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고양포럼> 김원웅 광복회장 초청

[고양신문] 김원웅(75세) 광복회 회장이 9월 고양포럼 강사로 초대됐다. 16일 행복한미래교육포럼이 주관한 제81회 고양포럼은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김원웅 회장을 초청해 ‘일제침략과 항일운동 역사에 비춰본 오늘’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올해 6월 광복회장으로 취임한 김원웅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뿌리 깊은 친일잔재를 청산해야 나라가 바로 설수 있다”며 “친일찬양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제81회 고양포럼에 초청돼 강연을 펼친 김원웅 광복회장.

올해 광복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에 ‘친일찬양금지법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친일 후손들이 국립묘지에 안치되는 것도 철저히 막겠다고 약속했다. ‘친일청산’을 대놓고 논하는 것은 그동안 광복회 내에서도 금기시 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히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래서 더 큰 지지를 받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국회의원을 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300명의 국회의원들 중 친일파 후손들이 100명이 넘었다. 반대로 독립운동가 후손은 나와 이종찬씨 딱 2명이었다. 이유는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정치를, 공천을 받을 수 없었다. 반대로 친일 집안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했고 그 경제력을 밑거름 삼아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됐다. 친일 정치인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보수‧진보진영 모두에서 친일청산이 절실한 이유다.

미국에 대한 역사인식도 바로 서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전쟁을 상기하며 미국에 고개 숙여 감사부터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다. 나는 국회의원 시절 미국 외교당국자들을 만날 때마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설명해주곤 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미국이 원인제공자였다는 사실을 정작 미국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잘 모른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화 하는데 찬성했다. 미국은 그 이후에도 일관되게 일본의 조선 식민통치를 지지해왔다. 한국전쟁의 원인이 된 남북분단도 미국이 원했던 결과다. 독일처럼 전범국가인 일본이 분단되는 것이 맞지만, 이상하게도 피해국이었던 조선이 분단됐으며, 결과적으로 전쟁까지 치르게 됐다. 역사가 이런데도 미국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미국은 남한에서 민족주의자들이 집권하면 입맛대로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친일파를 통해 친미정권을 세우는 것이 그들에게 훨씬 좋은 전략이었다. 이런 내용은 맥아더 장군의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한국전쟁 이후 친일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빨갱이다. 제주4‧3, 여순항쟁에서도 빨갱이로 몰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해방 이후 남한에서 일어난 모든 항쟁(제주4‧3, 여순, 4‧19, 5‧18, 6월항쟁, 촛불혁명까지)을 살펴보면, 정치권이 아닌 민중들이 스스로 일어나 친일반민족세력과 맞서 싸운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해방 이후 항쟁들은 항일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1945년에 만들어진 체제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향후 10~20년이 우리나라의 100~200년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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