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풍선 다섯 개』 출간한 김양미 작가

‘이별겪은 아이, 잘 지낼까?’
8년 만에 속편에 안부 담아
‘글 보고 그림 읽게되는 책’

 

『찐찐군과 두빵두』, 『여름이와 가을이』를 비롯한 여러 편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발표해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양미 작가가 신간 『풍선 다섯 개』(시공주니어)를 출간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가족이 헤어지는 상황을 맞는 열 살 소녀의 이야기를 담아낸 2011년 작 『풍선 세 개』의 속편 격으로, 전편처럼 작가가 직접 그림도 그렸다.
『풍선 세 개』에서 10살이던 주인공 소녀는 13살이 됐다. 갑자기 맞닥뜨린 이해하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의 일상 풍경이 쓸쓸하지만, 마음결을 더듬는 작가의 시선은 섬세하고 따뜻하다. 고양시의 오랜 이웃인 김양미 작가를 가좌도서관에서 만났다.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림도 그린 동화책 『풍선 세 개』(사진 왼쪽, 2011년 작)와 신간 『풍선 다섯 개』를 들고 있는 김양미 작가.


전편 『풍선 세 개』를 먼저 소개해 달라.

부모의 이혼이나 건강, 직업 등 다양한 이유로 같이 살던 가족이 따로 떨어져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소위 ‘정상 가족’에 대한 이상화가 강력하다. 나누어진 가족 아이들이 겪을 상처와 콤플렉스를 덜어주기 위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가 이별을 맞는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고 했다. 책을 읽은 한 아이가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8년 만에 속편을 썼는데.

전편을 내고 나서 『풍선 세 개』만으로는 무슨 위로가 될까, 하는 미안함이 늘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두려워하다가, 나중에는 언니와 함께 쓰던 물건을 양보하기도 하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바다가 보이는 해수목욕탕에서 서로를 예쁘게 챙겨주는 세 자매를 만났다. 갑자기 『풍선 세 개』의 아이들은 잘 살고 있을까, 안부가 궁금해졌다. 힘든 시간 견디며 다들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풍선 다섯 개』를 썼다. 늦었지만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가족의 이별’이 쉬운 주제는 아니었을 것 같다.

사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들까지 함께 읽는 동화 시리즈로 기획된 책이다. 그런데 정작 저학년 아이들에게 반응이 왔다. 여러 가지 상징들이 숨어있는 책인데 그걸 자기 식으로 이해하더라. 모든 독자들은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책을 만난다는 깨달음을 줬다.

그림체의 첫 인상이 간결하면서도 정감 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림 그리는 걸 부끄러워하는 성격이었지만, 동화책을 쓰다 보니 직접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그림을 연습했다. 나는 최선을 다 해 그릴만큼 다 그렸는데 주변에서 ‘절제의 미가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웃음). 그림이 쉬워 아이들이 부담 없이 다가오는 장점은 있다.

글자를 시각적으로 배치하기도 했고, 그림 속에 의미를 숨겨놓기도 했다. 천천히 여러 번 봐도 새로운 재미가 발견된다.

출판사에서 제 책을 소개한 자료에 ‘글을 보고 그림을 읽게 되는 책’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참 마음에 든다.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예를 들면,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맞닥뜨리는 불안을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간 아이 모습으로 그렸다. 사실 그림책을 만들기까지 장면을 구성하는 데 들이는 공이 무척 크다. 그래서 그림책 하나가 태어나려면 더미북(책 순서대로 미리 만들어보는 테스트북·아래 사진 속 작은 책)이 여러 권 쌓이게 된다.   
 

김양미 작가가 가방 속에서 꺼내 보여 준 두 책의 더미북(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리 만들어보는 샘플북. 사진 속 작은 책).

 
언제부터 고양시에 살았나. 아울러 평소 취미도 들려달라.

1997년부터 후곡마을에서 살다가 2005년에 가좌마을로 이사를 와 쭉 살고 있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했는데, 10년의 기다림 끝에 몇 해 전 가좌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다. 책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노는 게 대부분의 일상이다. 직업과 관련 없는 취미를 밝히자면,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광팬이다. 시즌 중 홈경기가 이어지는 때를 골라 울산에 원정 응원을 가 며칠을 머물다 오기도 한다. 고양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경기를 할 때면, 혼자 소극적으로 원정팀을 응원한다(웃음). 사실 농구에 대한 애정이 작품에 살짝 삽입되기도 한다. 『풍선 다섯 개』에 등장하는 아빠의 원래 직업이 농구 심판이다. 그 아빠가 홀로 딸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지방 원정을 가야 하는 농구 심판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꽃집을 차렸다는 게 책 뒤에 감추어 둔, 작가만 아는 배경 이야기다.

작가 패밀리라고 들었다. 좋은 점이 많은가, 싫은 점이 많은가.

남편과 시아주버님, 동서가 각각 소설가, 그림책작가, 동화작가다. 서로에게 작품 초고를 보여주면 냉정한 지적이 돌아올 때도 있지만 서로의 안목을 믿는 터라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웃음). 한 번은 집안에 장례가 났는데, 장례식장에서 동서와 작품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잠깐, 우리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놀란 적도 있다. 싫은 점은? 없다.

『풍선 다섯 개』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나.

가족은 떨어져 살아도 가족이 아닐까. 아빠, 또는 엄마랑만 살아도, 나아가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도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규정은 불편하다. 『풍선 다섯 개』가 ‘정상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에 작은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응원을 건네는 책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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