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화전도시재생 주민 목소리

신도시 발표 후 구심력 약화
50년 박탈감, 보상심리 앞서
주민 “종상향 후 다시 계획”
센터 “거시적 관점·논의 필요”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며 화전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이 구심력을 잃었다.
현장을 찾아가 만나본 주민들의 목소리는 집을 가진 사람과 땅을 가진 사람, 집과 땅을 다 가진 지역유지, 집과 땅을 갖지 못한 세입자와 임대농의 입장이 확연히 달랐다. 다른 주민에게 들은 말을 전하면 “그건 그 사람이 집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라든가 “세입자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즉각 돌아왔다. 재생, 또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그어놓은 선이 재산 소유의 유무에 따른 입장마저도 명백한 경계를 갈라놓은 탓에 ‘마을의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도시재생사업 본연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든,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서든 우선은 많은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화전역 앞 거리와 벌말 골목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만나봤다.


국가 정책 믿을 수 없다
-화전주민 A씨(서비스업)-

지금 섣불리 도시재생 손대면 괜히 나중에 개발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드론센터나 스마트시티는 감이 잡히지 않고, 그나마 주민생활과 밀접한 게 가로정비사업인데, 거기에 나랏돈 쓰고 나서 개발이 묶이면 주민 입장에선 손해가 더 크다는 말이 오간다. 잘못하면 길 하나 사이에 두고 팔자가 달라지게 생겼다. 수용된 이들도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한다. 도대체가 국가 정책을 안심하고 믿을 수가 없다. 정책 만드는 이들이 원망스럽다.


도시재생? 귀에 안 들어온다
-화전주민 B씨(부동산업)-

경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번을 떼어 들고 부동산으로 찾아와 수용 여부를 확인하곤 한다. 부동산 전문기자라는 사람들도 하루에도 몇 명씩 동네를 돌며 집값 동향을 묻고 다닌다. 주민들이 모두 싱숭생숭하다. 
신도시 발표가 나기 전에는 도시재생하자며 나름 신명이 났는데, 앞으로는 그러기 힘들 것 같다. 주민 모두 너무 오랫동안 재산권이 묶인 세월을 보낸 까닭에 이번 기회에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열망이 높다. 2종 일반지구로 종상향을 조정해달라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도시재생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길 건너편에 으리으리한 아파트와 상권이 들어오는데 골목길이나 정비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한마디로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우스워졌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다.
 

화전도시재생 화전역 앞 상가거리.

 
2종 일반지구로 종상향 요구
-화전주민 C씨(소매업)-

주민들의 요구? 한마디로 수용이다. 30사단으로 인해 수십 년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화전마을인데 이번 수용에서 빠져서 무척 억울하다. 당연히 시에서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1종으로 묶인 제한을 풀어주면 어떻게든 알아서 번듯한 건물 지을 수 있지 않겠나. 고양시가 어마어마하게 발전하는 동안 화전은 낙후된 모습을 벗지 못했다. 어느 모로 보나 화전역 주변은 새로 만들어질 3기 신도시의 핵심이 돼야 한다. 획기적인 후속 계획이 발표되길 기대한다.

세입자들 권리도 보호되기를
-화전주민 D씨(외식업)-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세입자다.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임대료가 적당해 유지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상권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며 지냈는데, 신도시 발표가 나며 변화가 생길까봐 걱정이다.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세입자들의 권리와 입장이 지켜졌으면 한다. 
 

농지는 수용, 집은 미수용
-벌말주민 E씨(농업)-

벌말 골목에 작은 집 한 채와 주변에 농지를 가지고 있는데, 농지는 수용됐고 집은 수용에서 빠졌다. 여기서 농사를 못 지으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겠다. 벌말 골목에 최근 들어 신축빌라가 많이 들어왔는데, 대부분 외지인들 소유다. 길 안쪽 작은 집 한 채 소유한 이들은 대부분 나이 든 노인들인데,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좋다는 이들도 많다. 도시재생은 마을이 깨끗해지고 좋아진다니 그런가보다 했다. 어떤 사람은 도시재생 때문에 벌말이 수용에서 빠졌다고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도시재생 덕분에 마을 지킨 거라며 좋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벌말 추가 수용 기대
-벌말주민 F씨(제조업)-

많은 이들이 벌말은 신도시 수용지역에 추가로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벌말 주변의 창릉천변 땅들은 다 지대가 낮다. 신도시를 만들려면 부지의 땅바닥 높이를 일정하게 높여야 하는데, 중간에 벌말만 쏙 빼놓고 어떻게 부지 조성 공사가 가능하겠나. 나는 분명히 포함될 것이라고 믿는다.  
 

화전도시재생 벌말지역 거리.


변화에 맞는 새 계획 수립해야
-화전주민 G씨(임대업)-

대규모 개발사업이 불가능하리라는 전망 하에서 도시재생은 주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었다. 비록 여건이 바뀌었지만, 처음의 의도와 목적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계획을 마련해 추진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상향 조정을 하나의 촉진제로 고려하는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난관 있지만 차질 없이 추진될 것
-도난영 화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3기 신도시 발표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 지난해 연말 국토부 직원의 예정지 도면 사전유출이 있었을 때도 지역이 크게 술렁였다. 겨우 잠잠해져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타이밍에 신도시가 발표돼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신도시 발표와 상관없이 기존 계획했던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보행자우선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연관부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주민들과 타 지역 벤치마킹도 다녀올 예정이다. 스마트시티도 LH, 항공대, 지식정보산업진흥원 등과 연구를 거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리빙랩을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도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주민공모사업이 지난해부터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이 중심이 돼 사업 종료 후에도 마을관리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길 기대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기존의 사업을 충실히 전개하며 경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도시재생·신도시 동시에 성공시키자
-정광섭 고양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화전지역 주민들이 종상향을 통해 자체 역량으로라도 개발의 물결에 동참하려는 욕구가 높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흔들리지 말고 ‘개발’이 아닌 ‘재생’으로 가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하고 자체 인구도 충분히 많다. 신도시와 재생지역이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저력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고양시가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화전마을은 저층주거지역으로 아주 좋은 모델을 만들수 있다는게 개인적 의견이다. 또한 화전역에서 이어지는 상가거리는 골목상권을 벗어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추가적인 사업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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