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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를 찍으면<박미숙의 그림책으로 본 세상> 『진정한 챔피언』
  • 박미숙 책과 도서관 대표
  • 승인 2019.08.08 10:03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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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챔피언』(파얌 에브라히미 글, 레자 달반드 그림, 이상희 옮김, 모래알)

[고양신문]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나를 아는 사람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어려서 모범생이었다. 그냥 보통 모범생이 아니라, 어른들 말이라면 곧이곧대로 믿고 행동하는 아이였다. 길거리를 지나다 관공서에 걸린 태극기를 보면 멈춰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 복도에서도 항상 뒷짐을 지고 뒤꿈치를 들고 걸었고, 길거리에서 천 원짜리라도 한 장 줍게 되면 꼬박꼬박 파출소에 갖다 줬다. 어른들이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어른들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훌륭한 사람은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었다.

『진정한 챔피언』(파얌 에브라히미 글, 레자 달반드 그림, 이상희 옮김, 모래알)에 나오는 압틴은 나와 많이 달랐다. 어른들 말에 의문을 갖고 자기 나름대로 고민하고 해석하는 아이였다.
모두가 스포츠 챔피언인 몰레스키 집안에서 태어난 압틴은 다른 식구들과 아주 달랐다. 운동을 잘 하지도 못했고,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다른 식구들처럼 입 위쪽에 점도 없었다. 압틴을 부끄러워하는 집안 어른들은 ‘몰레스키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트로피도 척척 받아 오고, 금메달도 주렁주렁 걸어야지!’라고 윽박지른다. 이런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압틴. 하지만, 압틴은 챔피언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생각하며 산다. 그때마다 아빠는 화를 내고, 압틴은 점점 작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압틴은 거실에 걸린 조상들 챔피언 수상 사진을 보며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상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은 압틴은 기발한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긴다. 그 다음 날, 압틴이 한 짓(?)을 발견한 아빠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면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엡틴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작은도서관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법 상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 범주에 포함되지만, 공공도서관 통계를 낼 때는 개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이 서로 다른 범주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나 역시 별다른 의식 없이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협력해야…’등의 표현을 쓴다. 엄밀히 맞지 않는 표현이다.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이냐?’는 문제제기도 끊임없이 많이 들려온다. 그럼 작은도서관은 뭘까? 엄대섭 선생님의 ‘마을문고운동’을 기준으로 보면 50여년, 짧게 봐도 20여년에 넘는 역사를 가진 작은도서관 존재는 공공도서관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되어야 할까?

엡틴의 아빠는 ‘너 같은 아이가 우리 집안에 태어나다니, 조상님께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말한다. 집안이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 하니 엡틴을 부정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엡틴은 스포츠 챔피언은 아니라도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기 바란다. 몰레스키 집안이 이제껏 생각하고 살아온 방식과 다르지만 엡틴이 몰레스키 집안사람인 것처럼, 작은도서관도 역할만 다를 뿐 전국에 6천 개나 존재하는 공공도서관이다.

박미숙 (책과 도서관 대표/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

엡틴은 조상들 사진에 기발한 짓(?)을 하기 전, 거울을 보며 자기 입 위쪽에 점을 찍는다. ‘나도 몰레스키 집안사람이다.’ 스스로 선언하는 행위이다.
만약 엡틴이 점을 찍지 않고 ‘에이. 나 몰레스키 집안사람 안 할래. 출생은 그랬어도, 다르게 살 거야.’ 선언하고 그 집안을 나와 버렸으면 어땠을까?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또 다른 결말도 상상해 본다. 기발한 짓(?)을 본 아빠는 더 화가 나 엡틴을 두들겨 패고 세면대로 끌고 가 점을 지우고 내쫓는다. 아니다. 아빠가 ‘아, 우리가 챔피언이 되는 것만 추구했지 행복하게 살지 못했구나. 이제라도 엡틴을 집안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랑해줘야지.’하는 거다. 지나친 비약이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그래도 엡틴 이야기는 이런저런 결말이 상상된다. 작은도서관은 어떻게 될까?
 

※ 참고 - 도서관법 제2조(정의) 4항."공공도서관"이라 함은 공중의 정보이용ㆍ독서활동ㆍ문화활동 및 평생교육을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32조에 따라 교육감이 설립ㆍ운영하는 도서관(이하 "공립 공공도서관"이라 한다) 또는 법인(「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이하 같다), 단체 및 개인이 설립ㆍ운영하는 도서관(이하 "사립 공공도서관"이라 한다)을 말한다. 다음 각 목의 시설은 공공도서관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가.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으로서 제5조에 따른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자료기준에 미달하는 작은도서관

 

 

박미숙 책과 도서관 대표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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