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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다시 본다<높빛시론> 정수남
  •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 승인 2019.09.25 12:18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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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것은 홍대 앞에서 북한 스타일의 술집을 준비하는 업체가 인공기와 김일성 주석 부자의 초상화를 전면에 걸어놓은 것을 바라보는 양분된 시각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아래에 붙인 ‘동무들의 소비를 대대적으로 늘리자’는 북한 어투의 문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였는데, 한쪽은 그냥 웃어넘겼지만, 다른 한쪽은 마치 큰일이나 난 것처럼 당장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것까지 적용 운운 하는 국가보안법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제정되었고, 또 그동안 어떻게 적용되어왔으며, 평화통일을 향해 나가는 작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존립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국가보안법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 초기인 1948년 12월 1일 여수순천사건을 계기로 제정, 공포되어 지금까지 70년 넘게 존립되어온 매우 구속력이 강한 법률이다. 물론 그동안 7차례에 걸쳐 개정이 되었으나 그 본질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으며, 그 효력 또한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1조 제1항에 명시된 것과 같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목적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위태롭게’ 한다는 ‘반국가 활동’이라는 그 법문이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데 있다. 처벌 규정이 있으면 그에 맞는 기준이나 잣대 또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마땅할 터인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전문이 4장 25조 부칙으로 되어 있는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집권세력들이 정권유지를 위해서 걸핏하면 보검처럼 휘둘러왔으며, 그로 인해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펼치고자 했던 우리의 많은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 학생들이 구금당하는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형장의 이슬로 스러져간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이는 또 앞으로도 자칫하면 칼자루를 쥘 자들이 주관적인 견해로 확대 해석하여 적용시킬 가능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그만큼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제7조의 제1항과 제5항은 국가보안법의 핵심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 오히려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보다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헌법에 명시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 행복추구권, 언론 출판의 자유, 학문 예술의 자유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 때문에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폐기를 권고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1997년 1월 16일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 국가보안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하면 정부의 고위 관료나 경제계 인사들, 스포츠 선수, 문화예술계 인사,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 물론 아직 이 법을 폐기해서는 아니 된다는 부류의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또 시기상조라는 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그들 역시 국가보안법이 제정 공포될 당시와 달리 지금은 온 국민이 70여 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모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안보를 담보로 아직까지 자유로운 논의와 대화조차 봉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수치일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걸림돌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양약이라고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국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로 따지거나 과거사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다룰 게 아니라 평화협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대적 사명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다.

통일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만큼 뼈를 깎는 준비 또한 필요하다. 그렇다면 낡은 목적을 가지고 제정되어 지금까지 우리를 무겁게 묶고 억눌렀던 국가보안법을 이제는 폐기 또는 개정할 수 있는 준비부터 우리 스스로 하여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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