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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법 개정 ‘학교 환영’ ‘교육청 울상’ ‘학부모 글쎄’학폭법 개정 9월부터 시행, 무엇이 달라지나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9.09.02 10:19
  • 호수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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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폭력 자체해결제 도입
기존 학폭위 심의 교육청 이관
학교, 교육적 회복시스템 필요 


9월 1일부터 사소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내년 3월부터는 일선 학교에서 담당해오던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업무가 모두 해당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 

국회는 8월 2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학폭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미한 사안에 대한 학교자체해결제 도입 ▲학교폭력 심의·의결 기능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행정심판으로 재심 창구 일원화 ▲처벌수위가 낮은 사안(1,2,3호 조치)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1회 유보 등이다. 이는 기존 학폭법이 학폭관리업무를 사법의 테두리로 몰아넣으면서 학교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즉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이 핵심 골자다. 

학폭 자체해결제, 교육적 해결 초석
당장 달라지는 것은 2학기부터 실시되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 내 자체해결제 도입이다. 학내 사소한 다툼에서 발생한 학폭 문제일 경우 학교장 재량 하에 쌍방합의를 통한 자체종결이 가능해진다. 자체종결이 가능한 사안은 피해정도가 전치 2주 미만이어야 하며 재산상의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되어야 하고 보복성, 지속성이 없어야 한다. 물론 피해자와 학부모가 원할 경우 얼마든지 재심은 가능하다. 

기존 학폭법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다툼조차 모두 학폭위를 열어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일선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리 사소한 다툼이라도 일단 인지하게 되면 14일 이전에 알려야하고 학폭위를 소집하도록 되어있었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중재하려고 해도 자칫 편파성 논란이 제기될까 부담스러워 전전긍긍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화해·조정이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한 법적절차다 보니 가해측·피해측 모두 불만을 갖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불만들은 고스란히 학교와 담당교사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졌다. 일선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다보니 다들 학폭 관련 업무라면 우선 손사래부터 치는 분위기였는데 다행히 이번 개정안을 통해 학교 내 학폭 업무가 줄어들고 갈등조정 및 사전예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고양시 일부 학교들의 경우 몇 년 전부터 경기도교육청 매뉴얼에 따라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자체해결제’를 시행하긴 했지만 이번에 법률로 명시되면서 모든 학교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폭 재심 무료 행정심판 일원화
경미한 학폭 처분에 해당하는 교내선도형 조치 1~3호(서면사과, 보복금지, 교내봉사)의 경우 생활기록부 기재를 1회 유보시킨 것도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학폭 문제가 학부모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학생부 기재 문제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개정안을 통해 무분별한 갈등조장과 재심 행정소송이 감소될 것이라고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가해학생이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일 경우 생활기록부 기재를 막기 위해 패소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을 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지난한 학폭 소송절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년 3월부터는 일선 학교에서 학폭위가 사라진다. 학교 내 학폭위를 없애고 해당 기능을 교육지원청에 신설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로 이관시킨다는 방침이다. 일선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처벌에서 손을 떼고 대신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해 교육지원청 심의위로 넘길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심의위는 기존 학폭위에 비해 위원수를 최대 50명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학부모 위원의 구성비를 과반수에서 3분의 1로 축소하고 업무 담당자 및 법률전문가의 비중을 높였다. 이를 통해 교육당국은 학폭 심의에 있어 행정적·법률적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학폭업무 시스템에서 이원화(피해자→도청 지역위, 가해자→도교육청 징계조정위) 됐던 재심창구 또한 도교육청 행정심판 위원회로 일원화됐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재심을 원할 경우 민사소송을 거쳐야 했지만 이번에 법이 바뀌면서 무료로 가능한 행정심판 신청이 가능해졌다.   

학교는 업무 줄고 교육청 급증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학교현장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잦은 학폭위 개최에 따른 행정 부담을 덜게 됐으며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재심, 소송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사전 예방, 피해학생 보호 그리고 관계회복이라는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일산의 한 중학교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는 “기존 학폭법은 학교 내의 다양한 갈등을 법적절차를 통해 무조건 처벌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된 처벌보다는 피해자·가해자 모두에게 상처를 안기는 결과만 가져왔다”며 “부족하나마 학교가 교육적 관점에서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심의위를 신설하고 학폭 업무를 넘겨받아야 하는 고양교육지원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고양시 내 150여 개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폭 심의를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 발표 이후 학폭 담당 장학사를 1명을 추가 모집하고 관련부서 주무관을 늘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담당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심사위가 얼마나 개최될지, 투입인원과 예산이 얼마나 될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업무포화로 인해 심의위가 오히려 기존 학폭위보다 학폭 문제를 기계적으로 판단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학내 갈등 회복 위한 시스템 필요
교육전문가인 최창의 율곡연수원장은 “개정안에 따른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한계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최 연수원장은 “교육지원청으로 업무가 이관됐지만 해당 학폭 사안에 대한 조사는 어차피 학교 현장에서 진행하고 자료를 심의위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담당교사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학폭 업무를 심의위로 일원화하는 것이 교육적 방식의 해결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개정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학내에 갈등을 조정하고 교육적 화해와 회복적 관계전환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연수원장의 말처럼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학교폭력 예방 및 교육적 해결을 위한 화해·조정 프로그램 도입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폭력이 단지 사법적 의미에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의 과정으로 이해되고 궁극적으로 화해하는 관계회복의 교육적 과정이 되도록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호승 회복적서클대화협회 사회적협동조합 부설연구소 서클랩 소장은 “학교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갈등을 조정하고 회복적으로 이끄는 프로그램이며 이를 위해 교사교육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교육청뿐만 아니라 고양시에서도 관련 예산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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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화해조정 위한 후속조치 필요”

신호승 회복적대화서클사회적협동조합 부설 서클랩 소장

회복적접근 폭넓게 논의됐으나
처벌위주 학폭법 남아 아쉬워
학교자체해결제 도입은 긍정적
학폭전담기구 구성원 교육 필요

이번 학폭법 개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처벌위주가 아닌 교육적 해결이라는 근본취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통해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회복적 서클대화협회 또한 비슷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곳 부설연구소 서클랩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폭력 전문가 신호승 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2012년 학폭법 강화로 인해 학생과 학교가 10년 동안 겪은 고통에 비하면 지나치게 안이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학교폭력 접근과 관련해 회복적 접근이라는 대안을 마련해 계속 논의하고 확장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처벌위주의 학폭법은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찰과 법원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해 회복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교육부에서 그동안 시민사회가 연구해온 노력들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다는 실망감이 크다.  

개정안에 긍정적인 측면을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일부 진전된 부분이 있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 매뉴얼로만 가능했던 ‘학교자체해결제’ 같은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교육적 해결의 여지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법은 최소한의 상식선을 규정하는 것 아닌가. 학폭법을 내버려 둔 채 자체해결권만 넘겨줄 경우 자칫 학교가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가려는 수단으로 활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학교의 재량에만 맡겨두기에는 우리나라 학교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학교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교육청으로 넘어간 사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교육청 내에 학교폭력 심사위가 끊임없이 열릴 텐데 해당 위원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질지, 업무량에 쫓기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적 해결방식이 아니라 행정적, 법적 방식의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당장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내년부터 학교현장에서 학폭위는 없어지지만 전담기구는 여전히 남게 된다. 심의·처분 기능은 없지만 경미한 학교폭력사안에 대해 판단하고 중재하는 업무를 맡기 때문에 오히려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 정도의 해결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다. 전담기구 구성원들이 조정과 화해를 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당장 9월부터 자체해결제가 시행되지만 이러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다. 

학폭법 재개정안에 대한 현실적인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근본적으로는 처벌위주의 학폭법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지금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앞서 말한 학교폭력 전담기구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후 교육부 시행령 등을 통해 이 부분을 명시하고 여기에 따른 지원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 심의위까지 넘어간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처벌과 대화프로세스 2가지 해결경로를 피해당사자에게 제안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경찰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이러한 프로세스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만약 교육청에서 회복적 교육예산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양시 차원에서라도 추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작년부터 혁신교육지구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국가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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