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공개발 없다고 해서
도시재생 겨우 추진하는데,
도로 하나 두고 신도시 지정

2종 상향 요구 등 의견분분
재생과 개발 성공모델 제안도

 

창릉3기신도시 개발예정지역 인근에 인접한 화전도시재생지역. 벌말지역은 신도시 수용지역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  (* 위 지도는 대강의 위치를 간략히 표시한 약도임.)

 

[고양신문] 화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고양 창릉 3기 신도시 발표의 유탄을 맞고 혼란에 빠졌다. 주거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양대 중점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3기 신도시 개발이 지도상의 선 하나로 경계를 맞닥뜨린 경우는 전국에서 화전동이 유일하다.

도시재생과 신도시개발은 각각 절실한 공공적 목적을 가지고 국토부가 나란히 시행하는 사업이지만, ‘재생’과 ‘개발’이라는 이름처럼 서로 다른 성격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인접 지역에서 사업이 마주칠 경우 방향성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혼란과 모순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됐다. 누군가는 도시재생 사업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여건이 변화된 이상 재생사업 자체를 반려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국가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에는 한목소리다.

2017년 화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으로 선정된 구역은 중앙로를 경계로 화전역 앞 구도로를 따라 형성된 항공대 앞 상가지역과 30사단 정문 건너편 벌말지역이다. 화전역 앞의 경우 현재 화전지역의 중심 주거지역으로, 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에 묶여 50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아온 주민들의 설움이 가장 밀도 높게 응집된 지역이다. 그만큼 변화와 개발 욕구도 가장 높았다. 벌말 지역은 화전역 앞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3기 신도시 수용지역에 사방이 둘러싸여 고립된 섬 모양새가 됐다.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수용지역에 포함됐을 거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오랜 세월 개발을 강력히 열망했던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주민 A씨는 “시에서 도시재생이 차선책이라고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전과 같은 대규모 공공개발사업의 시대는 끝났으니,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지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이라도 가져와야 하지 않겠냐는 시의 제안을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발표가 될 줄 알았으면 누가 도시재생에 동의했겠나”라며 반문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화전역 인근 상가거리. 3기 신도시 발표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아 향후 사업추진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의 과도한 욕망’으로 치부하긴 힘들어 보인다. 지도상으로야 수용지역과 미수용지역의 경계가 명확하지만, 실제 살아가는 이들은 주택은 미수용지역에 남고 농지는 수용되는 등 생활 자체가 경계를 넘나들며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120명에 이르는 화전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원 대부분이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이들임을 감안한다면, A씨의 말처럼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개발시대의 종말’이라는 전제 하에서 설득력을 얻는 불안정한 구조였던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지역의 대규모 개발이라는 변수를 맞았으니 도시재생 사업 자체가 신뢰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주민 B씨는 “주변에 높은 빌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2층짜리 건물 리모델링하고 하수관이나 고친다고 가치가 살아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화전도시재생주민협의체 김홍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재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 화전역 주변을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 달라는 게 주민 80%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2007년 당시 1종 일반주거지역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10여 개 지역 그린벨트를 동시 해제한 것”이라며 “화전지역만 예외적으로 종 상향조정을 하긴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전도시재생사업 추진의 거점공간인 현장지원센터. 화전동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 창릉 신도시 개발을 화전 도시재생의 가치를 상승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변에 대규모 소비인구가 들어오는 만큼 화전역 상가지역을 특색 있는 상권으로 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광섭 고양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2031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을 예상한다면, 저층 주거지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재산적 가치 면에서도 재생이 개발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오면 항공대와 연계해 골목상권을 넘어 매력적인 원도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현재의 사업모델이 종료된 후에도 주민들과 지자체가 자체 역량을 모아 중심시가지형을 지향하는 고양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한 지역에서 개발·재생이 함께 성공하는 유일한 모델을 고양시에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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