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소설가의 <텃밭에서 세상읽기>

김한수 소설가

[고양신문] 텃밭농사를 짓다보면 자연스레 먹는 음식에 민감해진다. 농사를 알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오르는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은 알면 먹을 게 없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

실제로 매일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농약과 화학비료와 제초제로 키워졌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까지 투여한다. 그렇게 키워진 농산물은 우리의 몸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그런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건 농산물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기를 비롯해서 물고기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꽤 심각하다. 여기에 유전자조작 수입농산물까지 더해지면 헉, 소리와 함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더 답답한 건 아무도 우리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진실을 알리고자 끊임없이 애를 써왔지만 기득권사회는 시종일관 거짓이 진실인양 포장해가며 독이 되는 식품을 팔아 잇속만 챙겨왔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팔다가 적발됐다는 신문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러나 별다른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고, 처벌 받은 이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 방송국들이 연예인들을 일본으로 보내서 일본 수산물이 맛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려도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이 밝혀져서 유럽사회가 발칵 뒤집어져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수입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유통시키고 있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모 대기업들이 후쿠시마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프리카에서조차 수입을 금지시킨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안전하다고 우기며 싼값에 들여와서 가공해 팔아먹는 것까진 어찌어찌 이해하려고 노력해볼 순 있다. 하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농산물을 사들여 와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팔 시도를 했다는 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본 정부와 기업이 후쿠시마 농산물과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우기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방사능에 오염된 농산물을 은밀히 들여와서 사람들에게 먹일 생각을 했다는 건 소름 끼치게 무서운 범죄행위이다. 그런데도 이 소식은 인터넷상에서 소란스러울 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수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더라도 기업은 가습기살균제사건 때처럼 약간의 벌금만 내면 그뿐이다.

이런 파렴치하고 소름끼치는 일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되풀이해서 겪어야 할까.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 원산지를 꼼꼼하게 따지거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때 성분표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충 먹고 살지 왜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남없이 음식 앞에서 지금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로운 음식 앞에서는 극도로 분노해야 하며, 그러한 식품을 판 부도덕한 기업은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영구히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니 제발 이제부터라도 삼시세끼 밥을 먹을 때 까칠하게 먹자. 그리고 그 까칠함이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