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 4개 풀어야 탈출 가능

▲ 버스 좌석과 카시트의 연결부위가 취약해 보인다. 작은 버클로 고정돼 있고, 뒷좌석에서 쉽게 풀 수도 있어 안전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추가로 끈을 사용해 연결해 놓은 모습. 유치원 관계자는 “어린이가 카시트에 고정돼 있더라도 카시트가 의자와 고정돼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말했다.

차량 화재 등 긴급 상황 시 위험
좌석-카시트 연결부분 안전감 떨어져
현장 모르는 묻지마식 졸속 탁상행정
김경희 도의원 5분자유발언 통해 지적


[고양신문]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2월까지 사업집행을 완료한 유치원 통학버스의 카시트 지원사업이 오히려 어린이들의 안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의회 김경희 의원은 28일 도의회 5분자유발언에서 “경기교육청이 카시트를 일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을 통해 묻지마식 졸속행정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지적사항은 한 어린이 당 버클을 4개나 잠그고 풀어야 하는 복잡한 카시트로 인해 유사시 어린이들이 급하게 버스 밖으로 탈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6세 이하 아이들이 버클 4개를 스스로 풀기는 역부족인데다 교사가 돕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차량 화재 등의 긴급 대피상황이 벌어졌을 대 대응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추경예산을 통해 유치원 통학버스 카시트 구입비로 39억원을 확보해 올해 2월 집행을 완료했다. 추경을 통해 설치를 서둘렀던 이유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차량 좌석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청이 카시트를 일괄 설치하도록 결정했지만 버스에서 쓰는 허리안전벨트(2점식) 전용 카시트가 시중에 없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 경기도의회 김경희 의원.

김경희 도의원은 “유치원 버스가 2점식 안전벨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제품이 필요하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몸무게 15~25㎏을 감당할 수 있는 2점식 벨트용 카시트는 시판되지 않고 있다”며 “일반 승용차에서 쓰는 어깨벨트가 있는 3점식 카시트를 쓸 수 없다보니, 복잡한 방식의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버클을 4개나 채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 대부분의 유치원에서 사용 중인 카시트는 양 어깨에 하나씩, 허벅지에 하나씩 총 4개의 버클을 채우고 풀어야 하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아이들은 겹겹이 맨 벨트가 답답해 고통을 호소하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차량에서 스스로 탈출해야 할 상황에도 안전벨트가 장애물이 돼 더 큰 사고의 위험마저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로 일부 유치원은 혈세로 지급된 카시트를 떼고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KC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임에도 좌석과 카시트의 연결부위가 조악해, 차량 충돌 시 카시트가 좌석에서 튕겨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선 유치원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에 동의했다. 고양시 소재 한 유치원 관계자는 “좌석과 카시트 연결부위가 헐렁해 추가로 끈을 구입해 좌석에 고정시켰는데, 이마저도 뒤에 있는 어린이가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어린이가 카시트에 고정돼 있더라도 카시트가 의자와 고정돼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유치원 관계자는 “마땅한 제품이 없다는 핑계로 해당 제품을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번에 장착한 카시트보다는 원래 버스에 있던 허리안전벨트가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유치원 입장에선 학부모에게 보여 주기식일뿐 오히려 차량 탈출이 용이하지 않고, 좌석과의 연결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에 카시트가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교사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치원 관계자는 “통학버스 좌석의 키높이 자체가 낮고 벨트가 2점식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버스회사와 협력해 안전한 시트를 장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도의원은 “준비는 부족한데 법개정이 빠르게 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현재의 통학버스에 맞는 더 튼튼하고 실용적인 제품이 개발되던지, 아니면 유아전용버스를 법률에 맞게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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