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 3기 신도시 나는 이런 이유로 반대한다>

▲ 18일 주엽역 인근에서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일산 시민들.

[고양신문] 덕양구 창릉에 3기 신도시가 지정되면서 일산과 운정의 반대 목소리가 생각보다 거세다. 일산보다 교통여건이 좋지 않은 운정의 불만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산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일산신도시연합회(온라인 카페) 측에 따르면 “파주에서 치른 1차 반대집회에 일산주민들이 전체 참가자의 절반 이상인 300여 명 정도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정뿐 아니라 일산 시민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파주 집회에 이어 18일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공원에서 두 번째로 열린 집회에는 일산, 파주, 검단 등 신도시 연합회 소속 주민 수천 명이 참석했다.

반대로 덕양의 분위기는 차분함을 넘어서 표정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올해 초 입주가 시작된 향동지구는 경의선 향동역에 이어 신규 철도노선인 고양선이 더해지면서 더블역세권이 됐으며, 화정지구도 3호선 화정역 외에 또 다른 역(고양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삼송과 원흥 등 기존 택지개발과 달리 호수공원을 포함한 대규모 녹지공원과 자족시설이 충분히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일산 쪽은 이번 정부의 발표에 ‘조금 더 관망해 보자’라는 이들도 있지만 집회에 직접 참가해 마이크를 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신도시 철회”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8일 개설된 일산신도시연합회 카페는 10일 만에 회원 수 5000명을 넘어섰다. 집회까지 참가하며 신도시 철회를 외치는 사람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3기 신도시를 반대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참고로 이들은 모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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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직장인들 교통지옥 될 것"
조OO(강촌마을, 여, 42세)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다. 출퇴근 합쳐 3시간 넘게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오는 날엔 퇴근하는 데만 2시간 걸린다. 일산에 사는 서울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다른 세상 얘기다. 나도 일찍 집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다. 아침에 여유 있게 출근하고 싶다. 일산에 좋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설상가상 이번에 버스비까지 올렸다. 철도는 경기 남부에 다 깔고 일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교통대책이 아예 없는 이곳에 신도시를 추가하면 출퇴근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일산은 주부들에게 좋은 도시일지 몰라도, 직장인들에겐 최악의 도시다. 정이 많은 든 도시지만 떠날 수밖에 없다. 신도시 발표 이후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면 일산사람들을 조롱하는 글이 많다. 왜 그런 도시에 사냐는 놀림이다. 일산에 사는 게 죄가 돼버린 것 같다.

"왜 서울이 아닌 일산 집값 잡나"
김OO(대화마을, 남, 49세)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게 문제라면 적어도 1·2기 신도시 근처에는 3기 신도시를 지정하지 말아야 했다.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일산보다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곳에 신도시를 지정하면 기존 신도시(일산·운정) 집값만 떨어지게 된다. 서울 집값은 못 잡고 일산 집값만 잡는 꼴이다. 왜 우리가 가장 큰 희생자가 돼야 하나. 집을 사서 일산으로 이사 오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가기 힘들다. 일산 집 팔아서는 그 돈으로 갈 곳이 없다. 비싼 곳을 안정화 시켜야 하는데, 싼 지역을 더 싸게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시별 빈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산에 집 가진 사람들은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 점점 가난해 질 것이 분명하다.

"30년 된 일산, 젊은이들 떠나고 빈집 늘어날 것"
김OO(문촌11단지, 여, 53세)

일자리가 없는 30년 된 늙은 베드타운이 있다. 그런데 서울과 그 베드타운 사이에 최신식 자족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낡은 베드타운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일산은 신혼부부들이 더 이상 선호하는 곳이 아니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많은데 굳이 30년 된 아파트로 들어와 아이들을 키울 젊은이들이 있겠는가. 일산 구도심은 인구가 감소할 것이다. 아파트가 늙어가듯 거주자의 연령대도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나중엔 빈집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일산 자족시설 덕양에 뺏길 수도..."
이OO(탄현마을, 남, 42세)

순서가 완전히 잘못됐다. 고양시는 집이 부족한 곳이 아니다. 자족시설 즉 일자리가 없는 도시다. 그렇다면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을 유치해야 하는 게 맞다. 자족시설을 늘릴 계획이라면 일산에 이미 계획된 자족용지(일산테크노밸리)를 다 채우고 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일산테크노밸리가 삽을 뜨기도 전에 서울과 더 근접한 곳(창릉 신도시)에 자족용지를 개발한다고 발표하면 어떤 기업이 일산까지 들어오겠는가. 상암동이 개발되면서 일산으로 기업이 오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창릉지구와 대곡역세권이 개발되면 멀리 일산까지 들어올 만한 기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창릉 신도시로 인해 일산테크노밸리와 방송영상밸리가 실패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일산에 집 있는 사람들, 점점 재산이 줄어들고 있다"
박OO(문촌1단지, 남, 50세)

서울 집값 잡겠다고 만든 신도시지만 일산·파주 집값만 떨어지게 생겼다. 2006년 집을 샀는데 지금은 그때 샀던 가격에 집을 내놔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 거래가 끊겼다. 10년 전 가격을 회복을 못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집을 사기 위해 6.3%의 높은 이자를 10년 넘게 내고 있지만 집값은 그대로다. 투기를 생각해서가 아니다. 일산에 집을 산 사람들은 전세로 사는 사람들보다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그대로 돌려받기라도 하지만 집값은 더 떨어지지 않겠나.

"일산에 기업유치 우선돼야"
김OO(백마마을, 남, 49세)

내부 수요 갈아타기만 있는 곳에 신규 아파트를 지어서 뭐하나. 일산 주변에 새 아파트 지으면 일산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간다. 시세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아파트 팔아서 빚을 내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일산 사람들이다. 이유는 낡은 아파트를 벗어나고 싶어서다. 고양은 외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는 지역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일산과 분당은 비교할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헛웃음만 나온다. 원인은 판교테크노밸리 때문이다. 2010년부터 판교(테크노밸리)에 기업이 들어오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분당은 그때부터 교통인프라가 늘기 시작했고 점점 살기 좋은 도시가 됐다. 집값이 문제가 아니다. 창릉에 3기 신도시를 지정하려면 일산에 기업이라도 먼저 유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약속도 없이 바로 앞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하면 일산은 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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