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김범수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전 고양시의원

[고양신문] 고양시에서 40년 이상 산 시민으로서, 그리고 고양시를 고향으로 생각하며 사는 시민으로서 이번 창릉 신도시를 찬성한다.

먼저, 소위 3기 신도시라 불리우는 창릉신도시에 대하여 이재준 시장은 “자족기능부지와 공장용지를 최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고양경제포럼에서 직접 들은 말이다. 나름 고양시의 정책 전문가이자 전 시의원으로 살아온 개인적 입장에서 볼 때,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창릉시도시 만큼 자족기능 부지가 큰 사례는 없었다. 창릉신도시에 배정될 자족기능은 베드타운 고양시를 경기 북부의 ‘판교’처럼 자족도시로 만들 ‘기회’이기 때문에 찬성한다.

둘째, 3기 신도시가 계획 개발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양시와 파주시 주변에는 빌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민간 기업에 맡기면, 그들은 택지를 귀신처럼 찾아내며, 혹은 임야나 농지를 택지로 용도 변경하여 집을 짓는다. 그들은 이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 공원 부지를 최소화하며, 나아가 자족기능 부지는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정부가 하는 공공개발은 자족기능부지와 주민 편의공간을 계획단계부터 고려한다. 따라서 창릉 지역을 3기 신도시 개발로 공공 계획 개발 하는 것이 난개발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수십 년간 그린벨트에서 살아온 창릉 신도시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위해 이곳 저 곳을 옮겨 다시는 사람도 있지만, 태어난 창릉을 나의 고향으로 여기고 수십 년간 살아왔으며, 나의 태를 묻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1989년 1차 신도시인 일산신도시가 발표되고, 1990년대 입주민이 일산에 이주하면서 호수공원이 들어서고 도서관과 아람누리와 같은 문화시설이 들어 설 때, 덕양과 창릉지역의 고양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1995년 일산에 사는 입주자 단체가 “일산 신도시를 고양시에서 독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을 때, 덕양과 창릉의 고양시민들은 매우 황당해 했었다. 고양시의 일산이라는 땅을 차지한 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데, 일산을 고양시에서 분리하자는 주장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다행히 그 주장은 힘을 얻지 못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창릉동에 사는 주민들도 호수공원, 도서관, 문화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과 계획도시에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시점이다.

넷째, 아파트 가격은 생활가치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강남의 아파트를 생각해 보라. 1989년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그 이후 고양시의 화정-탄현-중산-신원당-풍동-식사 등 신도시, 운정 등 2기 신도시가 공급되었지만, 강남 아파트의 가격이 높다. 그 이유는 모두가 알 고 있듯이, 좋은 교육여건, 좋은 일자리, 좋은 교통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가격을 높이는 방법은 고양시의 생활여건을 높이면 된다. 좋은 학교를 위한 지원, 좋은 일자리를 위한 자족기능부지와 앵커기업의 유치, 광역도로망과 녹색도로망의 확충과 결합이 필요하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자족기능 부지가 필요하다. 창릉신도시의 개발에는 막대한 국가예산 지원과 토지용도개발의 기회가 담겨 있으므로, 그 돈과 자원, 기회로 고양시의 생활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창릉신도시 공공개발에 찬성한다.

3차 신도시는 하나의 정책이므로,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고양시에는 영향력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준 시장, 유은혜 국회의원, 심상정, 국회의원 등이다. 그리고 고양시에는 정책 싱크탱크가 있다. 고양시정연구원과 각종 연구소의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있다. 좌파와 우파, 중도파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고양시의 미래를 만들 시점이다.

오늘 아침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게시판에 ‘일산신도시연합회’라는 명의로 “3기 신도시 반대, 이재준 시장 주민소환”의 글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의도가 느껴진다. 토론 없는 동원이 여전히 먹히는 세상이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지금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지, 동원과 선전선동은 필요하지 않다. 토론 없이 동원한 사례, 2016년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한 사례를 보자. 그 결정으로 인해 2019년 지금까지 영국은 혼란스럽다. 3시 신도시 반대 6차 집회와 동원보다는 3시 신도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전문가, 정치인, 시민단체, 시민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제안한다. 창릉신도시를 반대하기보다, 창릉신도시에 자족기능을 최대화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그래야 고양시가 자족도시, 생활가치를 높이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씀 드린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