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학교 뒷동산 영주산 자락에 텃밭을 운영하는 대곡초(교장 이강희)에서는 지난해 목화가 솜을 터트리더니 올해에는 밀이 씨앗을 발아시켜 싹이 나고, 알찬 밀알이 가득 열려 아이들을 부른다. 대곡초 학부모회 생태위원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교장선생님은 풍성하게 익은 밀을 보며 전교생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활동 시간을 마련하셨다. 젊은 시절 선생님이 밀밭에서 밀을 구워먹던 추억을 살려 ‘밀 구워먹는 시간'을 준비하신 것이다.

벼가 익기 전 옛 어르신들은 초여름에 수확하는 밀과 보리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까맣게 잘 구워진 밀을 먹으며 구수하고 담백하다며 한 움큼씩 집어 들기도 했고, 엄마가 생각난다며 집으로 챙겨가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시커멓게 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깔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초등시절 좋은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으리라.
 


대곡초 선생님들은 영주산과 텃밭, 마을의 논과 마을길을 학교의 교육과정에 결합시켜 다양한 생태교육, 사회교육, 과학교육의 장을 열어간다. 마을길 따라 풍물과 어우러져 모내기를 하러 가고, 논 생물을 관찰하고, 벼를 베는 추수와 수확한 쌀로 학교 구성원은 물론, 동네어르신들과도 떡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초록의 영주산, 자연이 함께하는 텃밭을 통한 생명체와의 교감을 주는 살아있는 교육으로서 생명의 가치를 느끼고, 생태교육이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자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진하게 체험하고 있다.

인터넷 영상과 게임에 둘러싸여 시도 때도 없이 바로 눈을 그쪽으로 돌리는 요즘 아이들…. 전쟁놀이와 빠른 속도의 패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생태교육과 체험들이 느리고 소박한 여유를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대곡초등학교가 한층 깊이 있는 교육의 산실이 되도록 학교 공동체 구성원인 선생님과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나아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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