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환경운동연합 3기 신도시 토론회

환경피해 떠안기며 토건주의 정책 반복
‘지속가능한 발전모델 역행’ 한목소리

 


[고양신문] 고양환경운동연합이 창릉 3기 신도시 발표의 적절성을 묻는 토론회를 열었다. 3기 신도시 관련 토론회는 고양에서만 이달 들어 3번째다. 고양포럼, 미디어고양파주가 주최한 앞선 토론회와 달리 이번에는 환경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29일 일산동구청에서 ‘3기 신도시 계획, 고양시민은 무엇을 주시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박숙현 경희사이버대 교수와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제를 했고, 이태영 녹색당 정책위원장,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등 환경·생태 전문가 4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를 한 박숙현 경희사이버대 교수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 본 고양시의 미래’라는 제목의 발제를 한 박숙현 교수는 제목처럼 다소 포괄적·원론적 관점으로 고양시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도시개발과 인구증가가 지속되고, 생태계서비스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삶의 질과 주거지의 매력도가 현격히 추락하는 ‘티핑 포인트’가 찾아온다”고 지적하며 “고양시는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교외도시(아이덴티티 없이 대도시에 기생해 존재하는 도시)’와 ‘위성도시(어느 정도 자족기능을 가지고 중앙도시와의 관계성을 유지하는 도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 후 “고양시는 과연 어떤 도시인가를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3기 신도시 발표로 도시기본계획의 축이 흔들릴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맹지연 처장은 ‘3기 신도시로 인한 그린벨트 훼손 후 수도권의 미래’라는 발제에서 도시근교 숲과 농지로 이뤄진 개발제한구역의 환경적 가치를 짚었다. 그는 “개발제한구역은 도시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임에도 오히려 도시개발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사용하는 일을 정권마다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를 짓는다고 주택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3기 신도시 개발로 구도심 인프라는 버려지고, 신도시 입주비용은 턱없이 높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맹 처장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개발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쓰다가 국가경제가 망가진 일본의 실패사례를 우리가 왜 반복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또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필요한 곳에 늘리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태영 녹색당 정책위원장.

이어 토론자들이 의견을 개진했다. ▲이태영 녹색당 정책위원장은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 시도는 명백한 실패로 결론났다”면서 “3기 신도시 개발은 투기를 조장해 무주택자의 삶을 더 악화시키고, 서울 중심의 사회·경제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관점에서도 3기 신도시는 적절치 않은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권 역시 성장체제와 토건정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는 “생태적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수많은 생명들의 서식지를 파괴한 자리에 신도시를 세운 점령군들”이라고 규정하며 “3기 신도시를 개발하면 고양시 마지막 남은 두꺼비 번식지와 해오라기 번식지가 사라진다. 그밖에 또 뭐가 사라지는지도 모르는 채 생태계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에 계획된 녹지공원은 인간의 보행을 중심에 놓은 녹지축일 뿐”이라며 “생물들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것은 녹지축이 아니라 하천, 물길, 습지, 연못 등이 이어진 생태축”이라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결론적으로 2기 신도시 개발은 고양의 생태축을 조각내고 말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마지막으로 토론회를 주최한 고양환경운동연합 조정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조 의장은 고양환경운동연합이 집중하고 있는 산황산 골프장 저지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도심숲, 골프장 아니면 자동차전용도로가 답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 의장은 골프장 직권취소를 시에 촉구하는 동시에, 서문고속도로가 산황산을 반토막낼지도 모른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조정 의장은 산황동 마을의 역사·문화·생태적 가치를 설명한 후 “시민들은 골프장도 고속도로도 아닌 생태마을을 원한다”면서 “산황산을 어린이 생태교육장, 치유의 숲 등으로 활용하는 도심 속 슬로시티로 만드는 일에 시민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장석환 대진대 교수는 “녹지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의 개발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이어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들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산 주민들에게 대체만족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3기 신도시 건설로 인한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장석환 대진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