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신기식 목사

[고양신문] 노태우 정부의 제1기 신도시 주택 200만호 건설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2기 신도시 주택 60만호 건설을 추진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도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의 일환으로 3기 고양 창릉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역대 정부는 대개 15년 주기로 서울시(특히 강남구) 집값을 잡는다는 이유로 오로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 요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수도권 집값을 잡는다는 구실로 다시 신도시 건설을 궁리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을 심사숙고 하지 아니하고 멋대로 진행한다면 집권당의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1기 일산신도시 건설 당시에 토지 소유자들이 절대 농지를 지키려고 목숨을 건 저항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3기 창릉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해당지구 주변 그린벨트 주민들의 저항만이 아니고 1기 일산신도시, 2기 운정신도시, 검단신도시 주민들의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인 정부만이 상황 인식이 결여되었다.

주민들의 다양한 저항 이유 이면에는 정부에 대한 신도시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있다. 서둘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역교통망을 앞당겨 착공식을 한다며 기자회견을 했다고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고양시민들의 반대 입장은 대개 이러하다.

첫째, 창릉 신도시 지역 98%는 1971년 이래 48년 동안 지켜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이다. 부천 대장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린벨트는 국민과의 완전한 합의 없이는 어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금단의 지역이다. 어떠한 현실적인 유혹이 있어도 후손 대대로 행복한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제도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도시의 무절제한 팽창을 막고 도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합리적인 관리로 그린벨트를 유지해 왔다.

그린벨트 관리 책임기구는 국토교통부이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가 48년간 녹지대로 관리하고 있던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지역 그린벨트를 멋대로 해제한다면 고양과 서울, 부천과 서울은 거의 맞대게 된다. 시도를 경계 짓던 녹지공간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것은 국민과 후손, 그리고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위해 재산권을 제약받으며 불편한 생활을 참고 살아 온 그린벨트 주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가 그린벨트를 벗어나서 서울과 10~30㎞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건설한 것도 그린벨트 관리를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3기 창릉 신도시를 그린벨트 지역에 추진하는 것은 그린벨트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창릉 신도시 밑그림이 다른 신도시와는 다르게 불가사리 모양으로 경계 변화가 복잡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보상이 비교적 신경 쓰이는 그린벨트 거주지를 요리조리 피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원주민 거주 지역이 LH도 손대기 힘든 곳이라면 이 지역은 앞으로 더욱 재개발이 힘들어져 버림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둘째, 일산 신도시의 경우 창릉 신도시 건설로 서울시에 비해 주택 값이 크게 하락한다는 점이다.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의 분석에 의하면 과거 신도시와 같은 공급 방식으로 공기업, 주택업자, 극소수 분양자들만 막대한 개발 이득을 가져갈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고양시의 경우 3만 9000세대 공급 물량이, 파주 운정도 4만 세대가 공급 물량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현재 1기, 2기 신도시에 이어 서울시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지어지는 창릉 신도시 건설은 오히려 미분양 무덤이 될 것이다. 서울 강남 집값 안정을 구실로 언제까지 고양시의 재산가치가 하락하고, 단기 세수에 만족하며 고양시의 그린벨트의 무한한 미래도시 가치가 파괴되어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창릉 신도시 건설로 고양시 미래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다. 인구집중 유발시설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에 규제를 받고 있다. 창릉 신도시 계획은 고양시의 백년대계를 짓밟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 취지를 지킨다면 3기 신도시를 고양시가 아닌 파주시 운정이나 양주시, 혹은 서울 남쪽 성장관리권역을 신도시 지역으로 발표했어야 했다. 고양시장은 법적으로나 시기적으로 창릉신도시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

신기식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상임대표

시 승격 이후 27년 동안 고양시 인구는 81만명이 늘어나 100만명 이상이 되면서 고양시의 토지는 거의 미래 가치를 상실했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일산과 덕양의 균형발전 논리로 창릉신도시 건설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소견이 없어 보인다.

고양시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덕양구 그린밸트의 미래 가치를 위해서도 창릉 신도시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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