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경선 경기도의원 · 신종오 명성운수 노조위원장

국토부와 경기도의 수습책 발표로 5.15 버스파업 사태가 일단락됐다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이어진다. 고양시 버스의 경우 임금협상은 시작도 안 했다. 게다가 코앞으로 다가온 52시간 근무제, 인력 부족, 서울시 버스기사와의 임금격차, 실체가 불투명한 신 준공영제 등 짚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경기도의회 최고의 ‘버스문제 전문가’로 불리는 민경선 도의원, 고양시 버스기사들의 가감 없는 입장을 들려 줄 신종오 명성운소 노조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준공영제 준비 졸속, 버스회사 투명경영이 우선 

<민경선 경기도의원>
 


국토부와 경기도가 버스요금인상에 합의했다.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버스요금 올리려면 소비자심의위원회 심의와 경기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최소 3개월은 걸린다. 요금 인상으로 경기도는 954억원의 재정지원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사 간 임금협상이 어느 선에서 합의점을 찾을지, 요금인상으로 인한 이익 증가분을 사측이 얼마나 기사 임금에 반영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광역버스와 M-버스를 준공영제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이 뭔가.

준공영제의 스펙트럼 너무 넓다. 이번 발표에선 수익금 공동관리형인 서울시 형태의 준공영제인지, 아니면 노선 입찰권을 포함한 강력한 권리를 정부 또는 경기도가 행사하는 준공영제인지 명시되지 않았다. 현재 시·군이 가지고 있는 면허권을 정부나 경기도가 회수할 것인지, 일부 노선 조정권만 가질 것인지도 명확치 않다. 논의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위 ‘남경필 지사표 버스 준공영제’를 반대했었다.

남경필 지사가 도입한 준공영제는 회사를 상대로 한 아무런 조정권 없이 재정만 보전해주는 반쪽짜리 준공영제라 반대하는 게 당연했다. 새로 설계될 준공영제도 서울시나 기존 남경필표 준공영제 모델을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당장 7월 1일부터 52시간 근로시간이 적용되는데.

1년간의 유예기간을 의미 없이 보낸 게 너무 아쉽다. 나는 3년 전부터 버스문제 해결에 정부와 경기도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 총파업이 불 보듯 예견되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하다 뒤늦게 수습책을 찾다 보니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쉬운 점을 구체적으로 말 해 달라.

요금 인상은 일시적 방안밖에 안 된다. 이대로라면 몇 년 못 가 또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버스 운영시스템의 정확한 분석, 회사의 자구노력, 실질적 임금협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일찍부터 준비했다면 경기도민과 고양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안을 찾았을 텐데, 채찍을 들어야 할 정부와 경기도가 버스회사 경영구조에 손을 댈 기회를 놓치고 끌려가고 말았다.

버스업체의 투명 경영을 줄기차게 요구한 이유는.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자구노력을 해야 세금지원을 할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닌가. 임원 임금과다책정, 회계 투명성, 운행기록의 신뢰성 확보 등을 뒷전으로 미룬 채 적자보전만 받아가선 안 된다. 경기도는 현재도 버스 적자보전과 부분적 준공영제 시행, 서비스평가 인센티브 등으로 82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회사의 경영을 전혀 콘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김문수, 남경필 지사는 알고도 외면했고, 이재명 지사는 아직 실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관련 용역도 이제야 진행중이다.

버스 지원금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집행하나.

현재는 회사가 제출한 운행일지를 기준으로 삼는데, 허점이 많다. 우리나라는 IT기술과 GPS를 활용한 버스 운행관리시스템(BMS)이 잘 구축돼 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버스회사 경영과 운행기록을 검증하는데 활용하지 않고 있다. 내가 줄기차게 요구한 결과 지난해 데이터를경기도가 올해 비로소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소한 명확한 원가 산출의 근거가 있어야 재정지원이든 요금인상이든 시민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나.

서울시와 경기도의 통합 환승할인제의 문제점은 없나.

시스템을 서울시가 주도하는 바람에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세팅된 측면이 있다. 환승에 따른 손실부분을 서울시와 경기도가 정산하는데, 전철과 버스를 포함해 매 년 1800억원을 서울시에 주고 있다. 수도권 환승할인 요금제를 손보는 것도 재원 확충의 한 방법이다. 거리기준이나 이용객 산출 기준을 다시 검토해 계수 조정을 해야 한다. 그나마 5.14 방안에서 경기도 임금인상에 따른 서울시의 어부지리 이익분을 되돌려 받기로 한 부분은 다행스러운 조치다.

새로 설계될 경기도 준공영제에 주문하고픈 내용은.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고 회사 손실 보전만 하는 준공영제는 반대한다. 경기도나 정부나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 실질적 면허권과 근로기준법을 들고 사측에 자구노력과 기사 처우개선을 압박했어야 하는데, 돈 먼저 줄 생각만 해서 이 꼴이 됐다. 이제서 해법 찾으려면 더 큰 시간과 비용, 반발이 예측된다. 지금이라도 경기도민의 지지를 업고 개혁적 정책을 펴는 수밖에 없다.

-----------------------------------

 

이제 임금협상 시작인데, 때 이른 시민 안도감 ‘부담’

<신종오 명성운수 노조위원장>
 


5.15 파업사태가 일단 수습됐다. 소감은.

심경이 복잡하다. 시민들은 이미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아는데, 사실 고양시 버스업체는 이번 5.15 파업사태와는 해당사항이 없다. 6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시민들의 안도감과 피로감이 이중으로 축적돼 고양시 버스기사들의 목소리가 지지와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버스요금 인상이라는 수습책을 내놓지 않았나.

도시형 버스는 1250원에서 1450원으로, 광역버스는 2400원에서 2800원으로 기본요금이 오른다. 하지만 추가 이익분이 기사들에게 돌아올 거라고 쉽게 기대하긴 힘들다. 사측에서는 1일 2교대로 근무여건 변경에 따른 기사 확충 등에 우선적으로 추가 수익을 사용하겠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버스요금 인상이 승객 감소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양시만 봐도 서울시 버스와 고양시 버스가 동일한 노선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경기도 버스만 요금이 인상되면 승객들은 가능한 한 서울시 버스를 타려고 할 것이다.

임금협상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나.

그동안은 단위노조별로 협상을 했지만, 이번에는 52시간 근로시간 도입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경기지역 자동차노동조합과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조합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다. 6월 중 3차례에 걸친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5.15보다 훨씬 대규모의 제 2 버스파업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금인상 요구조건은 뭔가.

단순하다. 52시간 1일 2교대 근무체제가 도입되면 고양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와 서울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가 똑같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임금도 서울시 버스기사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받는 급여보다 최소한 80만~90만원 정도는 기본급이 인상돼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최소한의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다. 그동안 고양시 버스기사는 서울보다 부족한 임금을 추가근무 수당으로 보충하기 위해 주당 67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노동을 감내해왔다. 그런데 정부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특례업종 에서도 제외시키지 않았나. 심지어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에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고양시 버스기사만 실질임금 감소라는 희생을 뒤집어쓰란 말인가.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중앙언론이 마치 임금협상의 큰 틀이 해결된 것처럼 보도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국토부가 부분적 준공영제 도입을 발표했다.

준공영제는 노조의 일관된 요구사항이었기에 환영한다. 하지만 광역버스와 M-버스만 해당된다고 하면, 같은 회사 안에서도 버스기사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전체 버스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그마저도 준공영제를 어떤 방식과 예산으로 언제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아직은 모든 게 막연하다. 구체적 청사진을 서둘러 제시해주길 촉구한다.

버스회사가 뼈를 깎는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준공영제를 시행하자면 시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니 당연하다고 본다. 버스회사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책임을 운전기사들에게 전가할 순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버스회사와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기사들은 주어진 순번대로 공공의 발 노릇을 하는 버스를 안전하고 친절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고, 그에 따른 정당한 임금을 요구할 뿐이다.

고양시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고양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비중이 높은 도시다. 그런 까닭에 대화동에서 서울까지 최단거리를 중앙차선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노선 등이 불합리하게 뒤엉켜 광역버스가 제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마을버스가 모두 중앙차로에 몰리는 바람에 대화동을 출발한 광역버스가 백석동을 벗어나기까지의 시간이 백석동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시간보다 더 걸리기도 한다. 마을버스를 가변차로로 빼는 등의 노선 조정을 통해 광역버스가 순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운행체계를 만들어 달라. 그래야 임금인상도 준공영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