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광식 위캔잡 상임이사

추락사고로 장애 안고 살아와 
장애인 권익증진 위한 30년 삶
경제적 자립·찾아가는 서비스로
사각지대 없는 복지사회 꿈꿔

 

이광식 위캔잡 상임이사

 

[고양신문] “20대 중반, 4층에서 일하다 추락사고가 나면서 온몸을 다쳤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밖에 없게 됐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모래가 쌓여있는 곳에 떨어졌기 때문에 재활치료 3년여 만에 휠체어를 벗어나 이런저런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죠. 사고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들 위해 필요하면 강경한 투쟁도 마다않고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저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광식 위캔잡 상임이사는 1990년대 초반 신도시가 개발되던 시기에 일산으로 이사와 약 30년의 세월동안 고양시에서 지체장애인협회, 장애인연합회, 장애인체육회 등 다양한 단체를 거치며 장애인들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힘써왔다. 

요즘은 예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고 예산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일반인에 비하면 일상적 활동이나 소득 창출을 위한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이 크고 벽도 높은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지난해 3월 ‘사단법인 위캔잡’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게 된 이유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일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해 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법인의 목표다. 이를 위해 고양시장애인체육회 수석부회장과 고양시장애인연합회 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직책은 모두 내려놨다. 

위캔잡은 지난해 12월 고양시설문동장애인직업재활원 수탁자로 선정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설문동장애인직업재활원은 일반적 고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채용하는 보호 작업장이다. 직업재활을 통한 능력 향상과 취업 기회 제공으로 사회통합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규법인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운영에 임하고 있다.

이광식 상임이사는 “돌이켜보면 20년 전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도 못 올리고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매년 열 쌍씩 합동결혼식을 올려준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회고했다.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자원봉사에 나선 개인택시 차량을 타고 임진각으로 신혼여행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몇 년에 걸쳐 결혼식을 치러드린 부부가 한 100쌍쯤 되는 것 같은데,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너무 흐뭇하다”며 웃음 지었다.  

그러나 한 달 전 복지 사각지대에 몇 년간 방치된 한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접하고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 해왔다는 자부심이 일순간 무너지며 참담함을 느끼는 일도 겪었다. 

부모님과 세 명의 자녀들이 모두 지적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보니 비록 수급자로 선정돼 일정부분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청결상태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등 기본적 의식주도 보장 받지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30여년 복지관련 일을 하면서 정말 처음 보는 경우였다. 장애인뿐 아니라, 독거노인, 다문화 가족 등 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고양시 4만여 명의 장애인 중에서 집이나 시설 밖으로 나와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채 3% 남짓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장애인들도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해요. 장애인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자세히 설명도 해주고, 일도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일반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두 함께 관심을 갖고 10년만 더 열심히 하면 우리도 그런 선진 복지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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