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일산신도시 입주해, 봉사활동과 주민소통에 분주

황영순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 마을과 지역 봉사는 물론이요, 30여년간 성당 봉사도 꾸준히 해온 똑순이 봉사꾼이다.

7월 23일 오전 11시 백석2동 행정복지센터 4층 주민자치위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민자치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갈색 쇼핑백에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짜장밥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다. 7월 23일 오늘은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들이 도시락 배달을 하는 날이다. 6명의 위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본인들이 방문할 동호수를 확인했다. “고생들 하세요. 조심히 다녀시고요”라며 서로 인사를 마치고 각자 도시락 배달처로 향했다.  
황영순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위원 1명과 도시락 3개를 들고 4단지로 향했다. 흰돌마을 4단지 17층 꼭대기. 옥상이라 그런지 더 더웠다. 더워서인지 대부분의 문이 열려있었다. 어르신댁에 도착한 황 위원장이 “도시락 왔어요”라고 말한다. 잘 안 들리시는 어르신은 “도시락 왔다구요”라고 한 번 더 크게 말하자 그때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밝은 미소로 반겼다. “너무 고맙지”라며 연신 고마워했다.

도시락 배달을 떠나기 전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들이 "오늘도 고생하세요"라며 서로를 격려 했다.

2000년 초반 지역일 시작해
도시락 배달을 마친 몇 명의 위원들이 주민자치위원실로 다시 모였다. 서로 “고생했다” 인사를 하고 오후  1시에 있을 이·미용 봉사를 위해 점심 식사를 했다. 1시가 다 되자 지역 미용실 ‘상상’에서 지역 어르신들 봉사를 위해 두 명의 젊은 여성 미용사가 도착했다. 이미 밖에는 어르신들 몇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위원들은 봉사가 있을 장소로 이동해 의자와 탁자 등을 이리저리 치우고 제자리에 놓으며 준비를 마쳤다. 어르신들은 의자에 앉자마자 “저 여자처럼 깎아줘요”라며 옆에 할머니를 가리킨다. “머리가 남자 같아요” “뭐 어때 나이 먹어 볼 사람도 없는데”라며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백석2동 주민자치위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10남매에 막내로 태어난 황 위원장은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배풂을 몸소 격어 왔다. “아버지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만히 안계셨어요. 밥 먹이고 잠도 재워주고..” 저에게는 그 모습이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나눔과 봉사가 익숙한가봅니다“라며 운을 띄웠다. 30여 년의 성당 봉사 활동(레지오)도 그 연장이었다. 
황 위원장은 1996년 12월 흰돌마을 5단지에 입주했다. 분양을 받아 일산신도시에 입주했으니 어느새 23년이 다 됐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지금도 분양받은 그 집에서 살고 있다. 황 위원장은 2000년 초반부터 일산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바르게살기위원으로 2년,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6년여를 했다. 일산이 좋아서 활동했고 마을을 사랑해서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시작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가 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며 그의 성실함과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위원들이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 직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하게 했다. 고심 끝에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7년 1월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황영순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오른쪽)이 지역의 어르신을 찾아 도시락 배달을 하고 안부를 물었다. 

지역 알리는 마을지도 제작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와 많은 시간을 같이해왔지만 위원장의 역할은 또 달랐다. 개인적으로 봉사와 나눔은 기본 이었지만 그것보다 주민들이 지역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작이 마을 지도였다. 이름은 ‘우리마을 행복지도’로 “같이가 가치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백석2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6면의 작은 리플렛이다. 고등학교 교사를 퇴직한 주민자치위원이 직접 다니며 기록했다. 몇 번의 교정도 있었다. 그렇게 백석여지도가 만들어졌다. 
그 공감대형성의 연장은 도시락 배달과 이·미용 봉사로 이어졌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여하는 봉사요 나눔이다. 문화강좌 프로그램도 공감대의 한 부분이다. 총 46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일 평균 166명이 수강하는 수준 높은 강좌들로 인기가 많다. 국가유공자,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수강료 50%를 감면해 준다. 지역민들을 위한 고양시 G버스커 길거리 정오음악회도 1년에 2회 상하반기로 추진해 공연 한다. 하절기에는 월·수·금 저녁 8시부터 9시까지는 알미공원에서 줌바댄스 강좌도 연다. 주민들에게 알미공원은 문화의 광장이다.

사랑의 이미용봉사에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는 황 위원장. 지역 미용실 '상상'의 헤어디자이너들이 봉사를 했다.

백석1·2동 축제 무산 아쉬워
백석2동은 직능단체가 두 달에 1번 정기 회의에서 마을의 정보를 공유하고 단체별로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도 한다. 공감의 한마당이다. “백석2동은 주민들이 참여가 기본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가 주민들에게 다가서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합니다. 올해는 백석1·2동 축제로 두 동이 한마음이 돼보려 했는데 사정상 무산이 됐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알미축제는 지역민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소중한 문화축제입니다. 내년 14회는 알차게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난 5월에는 알미공원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알미공원을 지나가는 어르신들에게도 음식을 대접했다. “백석2동에서 하긴 했지만 모두 같은 어르신들이고 시민들이고 어르신들이기에 음식 대접을 했다. 모두 다 뿌듯해했다. 너나없이 주민을 넘어 시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백석2동은 주민자치위원들 간의 관계가 남다르다. 위원들 간의 화기애애한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보인다. 9월에 나올 마을소식지도 주민과 소통하는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다. 황 위원장이 주민과 공감하려는 방법이 보이는 대목이다. 깨끗한 마을 백석2동이 되기 위해 주민들과 노력하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 

백석2동 위원들은 올 9월 마을소식지 발행을 위해 글쓰기 교육과 주민이 참여하는 소식지 만들기 교육도 받았다. 가을을 알리는 마을소식지가 벌써 궁금하다. 인터뷰가 마무리 되면서 황영순 주민자치위원장이 시계를 보고 양해를 구한 뒤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오후 2시 30분부터 일산동구청에서 열리는 ‘고양시주민자치활성화방안’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백석2동 마을지도. 고등학교 교사를 퇴직한 주민자치위원이 직접 걸으며 주민자치위원회와 만들었다. 이지도만 보면 백석2동을 한 눈에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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