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동상담실 '꾸미루미' 최성식 소장 인터뷰

[고양신문] 온라인 채팅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청소년 성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우수명 대림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가 십대여성인권센터의 2018년 사이버 상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세 이하 청소년 828명 중 97명(11.7%)이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한 97명의 청소년 중 25명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이었다. 또한 이들의 최초 성매매 연령은 만 나이로 15.3세에 불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처음 성매매를 진행한 방식은 ‘스마트폰 채팅앱’이 59.2%, ‘인터넷 카페/채팅’ 등이 27.2%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청소년 성매매가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로 청소년들의 성매매 방식은 주로 채팅을 이용하는 개인형 조건만남이나 영상, 사진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덕양구 소속 공무원이었던 A씨는 채팅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고생을 만나 20만원을 건네기로 하고 성관계를 맺은 뒤, 지급하기로 했던 돈을 모두 지급하지 않고 폭행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얼마 전에는 현역 육군 소령이 SNS를 통해 알게 된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매매를 했던 사실이 발각돼 일산동부경찰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고양시에서 일하는 한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을 성적대상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계층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점점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한다.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고양시 청소년이동상담실 ‘꾸미루미’ 최성식 소장을 만났다.

 

<인터뷰> 청소년이동상담실 ‘꾸미루미’ 최성식 소장

일산서구의 한 카페에서 꾸미루미 최성식 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얼마 전 고양시에서 여성청소년을 성매수한 사건이 있었다.

뉴스로 접했는데 굉장히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성인들과 채팅이나 SNS를 통해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본다. 처음엔 청소년도 무언가에 관심이 있어 SNS를 통해 만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후에 지속적인 만남을 거부하는데 협박을 했던 것을 보아 굉장히 질이 좋지 않다. 이동상담을 진행하며 간혹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청소년들에게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남기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후 협박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피해청소년이 부모님과의 소통을 통해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 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는지.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일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간혹 랜덤채팅을 통해 성인을 만났던 것에 대해 얘기한다. 혹시나 무슨 일이 없었는지 물어보면 이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오히려 그 사람을 두둔하며 감싸기도 한다. 다른 청소년은 성인을 만나서 성관계를 맺었는데 일어나서 보니 테이블에 돈이 올려져 있었다고 한다. 신고의무자로서 이런 사례를 접할 때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든다.

- 청소년의 잘못된 선택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나.

성과 관련해 처음에는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이후에는 무뎌지는 것처럼 자신의 몸과 인격에 대한 가치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2년 전에 들어왔던 상담 중 하나는 청소년이 채팅과 성매매를 통해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당시 같이 왔던 친구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현재 강남에서 숙박이 제공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친구도 처음부터 이렇게 되고 싶어서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제대로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망각한 채 삶을 이어가면서 이렇게 된 거 같다.

- 청소년이 채팅앱이나 SNS를 통해 성인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보통 위험한 어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자신은 성장하고 있기에 미흡한 존재이지만, 성인들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생각들은 청소년들이 성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소통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성인들이 애초부터 채팅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면 거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헷갈리기 쉽다. 채팅 등을 통해 성인과 소통하는 친구들을 보면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나, 관심 받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노려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청소년들은 그 사람을 변호한다. 자신에게 잘해줬던 사람이 돌변한다는 것에 대해 믿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과의 소통이다. 청소년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찾아가는 이동상담과 위기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인식개선을 위한 예방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아직까지 성에 관련된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현장전문가들의 도움과 정보공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호기심에 의해 대화하고 싶은 대상을 찾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민을 공유하고자 그 대상이 대외적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공허한 마음을 달래줄 곳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위기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양시에서도 청소년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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