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아이들의 중간고사 시험이 끝이 났다. 시험이 끝난 날 아이들은 너도나도 스트레스를 푼다고 노래방으로 쇼핑센터로 무슨 무슨 랜드로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3일 정도 되는 시험을 두고 한달 전부터 끌탕을 하고 평소에는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늦은 밤시간에 학원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보았다. 혼자 끙끙대고 집에서 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불안하다고 했다.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만났다. 파주에서 일산까지 학원을 다니는 아이인데 아마도 학원버스를 놓친 모양이다. 내일 영어 시험을 보는데 정말 스트레스 받는다며 너스레를 떤다. 열심히 공부해서 생각보다 못나온 점수에 너무 연연해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

“학교에서는 지난 시험보다 떨어지면 때리거든요. 근데 학원에서는 틀린 수대로 맞아요.”

학원에서조차 틀린 문제만큼 때린다는 건 문제있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그래도 정 안되는 아이는 때리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다고 답한다.

이야기를 쭉 하는 도중 아이가 맞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가 주는 효과를 보고 있는 건지. 어떤 아이는 집에 가서도 맞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찌 된 세상인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 군대에서조차도 어떤 종류의 폭력을 가해서는 안되고 이를 어길 때에는 형사처벌을 한다는 발표를 했다. 하물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에서 공공연히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침에 등교 할 때부터 우리의 아이들은 맞는 장면을 너무도 익숙하게 보고 있다. 학교 뺏지 달지 않아서 ‘콩’쥐어 박히고 이름표 달지 않는다고 이름 적히고 청소시간에 친구와 장난치다가 복도에 두손들고 서 있고 시험봐서 틀린 갯수만큼 맞고 몇몇 안되지만 선생님께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면 그때부터 가해지는 것은 폭력이다.

너무 비약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져야 하는 것이 교육이고 그 교육중의 일부로서 교육부가 얘기하듯이 불가피한 체벌을 허용한다고 한다면 아이들은 계속 맞아야 할 것이며 문제는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체벌은 미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교육부총리(지금의 총리가 아님)가 체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저를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게 해 주신 분이었죠. 그때 저를 그렇게 혹독하게 때려주셨기 때문에….”

이런 착각이 없어지기 전에는 대를 물려 폭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직접 맞지 않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반발심과 치욕을 느끼는 아이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두차례에 걸쳐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라는 권고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불가피한 체벌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입장대로 우리 아이들은 체벌과 폭력에 방치돼야 하는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참교육 학부모회에서는 체벌금지를 위한 법 개정 토론회를 갖고 계속 서명작업을 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참교육 학부모회 상담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