념품을 들려줘서 좋았단다.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85점. 이 정도면 ‘꽃보다 할배-고양시편’은 대 성공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평가를 고스란히 믿을 순 없다. 한 나절 시간을 낸 조카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까칠한 기자의 시선에서 평가하자면 ‘한강하구 평화이야기’도 ‘고양시티투어 특별코스’도 기획과 홍보 면에서 아직은 어설픈 모습들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잠재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인위적 축제 콘텐츠인 고양국제꽃박람회와 한강하구의 자연 공간이 서로 다른 색깔로 상대방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좀 더 근사하게 다듬어진 나들이 상품을 기대해보자.

고양시 나들이를 마치고 원주로 올라가신 고모님이 “정말 즐거웠다”며 전화를 주셨다. 건강 잘 챙기며 여행 다니시라고 했더니 씩씩한 답변이 돌아온다. “응, 울릉도 일주하러 배 타러 가는 중이야.” 에구구…, 나중에 ‘꽃보다 할배-고양시편’ 시즌Ⅱ는 북한산 12성문 종주 코스로 찍자고 하실까봐 벌써부터 겁난다.

 

한강하구 평화이야기
고양시티투어 특별코스

기간 : 5월 12(일)까지 운행
요금 : 1만5000원(입장료·체험비 포함)
예약문의 : 010-5106-3158
 

월드비전 테마부스 앞에서 한 컷.

 

고양시문화해설사들이 꽃박람회가 열리는 호수공원 곳곳을 다니며 문화해설을 진행하고 있다.

 

정발산동 주민 오길창(맨 오른쪽), 양금주씨 부부가 일행에게 맛있는 점심을 쏘셨다.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행주나루역사공원 빨래터 수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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