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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3만5천평 고양 들녘에 희망을 심다<희망의 이웃> 이재광 일산쌀농업회사법인 대표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9.06.01 01:25
  • 호수 1422
  • 댓글 0

고양 곳곳에 3만5천 평 벼농사
여섯 청년이 함께 의기투합

농사는 함께, 마케팅은 재주껏
고품격 쌀 생산, 가공식품 개발
청년농업 인큐베이팅센터가 꿈

 

농업의 새 희망을 열어가고 있는 일산쌀농업회사법인 이재광 대표.


[고양신문] 여섯 명의 청년 농부들이 올 봄 모내기를 한 논의 면적은 자그마치 3만500여 평에 이른다. 이들이 심은 벼가 자라는 논은 장항들녘을 비롯해 백석동, 능곡동 등 고양땅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부는 법인이 직접 소유한 논이지만, 더 많은 부분은 농어촌공사를 통해 임차농지를 얻은 곳이다. 누군가가 손을 놓아버린 땅에서 청년 농부들의 희망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함께 일하는 일산쌀농업회사법인(대표 이재광)은 사실 이재광(32) 대표와 아버지 이병기(61)씨, 동생 이재익(28)씨가 함께 시작한 가족 영농법인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재광 대표가 벼농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영역을 모색하면서 4명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모임에서 만났고, 다른 이는 온라인이 인연을 맺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배경도 출신도 다른 여섯명의 젊은이들은 하나 둘 인구가 줄어가는 농업에서, 그 중에서도 우리 식생활의 토대가 되는 벼농사에서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작년에는 사업의 방향을 확장하고, 함께 일할 동료들을 모으고, ‘일산쌀’ 브랜드를 알린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청년 농부들의 농사 실력을 보여줄 첫 해입니다. 특히 주력하는 품종은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고양시농업기술센터에서 함께 개발한 품종인 고양가와지쌀인데, 고품질쌀로 유명한 고시히카리를 능가하는 뛰어난 품종이라 기대가 큽니다. 5000년 전 한반도 최초 재배벼의 이름을 딴 상징성도 품고 있어서, 브랜드마케팅 면에서도 잠재력이 충분하지요.”

쌀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이는 청년농부 이재광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 프리미엄 쌀 생산이 목표”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친환경 농법을 기본으로 게르마늄 농법과 같은 최신 기술을 접목시켜 고부가 쌀을 생산하면, 벼농사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한 쌀로 여러 가지 가공상품을 만드는 일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이들이 만든 일산쌀 ’현미칩’은 시제품을 거쳐 매장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조만간 새로운 쌀음료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일산쌀농업회사법인의 청년 농부들이 장항동 논에서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솔 인턴, 이재익 팀장, 황정하 매니저, 이재광 대표, 우성종 팀장, 윤승호 인턴.


여섯 명의 청년 농부들은 각각의 특기를 살려 직함과 역할을 나누어 일한다. 이재익 팀장은 회계와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고, 황정하 매니저는 SNS와 디자인을 맡는다. 또한 우성종 팀장은 오프라인 매장관리와 직거래는 우성종 팀장이 책임진다. 그밖에 인턴직원인 이정솔씨와 윤승호씨도 농업생산에 전념하며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지휘자의 역할은 이재광 대표의 몫이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지만, 사실 이들의 기본적 노동은 어디까지나 농사일이다. 3만5000평의 논에서 절기에 맞춰 벼농사를 지으려면 여섯 명이 한 몸이 돼 부지런히 논에서 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재광 대표가 농사일을 시작한 것은 23살 무렵부터다. 사실 이 대표의 가족은 4대째 한결같이 벼농사를 고집하는 농부 가문이다. 특히 할아버지 이경식(94)씨는 전쟁 때 피난을 와 남의 논을 빌려 농사를 시작하며 고양땅에 정착했다.

이버지 이병기씨 역시 30년 전 커다란 파란을 겪었다. 당시 고양군 주엽리, 지금의 일산호수공원 아랫말산 부근 돌방구지에서 농사를 짓던 그에게 하루아침에 나라에서 땅을 수용하겠다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일산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저항도 하고 반대시위도 해봤지만 속수무책, 이웃하며 살아가던 이들이 하나 둘 보상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병기씨는 다른 농지를 찾아 벼농사를 다시 시작했다. 우직한 고집과 부지런한 습관은 이경식 할아버지, 아버지 이병기씨를 거쳐 이재광 대표와 동생 재익씨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삼부자가 힘을 보태면서 점점 농사 규모를 늘리고, 농기계와 창고도 며런하며 본격적인 농업법인의 구색을 갖추게 됐다. 특히 25살때부터 고양시 4-H 연합회장을 맡을 정도로 농사일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이재광 대표는 지난해 농림부가 주관하는 미(米)스코리아와 우수청년농업인에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고, 경기도농업기술원 신품종인 '참드림'을 재배해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열어가는 길이 이 땅의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농업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하나 둘 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죠. 수도권은 농지값도 비싸 지방으로 그나마 내려가야 한다는 공식도 있구요. 그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서울과 붙은 명품도시 고양에서 청년들이 함께 힘을 모아 벼농사로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이재광 대표는 장기적으로 일산쌀농업회사법인을 기반으로 ‘청년농업 인큐베이팅센터’를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평생 농사만 지은 어르신들이 연로해가며 하나 둘 농사일을 놓고 계셔요. 이대로 가면 이 땅의 먹거리는 누가 지키나 염려스럽기도 하구요. 청년들이 용기를 내어 농사에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땅의 정직함을 믿어야지요. 언젠가는 농부가 흘린 땀을 소중한 결실로 되돌려 주니까요.”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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