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 일산, 이젠 데드타운(deadtown) 될 것”

▲ 주엽역 주엽공원에 모인 신도시 반대 집회 인파.

“전면 백지화 외엔 수용할 수 없다”
“베드타운 일산, 이젠 데드타운(deadtown) 될 것”
특정 정치구호엔 반감, 일제히 “내려와” 연호
정당색 배제한 순수 시민집회 강조
김현미 장관, 23일 신도시 입장 낼 듯

[고양신문] 창릉 3기 신도시 발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연일 뜨겁다. 12일 파주 운정에서 500여 명 규모의 신도시 반대집회가 열린 것에 이어 18일 일산 주엽역에서 열린 2차 집회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노래하는분수대로 이어지는 길목인 주엽공원을 가득 매웠다. 주최 측은 운정 집회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5000여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일산 주민들(일산신도시연합회)이 주도했지만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 인천 검단은 물론, 작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도 참가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일산에서 1‧2‧3기 신도시 주민들이 모두 모여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을 비판한 것.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전면 백지화 외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일산 집회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가한 이유는 집회장소인 일산 주엽동(일산서구)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에서 200m 거리에 있는 김 장관의 지역사무소 앞까지 가두행진을 한 후 “김현미 아웃”, “3기 신도시 아웃”, “이재준 시장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7시 집회가 시작되고 연단에 오른 일산신도시연합회 한 회원은 “정부가 장항지구 행복주택 1만2000세대, 탄현지구 3100세대와 창릉지구 3만8000세대를 공급하며, 고작 지하철 고양선만 지엽적으로 연결한다는 건 고양시가 다 같이 죽자는 뜻”이라며 “공권력을 이용해 총 5만3100세대 주택을 건설한다면, 이미 베드타운(bedtown)인 일산이 데드타운(deadtown)으로 바뀌는 것은 자명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집회 참가자들은 "신도시 철회 외엔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 진행자 측에서는 ‘정당색을 배제한 순수 시민집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집회 중 자유발언 시간에 한 연설자가 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내려와”를 연호했고 당황한 당사자는 연단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창릉 신도시 지정에는 반대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나 나올만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에는 거부감을 가진 주민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정치적 발언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싸늘하자 집회 진행자는 파주 1차 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한국당 시의원 등 정치인들에게는 발언권을 주지 않았고 특정 정치구호 등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사회자는 연단에 올라 “신도시 철회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정치적 발언들은 우리들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집회에 참가한 분들이 다양한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일산서구가 지역구인 김현미 국회의원(국토부 장관).

한편 김현미 장관은 지역구 현안이기도 한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해 오는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회를 통해 입장을 밝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 장관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산에서 3기 신도시에 반대하는 주민 집회가 있었다”며 “상황이 허락된다면 23일 예정된 국토부 기자간담회 때 몇 가지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2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 교통장관회의에도 불참을 통보할 정도로 이번 기자간담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김 장관이 이날 간담회를 통해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지 지역 주민들도 내심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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