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경제
자동화·냉동 NO… ‘할머니 직원’ 손맛으로 24년간 전 부쳐요이하경 처가식품 대표, 농림축산부 장관상 수상
  • 이명혜 기자
  • 승인 2019.08.20 12:07
  • 호수 1429
  • 댓글 0
이하경 처가식품 대표

[고양신문] 고양시 소재 전통식품제조업체인 ㈜처가식품 이하경 대표가 7월 10일 제23회 ‘여성경제인의 날’을 맞아 여성기업유공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처가식품은 수작업으로 튀김, 전류와 약 40종의 과일을 초·중·고교와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2013년 HACCP 인증, 2015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등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 강소기업이다. 올해 24주년을 맞은 처가식품의 이하경 대표와 이시현 이사를 만나 20대에 창업했던 이야기부터 들어보았다.

 

1000만원 쥐고 사업 뛰어든 자매

1995년 5월, 20대 두 자매는 전으로 사업을 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당시는 초등학교만 급식을 하던 때였는데 학교와 기업의 단체급식에서 손 많이 가는 전을 하기는 어려울 테니 사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으로 자본금 1000만원을 마련해 지하상가 25평을 임대해 창업을 했다. 이하경 대표가 27살, 동생인 이시현 이사가 24살 때의 일이다. “업소용 냉장고와 프라이팬을 들여놓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더니 우리 어머니는 곧 망할 거라고 냉장고와 프라이팬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계산하고 계셨어요.”

이하경 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들 자매가 전통적인 전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전라도 전주가 고향인 어머니는 손맛 좋고 인심 좋은 분이었다. 명절이면 음식을 ‘아주’ 넉넉하게 준비해서 자매들이 둘러앉아 하루 종일 전을 부쳐야 했다. 평소 해오던 양이 있어서 급식실 납품은 두렵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급식실에 찾아가 직접 지져낸 따뜻한 전을 먹어보라고 하며 영업을 했다. 당시 공장에는 5800명이 자율배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영양사도 메뉴에 전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고 했다. 힘이 났다. 샘플을 20번 정도 들고 가서 결국 주문을 받아냈다. 탑차를 할부로 뽑아 직접 배송도 했다. 탑차 가득 전을 싣고 공장 문을 들어설 때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그러다 강동구의 한 학교에 납품이 성사됐다. 

전 맛에 만족했던 영양사가 지역 분과모임에서 소개하면서 주문이 이어져 강동구와 강남구를 중심으로 학교 급식 납품이 시작됐다. 백석동 지하 25평 상가에서 시작해 1년 후 덕이동으로 옮기고, 다시 1년 후 사리현동에 땅을 매입해 옮겨왔다. “사업이 정말 잘 돼서 ‘이렇게 대기업이 되는구나’ 하면서 신나게 일하고 돈을 벌었다”는 이하경 대표. ‘자동화하지 않고, 냉동식품으로 만들지 않고, 비싸고 좋은 재료 사용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아 대량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대기업되는 것은 ‘물건너’ 갔단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직원 대부분이 60~70대 할머니·장애인처가식품의 직원은 20명. 대부분 60~70대 할머니와 장애인이다. 이 대표는 고용창출을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많아도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르신들과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굳게 믿는다. 처가식품 손맛의 비결은 ‘할머니 직원’들이 100퍼센트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부쳐냈기 때문이다. 최고령 직원은 80세 할머니였는데 얼마 전 퇴직했다. 다들 근속연수가 오래돼 기본 10년씩은 다니고 있고, 생산을 책임지는 실장은 창립 때부터 함께해 24년째 한솥밥을 먹는 식구다. 할머니들이 많다보니 가을이면 단풍놀이, 겨울이면 김장 때문에 불쑥 “사장, 나 내일 못 와”하고 한마디 던지고 결근하는 경우도 다반사. 그럴 때면 사장·이사 자매가 새벽부터 생산에 투입돼 함께 전을 부쳐 납품한다. 지금도 급할 때면 이하경 대표가 직접 탑차를 운전해 배송도 간다. 

처가식품은 전 종류는 거의 다 생산하는데 특히 깻잎전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해서 냄새 나지 않고 깻잎 향과 적당히 어우러져 맛있다. 계절 식품으로는 진달래전과 국화전, 수수부꾸미도 만든다. 봄이면 새벽에 자루 들고 산으로 가서 진달래꽃을 딴다는 이시현 이사. “우리 아이들이 엄마 일이 극한직업이라고 해요.” 올 봄에도 8만 개의 진달래 화전을 부쳐서 납품했다. 배짱 좋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영업을 뛰는 언니와 꼼꼼하게 공장 살림을 챙기는 동생. 자매가 역할분담을 해 두 개의 자전거 바퀴처럼 처가식품을 탄탄하게 굴려가고 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 제대로 만들자

그러나 처가식품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식중독 사건이 뉴스에 크게 보도되면서 판로가 막힌 적이 있었다. 식중독 염려 때문에 외부 식품 반입이 제한된 것. “지금 생각해보면 과도기를 맞은 건데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영양사 출신 분을 영업으로 모셔두고 저는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어요. 경영학을 공부하고 왔더니 고비를 잘 넘기고 있었죠.”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했던 이하경 대표는 돌아와서 새로 공장을 크게 지었다. 공장이 커지면서 생산수량이 늘어나 회사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시현 이사는 급한 주문이나 크레임이 들어올까 봐 24시간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인 만큼 좋은 재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대로 만들어, 얼리지 않고 배송해서 맛있게 먹이겠다는 신념으로 하루가 바쁘게 돌아간다.  

처가식품에는 영양사가 상주하면서 직접 재료 검수하고 칼로리 계산을 한다. 알레르기 표시는 기본이고 “우리학교에는 달걀 알레르기 있는 학생이 있어요. 달걀 안 넣고 10개” 이런 까다로운 주문에도 맞춰서 만들어 보낸다. 4남매의 둘째 딸인 이하경 대표는 “우리 막내는 우리가 공부시켜 법무사가 됐어요. 너는 할머니들이 전 부쳐서 잘 된 거니까 봉사 많이 해라, 그러죠”라며 동생을 꼭 언급해 달라고 당부했다. 막냇동생은 누나의 이름을 따서 법무사 사무실을 열고 누나의 말대로 무료법률 상담도 한다.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고 전통음식을 지켜가는 자매, 무료상담 봉사하는 막내. 나눔을 실천하는 의좋은 남매들이다.

 

 

이명혜 기자  mingher@hanmail.net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