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광석

고광석 대명한의원장

[고양신문] 온 나라가 한 달 이상 조국 법무장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편은 지지하고 한 편은 거의 증오 수준이다. 100만 건 이상의 기사가 나왔다는 소식을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 개인에 대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뉴스를 쏟아낸 건 세계적인 기록감일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출한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겠다.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서로 양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덕에 나도 많은 공부를 했다. 조국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검찰 개혁의 구상 그리고 왜 개혁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검찰 공화국이었다. 그동안 나라를 손 안에 쥐고 좌지우지해 온 검찰은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으며 그 세력을 키워왔다. 그리하여 이제 그 권력은 너무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들이 개혁의 칼을 꺼내 든 용자 앞에서 거의 광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그간 그들이 기소권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명줄을 쥐고 흔들었을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더 킹’이라는 영화를 봤지만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영화보다 더 지독하다는 말을 실감 해야만 했다. 방송언론은 또 어떤가. 지난 정권에서 받아 온 접대가 사라진 때문인지 거의 검찰과 한 몸이 된 듯 일사분란하게 악의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또 한 무리의 정치인들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하는 모습이다. 청문회는 정치적인 통과과정인데 검찰 초유의 후보자 수사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강남좌파’라는 이름으로 한 때는 꽤나 우호적인 시선을 받던 사람이건만 그 사람의 위치가 달라지자 언론도 태도가 달라진 듯하다.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진보지식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얼마나 엄한지 보는 이들도 다 긴장 될 지경이었다. 학이 까마귀 되기는 하루면 충분하다고 했다. 조국장관은 학처럼 살고 싶었겠지만 장관에 추천되면서 속세의 무서운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가 말한 대로 역사적 소임을 다하려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과정일 것이다.

서강대 최준식 교수는 찬란한 한국문화를 ‘문기(文氣)’와 ‘신기(神氣)’로 축약했다. ‘문기’란 상층 문화에 흐르는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뛰어난 문자의 발명이라든가 인쇄문화와 괄목할 만한 성장, 역사나 기록을 충실히 보존하려는 정신 등을 말한다. 반면 ‘신기’는 한국인들이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폭발적인 힘, 즉 엄청난 에너지를 말한다. 최교수는 이 두 원리가 새끼 꼬이듯 합쳐져 한국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촛불혁명은 그 두 기운이 합쳐져 이루어낸 역사적 사건이다. 부패정치에 대한 비폭력 저항으로 정권을 바꾼,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혁명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신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다분히 악의를 가지고 한 개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촛불을 파는 이들이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충분히 우려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인들을 괴롭혀 개혁의 주체를 주저앉히는 수법이다. 전에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그래서 그런 이들에 대한 방어 또한 만만치 않다.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참 공교롭게도 대부분 친일세력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 우리나라 곳곳 친일이 뿌리 내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제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분명 엄청난 저항을 겪을 것이다. 한 번은 실패했지만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는 필사의 정신만이 이번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조국 법무장관의 인사 하나가 몰고 온 엄청난 태풍이 더러운 쓰레기를 다 몰아내가기를 희망한다.

논어 ‘안연편’에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가 있다. ‘임금은 임금답게 나라를 편안히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올바른 정책을 내놓으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모범을 보이고, 아들은 아들로서 책임을 다한다면 나라가 어찌 안정되지 않겠는가’고 하셨다. 또 문신(文臣)이 돈을 탐하지 않고, 무신(武臣)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태평하다고 하였다. 이 어려운 난국을 풀어가는 해법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법무장관은 법무장관답게 검찰은 검찰답게, 언론은 언론답게 각자의 역할을 과도하지 않게 해나가면 된다.

그는 지명 받은 후 ‘서해맹산’ 이라는 말로 자신의 소명완수 의지를 피력하였다. 분명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신이 말해 온 것들을 실천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 ‘언행불일치’라는 조롱을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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