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수돗물에 대한 관심과 감시를<높빛시론> 이태원 박사
  •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07.26 20:15
  • 호수 1430
  • 댓글 0
이태원 박사

[고양신문] 지난 5월 말, 인천 서구 일원의 주민들은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하루가 넘게 수돗물 대신 오염된 붉은 물이 쏟아져 나오는 물난리를 겪은 것이다.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지 못하고 빵과 우유를 대신 나눠줄 수밖에 없었고, 주민들도 식사와 빨래는 물론 씻지도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 뿐인가.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인근 지역으로 원정 외식을 떠나는 바람에 해당지역 식당들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하는 수 없이 영업을 중단하는 등 손실도 뒤따랐다. 수돗물은 화장실 변기용으로 밖에 쓸 수 없어 주민들은 생수를 사느라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사고의 경위는 이렇다. 사고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 원수를 공급받던 취수장과 가압장이 정기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되자, 정수장은 해당지역의 단수를 막고자 인근의 다른 두 곳의 정수장으로부터 물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같이 관로를 바꿀 때는 밸브를 서서히 열어 갑작스런 유속 변화로 인해 관 내부의 녹이나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밸브 조작에 따라 수압에 따라 수질의 변화를 확인하며 시간을 두고 충분히 배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관로를 변경한 결과라는 보도다.

사실, 설비 점검이나 보수 등을 위해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을 바꾸는 수계전환은 드문 일은 아니다. 인천시만 해도 2011년부터 매년 2~12번씩 55번이 있었다고 한다. 전국의 모든 정수장에서도 이와 같은 수계전환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그간 없었는지, 또 앞으로 없을 거라는 보장은 있는지, 담당 직원 한두 명의 실수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수돗물의 품질은 크게 원수 취수지와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정수장의 수준이나 상태, 정수장에서 공급된 물이 수용가에 전달되는 과정, 또 수용가로 보내진 물이 말단 수전까지 전달되는 과정 등 3개 단계로 나누어 따져볼 수 있다. 각 단계의 관리주체도 다르고, 품질도 천차만별일 수 있다.

먼저, 정수장은 수원지로부터 물을 끌어와 소비처로 보내줄 수돗물을 만드는 소위 물 공장이다. 정수장에서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수의 수질이 좋아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또 적합한 처리공법을 사용함으로써 공급되는 수돗물의 처리기준을 만족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처리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수년 전, 골프장에 살포되는 농약이 정수장 처리수를 오염시킬 것을 우려해 고양 정수장 인근에 골프장 증설을 반대한 시민들의 노력도 그 일환이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 수돗물을 병에 담아 품질이 좋다며 광고하는 물도 이 단계 제품이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의 품질이 제아무리 좋다 해도 공급되는 과정에서 오염이 된다면 모든 게 허사다. 수도관은 일반적으로 길이가 매우 길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의 수도관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말 현재, 전국의 수도관 총 길이는 약 21만㎞이고, 설치된 지 30년 이상인 수도관이 전체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나, 교체 및 개량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번에 인천에서 일어난 사태가 우연이 아니며, 체계적인 수도관 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수도사업자로부터 물을 받아 최종 소비되는 수전까지의 관리체계도 물의 품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도법에서는 공동주택 등 수돗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이나 시설의 소유자나 관리자는 급수설비에 대한 소독 등 위생조치를 해야 하고, 수도사업자는 이를 지도‧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소유자나 관리자는 급수관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지보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도 지고 있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공동주택이 많은 고양시 관내 급수관 관리 상태는 어떤지 자못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체육시간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오면 큰 노란 주전자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집에서는 수돗물을 받아 볶은 보리를 넣고 끓여먹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수돗물을 불신하고 있다. 2017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평소 수돗물을 먹지만, 그대로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7.2%에 그쳤다고 한다. 정수기 물을 먹는다(34.3%), 생수를 사먹는다(13.1%), 지하수, 우물물, 약수 등을 먹는다(3.2%)가 그 뒤를 이었다.

신체의 70%가 물일 정도로 물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이번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보급률 상수도 99%, 수돗물 맛 세계 7위를 자랑하던 국내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수도관의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첨단 기술개발, 수도관 관리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더불어, 시민의 관심과 감시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ebmaster@mygoyang.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