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종일

김종일 동화작가. 소설가

[고양신문] 우리말 속담에 ‘먼 곳 사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조금 변용해 ‘잘 둔 이웃은 먼 친척보다 낫다’라고 표현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가깝다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가깝다는 말이고, 먼 나라라는 것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행한 역사적 침탈(侵奪)과 관련해 멀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가장 큰 고통과 아픔을 준 나라이다. 따라서 이웃 국가로서 잘 둔 이웃이어야 하는데 먼 친척만도 못한 나라가 일본이라는 현실이 우리나라와 일본에게는 불행이 아닐 수가 없다. 그건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 역시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다. 중국 또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도움도 주었지만 고통을 더 많이 준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도 경제문제와 군사문제(사드)로 갈등을 빚고 있고,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군사적인 부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에 따라 갈등과 반목이 늘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배제 조치는 이를 절실하게 증명하는 꼴이 됐다. 이들 조치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큰 타격과 영향을 줄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반도체 및 핵심 소재에 대한 규제 조치가 시행돼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36년간의 식민지 지배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피해를 받았는지 사과는커녕 적반하장 격으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일본에 대해 속 좁은 나라,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나라라고 매도할 수 있다.

분명 일본이 이번 강제 징용 판결과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 국가로 분류해 경제적 불이익을 준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냉철한 이성으로 돌아보자.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에 기술 의존을 너무 했다. 손쉽게 일본에서 부품을 사다가 반도체를 조립하고 기계를 제작했다.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일본의 의존도를 줄이는 일을 너무 소홀히 했다. 이런 결과가 오늘날 일본의 경제 보복에 우리 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일본을 극복하는 과제는 말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들의 기술을 능가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 당장 문구류 중에 볼펜을 하나 예를 들어봐도 알 수 있다. 품질 면에서 일제가 국산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니 학생들과 국민들은 일제를 선호한다. 무조건 애국심에 호소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서는 안 된다. 일본 제품을 능가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면 누가 굳이 일제를 사용하겠는가.

기술력의 격차는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도 기업도 새로운 다짐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행정 지원과 세금 혜택, 기술개발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사활을 걸고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수입선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해 일본 의존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2019년 8월 15일, 광복 74주년을 맞이해 대한민국의 참다운 광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일본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극일(克日)의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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