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귀종 박사

[고양신문] 부동산 가격은 거주 수요보다는 투자(또는 투기) 수요에 의해 움직인다. 투자자는 자신의 집에 거주하지 않으므로 투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자가점유율이 낮다. 예컨대 미국의 자가점유율은 평균 64%인데 집값이 비싼 뉴욕과 LA의 자가점유율은 각각 50%와 49%다. 일본은 자가점유율이 평균 62%인데 집값이 비싼 도쿄는 자가점유율이 46%다.

한국은 자가점유율이 평균 58%인데 서울시는 43%이다. 구별로 보면 서초구 42%, 마포구 41%, 강남구 34%다. 강남구 집의 66%는 실거주자 아닌 투자자 소유의 주택인 것이다. 집값이 비싼 곳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투자자가 끼어들고, 이로 인해 다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전 세계 공통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의 주택 투자자는 대부분 기업인데, 한국의 투자자는 1가구 2주택 이상을 가진 개인, 또는 자기 집을 전세로 주고 다른 집에서 전세를 사는 개인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전세 제도가 있어서 개인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소위 갭 투자가 쉽다. 요즘은 자기 돈 아닌 은행 돈으로 전세를 구입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에 맞춰 갭 투자자도 더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재무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개인에 의한 갭 투자는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아주 위험한 투자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갭 투자 방지를 위해서는 전세대출을 금지하고 재산세를 높게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규제와 세율 인상은 쉽지만 개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그런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전셋집을 구하는 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가진 게 집밖에 없는 노인들도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한다거나 재산권을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이 그러면 이성적 대응이 쉽지 않다.

참고로 미국은 주택가격이 비싼 뉴욕 주는 재산세가 1.5%이고 집값이 낮은 데는 0.5% 정도이다. 일본은 주택 구입시 취득세 4%에다 매년 재산세 1.4%를 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주택에 대한 재산세가 실제 주택가격보다 낮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0.15%-0.4%밖에 부과되지 않는다. 다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으로 0.5%-1%, 아주 비싼 주택 묶음에 한해 2~3% 정도의 중과세(?)가 부과된다.

결국 정치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은 집을 사고 팔 때 부과하는 양도 소득세를 높여 주택매매 이익을 줄이는 정도일 것이다. 현 정부 들어 2017년 8·2 부동산 대책과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양도 소득세가 크게 높아졌고 예외 규정도 축소됐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정권과 정책이 바뀔 때까지 버티면서 호가를 낮추지 않고 집도 내놓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하여 현 정부는 나름 용기를 내어서 재산세와 종부세도 강화함으로써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버티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다.

또한 신도시를 지정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을 수 있는 요건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실수요자 아닌 개인이 부동산 투자로 돈 벌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현 정부의 다른 경제 정책은 별로였지만 부동산 대책은 대체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일산과 김포는 외벌이 가족이 (아빠의 희생으로) 살 수 있는 신도시다. 신도시가 생기든 안 생기든 맞벌이 부부들은 일산과 김포에서 출퇴근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맞벌이 가구의 증가, 그리고 이를 간파한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 서울 가까운 지역에 맞벌이 부부를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를 만들면 서울 집값이 하락해 일산 집값과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일산에 들어오게 하려면 GTX 개통 등으로 교통의 약점을 만회하고, 무엇보다 고학력 맞벌이 부부들이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일산 지역 주택 투자자들이 급급매를 내놓고 신도시로 갈아타면서 일산 집값이 잠시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양도소득세가 대폭 높아지고 요건도 강화되는 바람에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유인은 많이 줄어들었다.

또 잠재적 급매물(투자 주택들)이 있는 건 일산뿐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다 마찬가지다. 일산 옆 신도시 만드는 걸 막는다고 해서 일산의 집값이 오를 리도 없고 서울 집값과의 격차만 커진다면, 신도시 반대의 명분은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일산 주민들이 국토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청사진은 도대체 무엇인가?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