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의선 지하화에 소극적 입장이었던 고양시는 경기개발연구원의 합리적인 대안과 '경의선시민대책위'의 줄기찬 요구를 수용하여, 고양시의 최종안을 만들어 철도청과의 협상에 임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10월 9일, 철도청에 송부한 고양시의 의견은 도심구간(풍산역-탄현역 6.5km구간)의 지하건설과 함께, 백마역에서부터 여객과 화물을 분리하여 복층구조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여객은 지하철로 건설하고, 화물은 현재의 지상 선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다. 강현석 시장이 경의선 도심구간, '복층구조 건설안'을 제시한 것은 철도청이 경의선의 화물 수송 기능을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공언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전임시장의 철도청과의 무책임한 합의에 발목이 잡힌 고양시 입장에서는 행정 집행의 책임을 지고 있는 시장이 오랜 시간동안 마냥, 실랑이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철도청은 기간철도의 지상건설이라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고양시의 최종안이 제출된 마당에 경의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사업의 중요한 주체인 철도청의 발상전환은 더욱 중요하다.

첫째, 동북아시대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앞으로 고양, 파주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전진기지로서 지정학적 역할과 함께, 동북아 물류중심을 실현하는 도시로서의 기능을 함께 실현할 것이다. 우리지역에 가까운 인천항, 인천 신공항은 서해안시대와 동북아시대를 여는 통로가 될 것이고, 서울은 산업과 금융의 중심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족의 혈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고양, 파주지역은 동북아시대에 걸맞은 '종합적인 국가사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 사업의 한 축이 되는 경의선 철도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어 느낌이다. 지금의 남북관계에 기초하여, 통과 물동량이 유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의 경의선 선로에 화물과 여객을 병존시키는 발상은 임시방편의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계획으로 도로를 깔아다가, 다음날 뜯어내고, 파내고 재 포장하는 우리 행정의 고질적인 병폐를 철도국가사업에서도 보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대와 남북한 통일에 대비하는 남북연결철도는 새로운 발상으로 설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건설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이 북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 파리까지 가는 21세기 '실크로드'를 구상한다면, 제일 큰 문제는 수도권 광역철도망이다. 지금 현재의 수도권 철도망으로는 화물이 서울도심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수도권을 우회하는 더 빠른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경의선을 건설하는 국가적인 프로젝트 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유로를 따라 새롭게 건설되는 경의선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동북아 비전에 맞게, 경의선의 설계가 다시 나와야 한다.

둘째, 지방분권과 지방화시대에 걸맞은 계획이 나와야 한다. 철도가 통과하는 도시의 계획과 연계되지 않은 설계는 구시대의 중앙위주의 행정일방주의 발상이다. 그동안 중앙부처 위주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지상건설을 강행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이미 전문가들의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지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건설적인 합의, 행정기관과 지역주민간의 합리적인 대안을 합의하는 좋은 선례가 필요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지방분권은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철도청과 건설교통부는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안을 관철만 하려고 들지 말고, 21세기에 알맞은 발상으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관점에서 경의선 문제를 검토하여, 지역주민도 만족하고, 국책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21세기에 건설되는 철도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철도의 노선이 도심을 통과할 때는 도시발전계획과 연계된 통과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철도청은 예산문제와 선례에 따른 민원발생에 대해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대의 물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철도망을 새롭게 건설하는 계기로 삼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입장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경의선 문제를 바라보면, 철도청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열고, 고양, 파주지역의 행복을 보장하는 민족의 혈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의선시민대책위 대외협력위원, 동북아비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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