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3기신도시 철회' 본회의장 피켓에 민주당 반발로 사태 촉발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의 본회의장 피켓팅(3기신도시 철회)에 반발하면서 시정질의를 표결로 무산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창릉 3기신도시 쟁점 ‘첫 시정질의’
시의회, 다수당 횡포로 무력화돼
시장 엄호 나서며 '방탄 의회’로 전락
한국당‧정의당 의사일정 보이콧, 
이윤승 시의회 의장 사퇴촉구 



[고양신문] 창릉 신도시 발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시정질의가 결국 열리지 않게 됐다. 전체 시의원들의 표결에 따른 결정이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은 온전히 민주당에 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시의회 33명 중 21명)에서 단 한 표의 이탈표도 나오지 않으면서 민주당의 뜻대로 의회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의 가장 소중한 권한인 시정질의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9일 오전 10시 고양시의회 본회장에서는 시정질의 일정을 소화할지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표결(전자 기명투표)이 진행됐고, 민주당 의원들의 몰표로 창릉신도시 관련 시정질의를 포함한 시의원 8명의 질의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표결 결과는 시정질의 찬성에 10표, 반대 21표였다. ‘반대’표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시민의 대리인인 시의원들이 100만 고양시의 수장인 이재준 시장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의사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시정질의를 하고자 했던 야당 의원들은 표결에서 크게 밀렸다. 

국회 대정부질문과 비슷한 성격인 시의회 시정질의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시장과의 일문일답이 가능한 소통창구로, 의회의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이다. 이번 회기에선 한국당의 여러 의원들이 창릉 신도시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는데, 그 기회를 민주당이 무력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예정된 시정질의가 본회의 표결로 무산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시정질의를 준비한 전체 14명의 시의원 중 6명만이 정례회 첫날인 17일 시정질의를 마쳤고, 18일 예정된 시정질의는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않았다. 의회는 다음날인 19일 본회의를 열고 나머지(8명) 시정질의를 어떻게 소화할지 표결에 부쳤는데,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시정질의 일정을 따로 잡지 않기로 하면서 이번 정례회에서 시정질의는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민주당이 시정질의를 보이콧 한 이유는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3기 신도시 철회하라’라는 피켓을 노트북에 붙였기 때문이다. 피켓을 이유로 민주당이 시정질의를 무산시킨 것에 야당 의원들과 의회를 찾은 시민들은 ‘3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입장을 들어야할 가장 중요한 시정질의인데, 이를 가로막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국당과 정의당 소속 12명의 시의원은 이번 사태로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다”고 밝혀 행정감사가 실시되는 이번 정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의당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당의 피켓 퍼포먼스가 시정질의를 무산시킬 만큼의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법한 피켓팅을 이유로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리인 시정질의 기회조차 막아선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이 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당의 유불리에 따라 시정질의를 하고자 하는 야당 의원의 입을 막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 시장이 답변을 피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민의의 전당을 ‘방탄의회’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소속의 이윤승 시의회 의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며, 정의당과 함께 이번 회기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이 본회의장 피켓을 문제 삼으며 시정질의를 무력화한 것은 3기신도시 관련 의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의 피켓이 의회규칙을 위한한 사항이 아님에도 시정질문의 주제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의원에게 부여된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은 중차대한 월권이고 횡포”라고 주장했다.

시민들과 시의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고양시의회 사무국은  방청객 외에는 시민들의 의회 출입을 막고 셔터를 내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의 한 시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선 창릉 신도시가 내년 총선까지 연결될 수 있는 예민한 의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의식에 따라 이번 시정질의 표결은 이탈표가 나오지 않게끔 당내 조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고 답했다.

시정질의가 무산되자 3기신도시와 관련해 이재준 시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시의회를 찾은 시민들도 허탈을 넘어 격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산신도시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창릉 신도시 반대 시민들은 시정질의가 무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19일 오전 본회의 표결을 마친 후 민주당 시의원들은 원래 일정에 따라 오후부터 상임위 안건심사에 들어갔다. 한국당‧정의당 시의원들의 참여 없이 민주당 의원들끼리의 상임위였다. 4개 상임위가 민주당 의원들로만 모두 과반수를 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의 한 시의원은 “민주당이 시정질의 날짜를 따로 잡지 않기로 한 것은 원래 계획된 의사일정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함도 있기 때문에 상임위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야당 시의원들의 의사일정 보이콧에 대해서는 추후 당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19일 오전 표결에 따라 시정질의가 무산되자 민주당 의원들에게 크게 항의하면서 실신하는 시민도 발생했다.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로 허리를 다친 김미수 시의원(민주당)이 출동한 구급대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19일 오전 고양시의회 의장실 앞. 3기 신도시 철회를 촉구하며 울고 있는 시민 앞에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서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