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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래살래 봄 숲길 걷는 반나절 나들이<공감공간> 통일동산 살래길과 파주 장릉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9.05.13 17:00
  • 호수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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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와 파주 들녘, 탁 트인 조망
화사한 꽃잔치 펼쳐진 천녀사찰 검단사

오두산전망대, 헤이리 예술마을 지척
아름드리 느티나무 반기는 파주 장릉

 

철쭉과 영산홍, 연등이 어우러진 검단사 경내 풍경(5월 둘째 주).

 

[고양신문] 더도 덜도 말고 딱 반나절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어딜 가면 좋을까. 일산에서 자유로를 달려 20분이면 닿는 파주 통일동산 ‘살래길’로 향한다. 이름처럼 몸을 살래살래 흔들며 검단산 둘레를 여유롭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검단산이라고 해서 팔당호가 내려다보이는 하남 검단산과 헷갈리면 안된다. 파주 검단산은 오두산 뒤에 숨은 작은 산이다. 둘레길과 능선길을 합쳐 전체 길이가 5km 남짓, 일산 호수공원만한 코스를 숲길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높이가 300여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지만 품고 있는 풍광은 자못 근사하다. 시원하게 뻗은 자유로와 교하 들녘, 한강 하구의 넓은 모래톱, 오두산 전망대와 헤이리 예술마을 등을 차례대로 조망할 수 있고, 유서 깊은 사찰 검단사를 품고 있다. 이만하면 반나절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검단사 뒤편 능선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석탑 전망지.


살래길 나들이는 주차공간이 있는 검단사를 출발점으로 잡아도 좋고, 버스 정류장과 연결되는 유승아파트 앞 진입로에서 시작해도 좋다. 코스만을 놓고 보자면 유승아파트 입구에서 출발하기를 추천한다. 호젓한 참나무 숲길에서 시작해 멋진 소나무길을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 포인트를 만나기 때문이다.

숲은 계절마다 색다른 감동을 전해주지만, 나무들이 막 연둣빛 새 옷을 입기 시작한 봄날이야말로 숲길을 걷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 아닐까.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는 어느 새 손바닥보다 넓은 이파리를 가득 돋아냈고, 층층나무는 이제 막 눈부시도록 하얀 꽃망울을 매달기 시작했다.

언덕길을 잠시 오르자 군데군데 나무 의자가 놓인 소나무 오솔길이 나오고 파란 하늘이 활짝 열린다. 심학산을 끼고 돌아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자유로 위로 차들이 쉴 새 없이 흘러간다. 자유로 아래로는 멀고 긴 시간을 달려 온 한강이 고요한 몸짓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며 북녘에서 내려 온 임진강과 몸을 섞고 서해로 흘러들어갈 채비를 한다. 강도 흐르고 길도 흐르는데, 그 둘 사이에는 여전히 냉랭한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다.
 

살래길 초입에서 만난 교하 주민 황호선씨 가족. 휴일을 맞아 가벼운 나들이길을 나섰다.
살래길 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와 자유로의 시원한 풍광. 중앙 왼쪽 둥글게 솟은 산은 교하 심학산이다.

 
시야를 왼쪽으로 돌리면 네모반듯하게 논두렁이 이어진 교하 들녘이다. 모내기철을 앞두고 물을 넉넉히 가두어 놓아 들녘 전체가 하늘을 비추는 거울처럼 반짝인다. 그 너머로 공릉천 하구 물길과 운정신도시 아파트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또다시 그 너머에는 고봉산의 뾰죽한 철탑도 보이고, 북한산 백운대의 우람한 실루엣도 선명하다. 가방에 챙겨 온 커피나 간식거리가 있으면 이 곳에서 꺼내 먹는 게 좋을 듯. 기가 막힌 풍광이 곁들여져 커피맛도 군것질의 재미도 두 배는 높여줄 테니까.

잠시 여유를 부린 뒤 언덕 아래 검단사(黔丹寺)로 내려간다. 신라 때 지어져 천년고찰로 불리는 사찰 답게 검단사 경내에는 수령이 수백년 된 느티나무를 비롯해 하늘 높이 가지를 뻗은 거목들이 여럿이다. 하지만 봄철 검단사의 제일경은 경사로를 따라 조성된 화단을 주단처럼 가득 덮은 화사한 철쭉과 영산홍이다. 마침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탑 주변으로 형형색색 연등마저 내걸렸다. 일 년에 한 번, 절집의 고요한 정취가 색깔의 향연에 젖어드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신라 고승 검단선사가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천년사찰 검단사.


검단사에서 다시 발길을 재촉하니 통일동산의 여러 풍경들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는 건너편 산머리에는 북녘땅이 건너다 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보이는 강물은 한강이 아니라 임진강 하구 물줄기이고, 저 너머는 바로 북녘땅이다.

살래길 아래로는 일 년에 서너번 그라운드의 별들을 소집하는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가 보인다. 이어 통일동산 맛집동네를 지나 헤이리 예술마을이 보일 즈음 살래길 북쪽 전망대가 나타난다. 잠시 쉬고 싶을 때마다 어김없이 쉼터를 내 주는 살래길의 친절함이 기특하다.
 

살래길 곳곳을 화사하게 밝혀 주고 있는 층층나무꽃(5월 둘째 주).

 

사진 왼쪽 능선에 자리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오두산 너머로 북녘땅이 건너다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살래길’이라는 제목의 시를 새겨 넣은 작은 돌판이 눈에 띈다. 시를 쓴 이는 이명권 시인이라는데, 살래길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동산 부르는 소리에 내 마음 선뜻 길을 나선다/ 길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살래길로 이어지나니/ 꾸불꾸불 살래살래 함께 걷는 길 한강수 조각구름 여기가 낙원이라/ 물음표 같은 길 들어선 후에 느낌표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  (이명권 시 '살래길' 전문)

살래길 주변에는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 볼거리를 찾는다면 오두산 전망대와 헤이리 예술마을이 있고, 프리미엄 첼시 아울렛에서 쇼핑을 즐길수도 있다. 나들이의 대미를 미각의 즐거움으로 마무리하고프면 프로방스와 통일동산 맛집마을을 찾으면 된다. 파주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요리를 내는 장단콩두부마을(031-945-3370)과 통일동산두부마을(031-945-2114), 산채한정식전문점 산내음(031-946-8155), 예쁜 정원을 품고 있는 쌈밥집 토향(031-945-1511), 오리바비큐와 삼겹살을 즐길 수 있는 산에들에(031-943-8592) 등이 가까운 거리에 밀집해 있다.
 

살래길 북쪽 전망대에서 바라 본 통일동산마을과 임진강 풍경.

 

파주 장릉 재실 앞을 지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숲. 장릉을 조성하며 영조 임금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나들이를 나선 김에 좀 더 걷고 싶으면 살래길에서 가까운 파주 장릉(坡州 長陵)을 찾아도 좋다.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병자호란을 호되게 치른 조선 16대 임금 인조와 인열왕후가 잠든 곳으로, 미개방 왕릉으로 남아 있다가 지난해 비로로 일반에게 개방됐다. 서오릉, 서삼릉, 파주 삼릉 등과 달리 단 하나의 능으로만 조성됐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의 공간 개념과 아름다움을 살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홍살문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진 길은 조선왕릉 향로와 어로, 변로의 원형이 잘 남아있고, 능을 둘러싼 소나무숲과 참나무 숲도 깊고 울창하다. 특히 영조 임금이 심었다는 재실 앞 아름드리 느티나무 고목들도 압도적 위용으로 방문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숲이 선물하는 피톤치드를 원 없이 마시고 싶다면 능을 감싸며 둥글게 이어진 산책로를 한 바퀴 걸으며 나들이를 마무리해도 좋다.
 

인조 임금과 왕후의 능을 모신 파주 장릉. 홍살문 곁을 지키는 기울어진 소나무의 풍채가 당당하다.

 

장릉 재실. 호젓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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