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한안국(韓安國)은 양(梁)나라 효왕(孝王)을 보필한 유명한 사람이다. 오(吳)초(楚) 반란 때 장군으로 참전하여 나라를 지킨 공으로 이름을 얻었다. 뒤에 죄를 받아 몽(蒙)의 옥사에 갇히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옥리인 전갑(田甲)이 안국을 핍박하며 욕을 보였다. 안국은 “죽은 재 같지만 어찌 다시 타지 않겠는가?(死灰獨不復然乎)『史記』<韓長孺列傳>”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전갑은 “그러면 곧 오줌을 누어 버리지.”라고 하였다 한다. 그렇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처럼 안국은 다시 등용되어 내사(內史) 벼슬에 오르게 된다. 전갑은 혼이 나가 도망하였다가 얼마 뒤 육단(肉袒)으로 사죄를 청했다고 전해진다. 육단(肉袒)이란 웃통을 벗은 채 가시나무 회초리를 짊어지고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을 말하니, 오줌으로 끌 불이 아니었던 것이다. 위의 이야기에서 ‘죽은 재가 다시 탄다’는 ‘사회부연(死灰復然)’이란 고사가 만들어 졌던 것이다.

이라크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한 항전을 보면서, 혹 오줌으로 끄지 못하는 불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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