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는 고양시에서 10여 년째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직원 수가 20명이 넘다보니 수시로 홀서빙이나 주방보조를 채용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B가 직원을 채용할 때 구인 사이트에 올리는 근로조건은 다음과 같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 휴게·점심·저녁 2시간, 월급 230만원. 이러한 구인공고에 많은 지원자가 몰려 채용에 어려움은 없지만, 최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2017년만 하더라도 최저임금은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포함해 210만원 정도여서 신입 직원에 230만원씩 지급하는 B식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포함해 계산한 금액이 242만원이 되기 때문에 이제 B의 의지나 시장의 수요공급원칙에 상관없이 10만 원 이상의 급여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작년에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급여를 인상하는 대신 휴게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2시간 30분으로 연장하는 조건으로 초봉 230만원을 유지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된 2019년인데, 이를 적용하면 신규 홀서빙 직원에게 270만원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B는 인건비 부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식당의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그러자 식당을 찾던 고객들의 반응이 싸늘하게 변하며 단번에 매출이 1/3이나 줄어버렸다. 다시 가격을 본래대로 환원하고 근로자들과는 휴게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늘리기로 하고 임금을 245만 원 선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식당 매출이나 고객 방문패턴은 비슷할진대 휴게시간을 3시간 넘게 정했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위의 사례와 같이 노동현장에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의 수준을 미리 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휴게시간을 조절해 최저임금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만일 B식당의 직원이 근무하는 동안 근로계약서의 휴게시간이 형식적이었음을 이유로 부당하게 휴게시간으로 공제된 임금을 청구한다면 B는 그에 해당되는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순간에도 휴게시간도 없이 근무하였다는 이유로, 본인이 식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이 아니라 불과 15분 남짓뿐이라는 이유로 추가임금을 청구하는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부의 창을 휴게시간이라는 방패로 막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경영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할 때다.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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