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시장 특별 인터뷰 창릉신도시에 대한 입장을 말한다

[고양신문] 유독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민선7기 1년. 그중에서도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은 단연 지난 5월 창릉 3기 신도시 선정 발표였다. 두 달 가까이 지났음에도 일산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지역사회 내에서도 찬반을 놓고 극렬한 갈등이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반대 주민들은 3기 신도시가 일산에 교통체증과 슬럼화를 불러오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주민세 납부거부와 시장 주민소환까지 외치는 등 격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신도시 발표 이후 줄곧 침묵을 지켜오던 이재준 시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민선7기 1주년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3기 신도시에 대한 입장발표와 질의응답이 오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재준 시장은 창릉 3기 신도시가 고양의 미래를 위한 발판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내세우며 이번 결정에 후회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본지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이재준 시장을 만나 시정 1주년에 대한 소회와 창릉3기 신도시와 관련된 여러 현안들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정 1주년을 맞는 총평과 소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고양시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공직사회 내에서 공유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공무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도 많이 했다. 직원들과 소통을 참 많이 했다. 현안과제 하나를 놓고 전 부서와 회의도 해보고 과장급 이하 주무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매번 이야기를 나눌 때 강조한 것은 공직사회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공직자나 정치인에게 부여된 권한이라는 것은 큰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일정한 자율권을 행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너무 과도하게 벗어나면 편법이고 불법이다. 제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상당수 개발들이 편법과 불법에 치우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개발 관련 민원이 어마어마하다. 그동안 원칙 없이 진행되다보니 다른 곳은 해주면서 왜 나만 안되느냐 이런 식.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협박과 욕설은 기본이고 다른 정치인들까지 동원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건 시장이 바로잡아 줘야겠다 싶어서 이런 사안(청탁성 민원)이 생기면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확실하게 끊는다. 동별 방문을 통해 직능단체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안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지도 두지 않고 잘라버리기 때문에 때로는 어색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령 이번엔 주민센터 건물을 새로 지어달라는 민원이 많았는데 각 동별로 취합해보니 무려 17군데였다. 그래서 구별로 하나씩 합의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그밖에 산하기관 통합공채 도입, 내부정관 통일 등을 마련했다. 특히 기관들 가운데 사내잉여금이 많게는 30억원까지 있었는데 이를 반납하도록 했다. 이래야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것 아닌가. 공유재산 임대 또한 이제는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해 최소한 주변 공시지가에는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정리하자면 지난 1년은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3기 신도시가 고양시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시정 초기 대규모 개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입장과 달리 창릉 신도시 개발 동의로 선회하게 된 이유는. 
고양선 신설과 자족시설 확보, 두 가지 측면이 컸다. 고양시 전체로 보면 중앙을 가르는 철도와 벽제·관산부터 시작되는 통일로 축 2개 철도노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신분당선 연장을 먼저 추진해봤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안마련에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지하철 노선을 넣어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됐다. 
처음에는 고양선을 일산역까지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부 측에서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절충안으로 식사역 연장을 제안해봤지만 사업타당성 문제를 들며 끝까지 거부한 탓에 일단 고양시청역까지만 발표하고 추후 논의를 통해 여지를 남기는 정도로 합의했다. 고양선 연장문제는 앞으로 경기도와 함께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당초 계획에는 주택비율이 훨씬 높았다. 구체적인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협상과정에서 주택 양을 상당수 줄이는 대신 자족시설 부지를 40만평가량 확보했다. 이게 어느 정도 규모냐면 일산테크노밸리 전체 면적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 현실적으로 3중 규제에 둘러싸인 고양시 여건에서 이 정도의 자족시설 부지를 마련하는 것은 천우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수도권규제법 해제에 앞장서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비수도권 쪽의 반발 등의 이유로 국회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이번 결정이 고양시 미래를 위한 최선의 판단이라고 봤다. 
이번 정부가 임기 내 30만호 공급을 발표했지만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1년에 비슷한 규모의 물량을 공급해왔다. 10년 동안 30만호 공급이면 단독주택 물량의 자연증가분 정도에 불과하고 고양시 차원에서 보자면 오히려 킨텍스 지원부지와 한류월드 부지에 들어선 주상복합 물량에 따른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게다가 자족시설과 지하철 노선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게 됐다.       

반대규모가 이 정도로 클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리고 신도시 발표에 대한 시의 공식적 입장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고양, 관산이나 식사, 풍동, 중산 같은 소외된 지역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 일산 쪽에서 이 정도로 반발할 거라고는 사실 예상 못했다. 그리고 공식입장은 원래 6월 초에 밝히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의회에서 8명의 의원이 신도시 관련 시정질문을 신청하다 보니 본회의를 통해 세세하게 답변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미루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시정질문이 무산되면서 시정 1주년 간담회를 신도시 문제 중심으로 가져가게 됐다.        

25일 기자회견에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대곡역세권을 잇는 ‘고양시 경제중심도시’ 플랜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실행력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고양선 연장논의를 포함해 이번 3기 신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현안들을 협의하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협의체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투자유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고양도시공사 자본도 750억원을 출자한 상태라 실행력은 충분하다. 특히 전국 지자체 가운데 도시공사에 현금으로 출자한 곳은 고양시밖에 없다. 이 정도면 일산테크노밸리와 창릉신도시 개발에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창릉신도시 사업에 경기도시공사도 참여할 의사를 보이고 있고 대곡역세권 사업에는 LH도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지분조정을 통해 판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부와의 협상은 이번 신도시에 선정된 5개 지자체장 모임을 통해 공통된 사안을 가지고 진행 중이다. 다른 지자체는 토지보상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데 유독 우리만 신도시 찬성반대 논쟁에 휩싸여 있어서… 별도로 고양시 현안해결을 위한 TF팀도 구성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좀 더 효과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과 함께하는 협의체도 필요할 것 같다.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 조율해나갈 예정이다. 

3기 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대의견도 함께 포용하며 고양시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이끄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대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소통과 신뢰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은 있는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고 얼마 후 킨텍스에서 관련 토론회가 있었는데 그때 국토부 국장에게 온갖 아유와 폭언이 쏟아졌었다. 사실 지금도 저에게 하루에도 수백 건씩 욕설문자가 쏟아지고 있고 심지어 모 온라인 카페에서는 가족들에 대한 신상털이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개별적인 면담 보다는 의회라는 대의기구를 통해 소통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생각이었다.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화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다. 발언이 왜곡되거나 민망한 소리가 오고가지 않고 의견 존중이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신도시 문제뿐만 아니라 시정 전반에 대해서도 정치인으로서 시민과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매번 시청 청사 셔터를 내린다고 ‘셔터준’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시장실에 불쑥 들이닥치는 분들이 워낙 많다보니… 시장이 왜 안 만나주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직소민원실을 통해 한 달에 4번 정도 면담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민원이 워낙 많다보니 만남의 자리가 부족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더 소통하고 잘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난 1년을 시민중심의 행정을 펼치기 위해 공직자들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철학적 토대를 담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자평한다. 이제 가속력을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남은 3년은 시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거침없이 펼쳐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 창릉 3기 신도시 문제는 그동안 시민들의 수많은 욕구들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해서 누적된 불만들이 표출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 깊이 고민하고 슬기롭게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고양시 미래를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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