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뜨레노띠 침대&한양문고 - 한달에 한 번 진짜인문학
유형종 칼럼니스트 ‘라 트라비아타로 만나는 오페라 감상법’

 

쉽고도 깊이 있는 설명으로 오페라의 매력을 소개해 준 유형종 클래식 칼럼니스트.
[고양신문] “오페라는 난해하고 고급스런 예술이라는 선입견이 많은데, 사실 오페라는 뮤지컬이나 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대중적인 공연예술이었습니다.”
고양시 기업 알뜨레노띠 침대와 고양의 대표 지역서점 한양문고 주엽점이 함께 마련한 ‘한달에 한번 진짜인문학’ 9월 강좌에서 유형종 클래식 평론가 겸 칼럼니스트가 ‘라 트라비아타로 만나는 오페라 감상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2일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유형종 평론가는 오페라 역사상 최고 인기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노래와 스토리를 소개하며 강의실을 채운 청중들을 오페라의 매력 속으로 안내했다. 
유형종 칼럼니스트는 강연 중간 중간 200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진행된 ‘라 트라비아타’ 공연실황 영상을 보여주며 가수의 노래와 연기, 그리고 이야기와 무대 구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강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평론가들이 가장 중요한 오페라를 선정하면 아마도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가 꼽힐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너무 길고 묵직해 일반인이 접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일반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면 아마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가 첫 번째로 손꼽히지 않을까.
연극적 전통이 강한 독일 오페라에 비해, 이탈리아 오페라는 가수와 노래가 중심이다. 스토리는 단순한 반면 아름다운 선율이 강조돼 초보자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멜로드라마처럼 무척 통속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르디는 29세에 작곡한 ‘나부코’로 명성을 얻은 이후 80세까지 지속적으로 창작을 했다. 더 놀라운 건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꾸며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도 베르디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가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은, 비록 악인이라도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 연민의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 독일의 대표 작가 바그너의 작품은 선악 구분이 명확하다.

아름다운 노래로 감상하는 통속적 스토리

‘라 트라비아타’는 길을 잘못 든 여인이라는 뜻이다. 원작은 알렉산더 뒤마(주니어)의 소설 ‘카멜리아의 여인’이고, 우리나라에는 ‘춘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여주인공(소프라노) 비올레타의 신분은 ‘코르띠잔’이다. ‘코르띠잔’은 최상류 부르주아 남자들의 ‘혼외 공식 애인’ 역할을 하는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19세기 프랑스에서만 존재했던 특별한 존재들이다. 남자의 금전 후원을 받아 화려한 삶을 누리지만 재산을 상속받지도 못하고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젊음이 시들면 쓸쓸하게 퇴장해야 하는 덧없는 존재들이다.
남주인공(테너) 알프레도는 순수하지만 세상을 모르는 철없는 젊은이다. 명문가의 자제인 그는 세상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프랑스 상류사회의 룰을 어긴 것이다.

여기에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바리톤)이 등장한다. 세상의 시선과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그는 두 사람 사이의 훼방꾼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계는 오페라 등장인물의 전형적 구도다. 이를 두고 영국의 천재 극작가 버나드 쇼는 “오페라는 테너와 소프라노가 사랑하지만, 바리톤 때문에 침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얘기”라고 재치 있게 정의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여성성을 상징하는 소프라노와 미성숙하지만 순수한 열정의 젊은 남자 테너, 그리고 권력과 재력을 가진 중년 남자 바리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예상을 어긋나지 않고, 통속적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무대

최근 오페라 연출은 점점 모던하고 실험적 무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2005년 잘츠부르크 공연 역시 삶의 유한함을 상징하는 시계가 중요한 무대장치로 위치를 바꿔가며 등장하고, 원작에는 없는 침묵의 노인이 등장해 여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파격적으로 단순화된 무대 장치 역시 전통 오페라에 익숙한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벽에 걸려있던 커다란 시계가 점점 바닥으로 내려오고,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모욕을 주는 극의 하이라이트에선 그녀를 아예 시계 위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원작자 뒤마(주니어)와 얽힌 숨은 이야기와, 작곡자 베르디의 개인사가 모두 반영돼 있다. 뒤마는 실제로 마리 듀플레시스라는 젊은 코르띠잔과의 짧은 열애를 경험했고, 베르디 역시 자신과 인연을 맺은 두 여인을 향한 마음을 이 작품 안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의 마지막 노래는 대개 남녀 주인공의 이중창으로 끝난다. ‘라 트라비아타’ 역시 느린 왈츠 리듬에 통속적인 가사의 이중창이 울려퍼지며 극이 마무리되는데,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그게 바로 거장 베르디의 실력이다. 오페라, 알고 보면 무척 흥미롭다. 오페라의 매력과 만나보길 권한다.
 

■ 이탈리아 명품 매트리스 알뜨레노띠 침대와 고양의 대표 지역서점 한양문고가 함께 마련한 ‘한달에 한 번 진짜인문학’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저녁 7시에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진행된다. 
10월 7일에는 이윤호 인문학 스토리텔러가 강사로 초청돼 ‘고전에서 나를 찾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강연 후 한양문고 주엽점 ‘갤러리 한’ 카페에서 대화의 시간도 이어진다. 참가비 1만원. 문의 및 신청 031-919-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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