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결 따라, 역사의 흔적 따라, 고양의 생태하천 기행(2) 공릉천 지명유래와 나들이 포인트

■ 연재 순서
(1) 공릉천 상 (2) 공릉천 하
(3) 창릉천 상 (4) 창릉천 하
(5) 도촌천 (6) 장월평천 (7) 대장천 (8) 성사천 (9) 벽제천

 

자연마을 이름 딴 34개 지천
공릉천으로 모여들어 한강으로,
고양누리길과 연결된 친수공간
자전거길 조성된 라이딩 코스
어종 풍부하고 천연기념물 서식

 

사리현2교에서 바라본 공릉천 하구 풍경.


[고양신문] 지난주 연재에서 밝혔듯 공릉천은 수많은 지천들을 거느리고 있다. 고양시 경계 안에서 발원해 파주시 구간에서 공릉천과 합류하는 하천까지 포함하면, 공릉천으로 흘러드는 하천 숫자는 모두 34개나 된다. 이 중 오금천, 대자천, 선유천, 원당천, 장진천, 문봉천 등 7개가 지방하천이고, 나머지 27개가 소하천이다. 이들 하천의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은 무척 의미 있다. 하천 이름 대부분을 하천이 발원한, 고양땅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옛 사람들이 부르던 전통마을의 이름에서 따 왔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처럼 갈래를 뻗은 고양의 하천 줄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이 땅의 옛 지명들을 공부하는 가장 재밌는 방법이다.
 


신선이 노니는 선유천, 찬 샘물 솟는 한우물천

고양시가 발행한 『고양의 지명이야기』라는 책을 친절한 참고서 삼아 공릉천 주요 지천들의 이름을 상류에서부터 살펴보자. ▲선유천은 고양동과 양주시 장흥면 사이의 전형적 농촌마을인 선유동에서 발원하는데, 신선이 내려와 노닐만큼 풍광이 아름다워 선유(仙遊)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됐다. ▲오금천은 벽오동나무(梧)로 거문고(琴)를 만들던 마을이라는 뜻의 오금동을 끼고 흐른다. 지금은 삼송신도시 신원마을이 들어서며 큰골마을을 빼고는 자연마을은 사라져버렸다. ▲한우물천은 신원동 안쪽 한우물마을(一井, 또는 寒井)에서 발원한다. 마을 한가운데 수량이 풍부한 큰 우물이 있어서, 또는 그 우물물이 워낙 차가워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능골천은 원신동 주민센터 서쪽의 자연촌락 능골(陵谷)마을에서 발원했다. 이곳에는 월산대군의 사당인 석광사가 있다. ▲벽제천의 발원지 벽제동은 푸를 벽(碧)자에 발굽제(蹄)자를 쓴다. 맑고 푸른 물이 흐르고, 짐승을 사냥하기 좋은 숲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자천이 시작되는 대자동은 조선 태종이 넷째 아들 성녕대군이 어린 나이로 죽자 이곳에서 장사를 지내고, 큰 자비가 내리길 기원하며 대자사(大慈寺)라는 절을 지은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름을 가진 물구리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촌락 물구리(水谷)마을에서 시작한다. ▲원당천 발원지 원당은 이름 그대로 으뜸(元)이 되는 큰 집(堂)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조 고양현, 고양군 군청을 비롯한 관아가 있었고, 지금도 고양시청이 자리하고 있다. ▲사리현천이 흐르는 사리현동은 공릉천이 자주 범람해 모래(沙)가 쌓인 고개(峴)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두포천의 발원지 두포(杜浦)동은 관산동 북서쪽 막음개라는 자연촌락의 한자 이름이다. 공릉천 범람을 막기 위해 개울에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어지는 ▲고곡천은 마을 뒤편에 오래된 관청이 있었던 고골(古谷)마을에서 ▲새터천은 새롭게 터를 잡은 마을, 또는 사리현동과 지영동 사이의 마을에서 ▲ 내유천은 능금나무(柰)가 많아 즐겁게 지낼 만한(遊) 마을이라는 뜻의 내유동에서 각각 이름의 뿌리를 두고 있다. ▲놀미천은 놀뫼마을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놀기 좋은(遊) 산(山)이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지영천은 지초(芝)와 꽃부리(英)가 피어나는 공릉천변의 살기 좋은 마을 지영동을 흐른다. 지면의 제한으로 34개 중 15개 하천이름만 살펴보았다. 벽오동과 능금나무와 지초가 등장하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유람한다는 뜻(遊)을 지닌 이름이 3개나 발견된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 옛 사람들은 행복하고 안온한 삶을 꿈꾸며 살았음을 짐작케 한다.

누리길에서 만나는 반가운 물줄기

고양시는 시민들이 우리고장 구석구석을 두 발로 나들이할 수 있도록 고양누리길 14개 코스를 조성해 걷기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이 중 송강누리길과 고양동누리길, 오선누리길 3개 코스가 공릉천과 만난다

▲송강누리길은 공릉천을 가장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길이다. 원당천이 공릉천과 합류하는, 쥬라리움 테마동물원 앞에서 출발하는 송강누리길은 강 건너 관산동마을을 바라보며 걷다가 원신동 마을로 들어선 후, 송강마을을 거쳐 다시 공릉천으로 나온다. 강둑길과 징검다리, 공원과 마을길을 두루 아우르는 멋진 코스다.

▲고양동누리길은 송강누리길이 끝나는 필리핀참전비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대자천을 따라 대자동으로 들어가 최영장군묘, 고양향교를 거쳐 선유천의 발원지 선유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곳곳마다 다양한 사적과 역사·인물 이야기가 풍성하다.

▲오선누리길은 코스 중간에 신선유교를 건너 상산전망대와 아쿠아스튜디오에 이르는, 공릉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알짜배기로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공릉천과 연계하면 고양누리길 스토리텔링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관산동 마을을 끼고 흐르는 공릉천.


서로 다른 매력의 자전거길 2코스

고양의 생태하천을 나들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속도와 거리를 경쟁하듯 무작정 내달리는 라이더라면 쭉쭉 뻗은 한강 자전거길을 찾는 게 낫다. 자연과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두 다리로 천천히 페달을 구르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공릉천 자전거 나들이는 공릉천 문화체육공원(통일로변 필리핀 참전비 앞)을 기점으로 삼는 게 좋다. 공릉천 고양시 구간의 딱 중간지점이기도 하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왔다면 주차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공릉천 자전거길의 거점 공릉천 체육공원 앞 필리핀 참전비.


자전거길은 ▲하류로 내려가 지영교까지 갔다 오는 제1코스와 ▲상류로 올라가 능선교를 찍고 오는 제2코스가 있다. 제1코는 직선으로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설치돼 있어 갈대숲 무성한 하천 하구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제2코스는 관산동과 신원마을, 선유동 등을 거치는 코스라 노선이 조금 복잡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자전거길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해 보인다. 하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군데군데 아쉬운 점도 많이 발견된다. 우선 단절부분이나 돌아가는 길 등에 대한 이정표가 부족해 몇 번 오가며 라이더가 알아서 코스를 정리해야 할 형편이다. 또 하나, 신원마을에 조성된 송강마을공원 이야기길은 자전거 진입을 금지한다는 이정표가 붙었다. 자전거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 결국 ‘원칙적으로는 자전거 진입 금지, 현실적으로는 자전거 통과 방치’라는 이중 행정이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세밀한 부분에서의 꼼꼼한 조치가 아쉽다.

다행히 자전거21 고양지부 한기식 사무국장의 수고로 고양시가 2016년 『자전거로 떠나는 고양시 명품 자전거길』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책에는 하천을 중심으로 12개 코스를 친절히 안내해놓았다. 그러나 이 책자가 얼마나 보급돼 자전거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모든 자료는 만드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관산동에서 지영교까지 이어지는 공릉천 고양시구간 하류 구간은 자전거전용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풍요로운 하천 습지 생태계

공릉천변의 생태와 환경에 대해 진단할 수 있는 기사를 보태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환경전문가가 아닌 기자에게는 그럴만한 안목이 없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양환경단체연합회 권해원 회장은 80~90년대 생활폐수유입으로 악취를 풍겼던 공릉천 수질이 월등히 개선돼 2급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벽제교 상류구간은 다슬기가 사는 1.5급수 수질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생활하수를 따로 채집하고, 꾸준히 환경감시활동을 펼친 덕분이다.

하지만 소하천에서는 지금도 간간이 오폐수 유입이 적발된다는 게 권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통일로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들어서는 빌라 난개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역시 공릉천이 품고 있는 생물 다양성을 높게 평가한다. 수질이 양호하고 유속이 빨라 산소공급이 원활한 덕분에 계류성 물고기들이 많이 산다는 것. 피라미와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돌고개, 모래무지는 물론, 흔히 보기 힘든 둑중개도 서식하고 있다. 조류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수리부엉이가 공릉천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공릉천을 찾아온다.
 

공릉천의 가마우지. <사진=한기식>


최소한의 완충지대 지켜져야

공릉천을 지혜롭게 이용하기 위해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할까. 권해원 회장과 이은정 사무처장은 한 목소리로 “일상 가까이에서 즐기면서도 생태계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자연 생태 사이에는 최소한의 완충지대가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자전거길이나 산책로가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아야 하고, 강 둔치에 조성된 공원에 늦은 시간까지 조명을 밝히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법 경작과 어로행위도 하천의 생태계에 당연히 악영향을 준다. 비료나 퇴비, 낚시 밑밥 등이 수질을 오염시키고, 쓰레기 무단투기도 만연하기 때문이다.

단풍잎돼지풀이나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를 교란하는 외래식물 확산은 공릉천을 비롯해 고양시 모든 하천에서 발견되는 심각한 과제다. 이에 대해서는 창릉천을 다룰 때 좀 더 자세히 짚어보자.
 

■ 동행취재 : 한기식 자전거21 고양지부 사무국장
■ 도움말 : 권해원 고양환경단체협의회 회장,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 참고자료 : 『고양의 지명이야기』(정동일 저), 『고양시 명품 자전거길』, 『고양누리길』, ‘고양시 생태하천지도’(이상 고양시 발간)
 

청천수와 상산보 사이의 등나무 터널 자전거길.

 

자전거 진입 금지 표지판이 붙은 송강 이야기공원 입구. 자전거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가 전혀 없다.

 

오금천이 공릉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세워진 신원 덕명교비. 역사문화재와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보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관산동 천변 공원의 자전거도로 곁 산책로. 사람의 발길이 동식물들의 영역 어디까지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사리현 동문아파트 앞을 지나는 공릉천. 강폭이 좁고 수심이 깊다.

 

신설 공사가 진행중인 선우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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