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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사랑한 작가, 최인훈을 기리는 도서관 ‘첫걸음’최인훈 작가 문학정신 계승·발전을 위한 토론회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9.09.27 18:45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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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문화관광위·고양신문 주최
김병익·이권우 평론가 주제발표

[고양신문] 20여 년 고양의 이웃으로 살다 지난해 7월 타계한 한국문단의 거목 고 최인훈 작가를 기리는 공간을 고양에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24일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열렸다. 고양신문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김달수)가 함께 마련한 ‘故 최인훈 작가 문학정신 계승·발전을 위한 토론회’에는 이재준 고양시장, 김달수 위원장을 비롯해 정치권, 문화계,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8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발표자 대부분은 기념 공간의 형태가 ‘문학관’이 아닌 ‘도서관’이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주제발표를 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최인훈은 누구보다도 도서관을 사랑했던 작가”라며 “시민들이 찾아와 읽고, 토론하고,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기념도서관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경윤 인문학 작가, 박현주 사서, 그리고 토론문을 보내온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역시 기념도서관 건립의 필요성과 의의를 짚었다.

기념 공간 자리로는 신축 논의가 진행 중인 고양시청 신청사가 유력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이영아 대표는 “시청 신청사에 기념도서관을 만들면, 민주주의 광장이라는 연계성을 살려 고양시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공감을 얻었다.

이재준 시장은 “시대와 역사를 보존하고 문화적 자산을 창조하는 장소를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다”면서 적극적 관심과 의지를 표했다.
김달수 위원장은 “특정한 인물의 이름을 단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시민적 공감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면서 “최인훈의 문학과 사유를 일상 속에서 살려내는 활동들이 활발히 병행돼야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준 고양시장과 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최인훈 기념도서관 고양에 만들자

위대한 작가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기림의 공간,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민주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소통의 광장, 작가와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잉태하는 창작의 산실… 24일 열린 토론회에서 표출된 바람들이다.

고양에 최인훈 기념도서관을 만들자는 논의는 일찍부터 시작됐다. 최인훈 작가 타계 후 이권우 평론가가 ‘최인훈 전작읽기’라는 강좌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작가, 교사, 문화·청년활동가, 지역서점, 언론 등 고양의 다양한 문화생태계 구성원들이 모여 지난해 12월 ‘고양 최인훈 기념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건립추진위)’를 결성했다. 그리고 올해 한양문고, 대화고, 인문학모임 귀가쫑긋, 호수공원작은도서관 등에서 최인훈의 삶과 문학을 되새기는 프로그램을 연이어 진행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신문이 토론회를 기획·제안했고,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기념도서관 건립을 공론화하는 첫 걸음이 비로소 시작됐다.
최인훈을 기리는 고양시민의 마음은 뜨거웠다. 김덕심·김해련 시의원이 토론 내용을 경청했고, 다수의 도서관센터 사서들도 아람누리도서관을 찾았다. 또한 최준수 고양평화누리 사무총장, 유재덕 고양종교인평화회의 의장, 백창환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장, 권용찬 고양문화재단 이사 등 지역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가장 반가운 얼굴로 행사장을 찾은 이들은 책과 최인훈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이었다. 허형만 시인은 시를 공부하는 문우들과 함께 참석했고, 호수공원작은도서관 최인훈 읽기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또한 오랫동안 고양작가회의를 이끌었던 정수남 소설가를 비롯해 고양에 거주하는 여러 명의 작가와 문인, 문화 활동가들도 토론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발표시간에는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역임한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깊은 그리움을 담아 최인훈의 문학세계를 추모했고, 이권우 도서평론가와 인천 공공도서관연구회 박현주 사서는 도서관 건립과 관련한 전문가적 견해를 보탰다. 인문학모임 귀가쫑긋 회장이기도 한 김경윤 작가와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는 지역과 밀착된 시선으로 현안을 짚었다. 또한 최인훈 작가의 유족인 최윤구 음악평론가(아들)와 하윤나 다큐멘터리작가(며느리)도 공을 들여 준비한 영상과 PPT를 선보이며 토론회에 동참했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기념도서관 추진사업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건립추진위 좌장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토론회에서 도출된 다양한 의견들을 토대로 확대된 시민추진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자와 토론자의 주요 발표내용을 정리한다.
 

김병익 문학평론가와 이권우 도서평론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정신사적 전범 기리는 반가운 공간
- 김병익 문학평론가


최인훈 작가의 문학적 성과는 크고 깊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소설가적 상상력을 보여줬다. 서정성, 광적인 환상, 지식인의 사유, 사랑의 윤회, 침묵의 한과 같이, 한 작가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역동적인 정서와 풍성한 문학적 주제들을 다뤘다. 그가 보여준 실험적 창작정신은 시대와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전해준다. 또한 대표작 『광장』을 거듭 다시 쓴 것에서 보듯, 그의 삶은 현대사의 끊임없는 고민과 사유를 스스로 감당한 한 생애의 집념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치열한 자의식으로 모국어에 매달렸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사유벽으로 오로지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며 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사회적 행동을 사양함으로써 오히려 한국 사회에 대한 투철한 관찰과 재현을 이뤘고, 행동적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거대한 인식적 참여를 수행했다. 지금 우리는 ‘사유의 자유로움, 상상력의 풍요로움’이라는 이름의 명패로 최인훈 작가를 우리의 정신사적 전범으로 추념하고 있다. 고양시에 최인훈 기념도서관을 건립하자는 활동이 펼쳐진다는 사실이 참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문학관 아닌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 이권우 도서평론가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문학관 다수는 작가의 업적에 대한 전시와 기념에만 치우쳐 찾는 이가 많지 않다. 이용률이 낮고 미숙하게 관리되다 보니 낙후되고 방치되는 곳도 많다. 반면 바람직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다. 화성시에 자리한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중 내내 진행하며, 대규모 주거단지와 유흥가 사이에서 문화적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도심형 문학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인훈 작가는 누구보다도 도서관을 사랑했고, 자신의 작품 속에 도서관을 가장 많이 등장시킨 작가다. 그의 문학적 성과를 조명하고, 시민과 함께 창조적으로 향유하는 공간은 문학관이 아닌, 기념도서관이 돼야 한다. 20여 년을 고양에 살았던 최인훈 작가는 금정굴 문제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평화·미래라는 고양시의 지향점을 가장 잘 상징하는 작가가 바로 최인훈이다. 유가족들도 고양에 최인훈 기념도서관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에 기대와 동의를 표한 바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작가를 기념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고양 최인훈 기념도서관’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작가의 문학적 매력 온전히 전해지길
-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한국 소설사에 우뚝한 업적을 남긴 소설가 최인훈에 대한 세상의 기억과 관심이 기대보다는 다소 쓸쓸하게 느껴지는 요즈음, 다행히 최인훈 기념도서관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커다란 위안을 얻는다.

최인훈은 누구보다도 책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책읽기, 책의 본질, 책의 운명, 도서관과 서점의 양상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사유했던 작가였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학관보다는 도서관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앞으로 건립될 최인훈 기념도서관을 통해 최인훈 작가가 개척한 깊은 지성과 문학적 매력이 시민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기를 마음 깊이 염원한다.
 

박현주 사서와 김경윤 인문학 작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공공성과 전문성 함께 아우르자
- 박현주 사서


고양시에는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는 많은 지식인, 작가, 지역언론, 그리고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최인훈 기념도서관 건립을 위해 자발적 활동을 보며 부러운 생각이 든다.
기념도서관을 만들려면 공공성과 전문성, 두 가지 성격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시민과 소통하는 개방적 공공도서관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최인훈 문학을 기리고 연구·출판하는 전문도서관의 성격을 키울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방향에 따라 운영과 인력 구조,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공공도서관 기능을 하는 동시에, 최인훈 작가의 장서를 중심으로 작가를 연구하고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여는 전문도서관의 역할을 함께 아울렀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이 최인훈 작가에게 도서관을 헌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인훈 작가가 고양시민에게 소중한 공공도서관을 선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이 척박해지는 시대에 최인훈의 문학을 통해 혜안을 얻을 수 있는 도서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기념과 창작, 소통 함께 하는 도서관
- 김경윤 인문학 작가


최인훈 도서관은 아이들과 부모들, 청소년과 어르신들이 함께 찾는 공간이다. 도서관에서 운행하는 최인훈 문학버스는 임진각 평화의 광장으로 평화기행을 떠난다. 도서관에서 마련한 창작 공간에는 상주작가가 머물며 작품도 집필하고, 문학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공유공간도 마련돼 있다.
3층으로 지어진 도서관 1층은 작가의 기념관으로 창작물과 유품, 문인들의 기증품이 전시돼 있다. 2층은 토론·강연장, 공방 등 주민을 위한 활동공간이고, 3층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과 세미나실이 있다. 최인훈 기념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평화와 통일의 바람을 품는다…. 이상은 작가적 상상력으로 꿈꿔 본 최인훈 기념도서관의 미래상이다.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와 김봉균 경기도의원.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문학진흥 지원 조례 적극 활용하자
- 김봉균 경기도의회 의원


최인훈이라는 위대한 이웃을 둔 고양시민에게 부러움의 인사를 전한다. 도서관을 짓는 것과 문학관을 짓는 것은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도서관은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지속적인 예산이 들어가 최인훈 작가의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는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 반면 문학관은 좀 더 집중적인 사업을 펼치기에 적합하다.
경기도의 공식 문학관은 현재 박두진 문학관과 기형도 문학관 두 곳 뿐이다. 경기도의회는 최근 ‘경기도 문학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새로 만들었다. 이에 근거해 새로운 문학관을 만들고자 하는 주체에게 설립비용과 창작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보길 권한다.
문화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최인훈 작가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도서관이라는 그릇에 담을지, 문학관이라는 그릇에 담을지는 고양시민의 선택이다. 어디에 담든 고양시 곳곳에 문학의 향기가 넘쳐나기를 바란다.

고양시청 신청사의 문화적 상징으로
-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최인훈 작가는 문화 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의 문화적 상징으로 세워져야 하고, 그 상징이 시민의 삶과 맞닥뜨리는 공간은 도서관이 적합하다. 가치가 바로 도서관의 가치다. 최인훈 기념도서관은 작가가 꿈꿨던 민주주의 광장으로서의 콘텐츠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이상적인 인간의 삶과 지향을 질문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고, 시민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열린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가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을 계속 살려냈듯, 기념도서관을 통해 작가 최인훈의 가치가 시민들 속에서 계속 살아나야 할 것이다.  
구체적 공간을 제안하자면, 새로 건립될 고양시청 신청사에 도서관을 만들면 어떨까. 그밖에도 호수공원 꽃전시관, 고양어울림누리 공간 리뉴얼, 창릉신도시 내 도시기반시설 등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또한 소수의 건립추진위를 확대해 100명 이상의 시민추진단을 구성하고, 고양의 작가와 문인, 독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이 상상하는 도서관의 모습을 수렴하고, 대중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했으면 한다. 세상의 어떤 사업도 마을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에서 꽃 피는 최인훈 정신이 가장 크고 높은 세계적 이상과 맞닿을 수 있다고 본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하윤나 다큐멘터리작가가 발표한 영상 속에 최인훈 작가의 생전 모습이 등장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최인훈 작가의 유족인 하윤나 다큐멘터리작가와 최윤구 음악평론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경종 고양신문기자와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의 사례를 들려준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최인훈 읽기' 대화고 사례를 들려주는 송원석 대화고 교사.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토론 내용을 경청하는 이재준 고양시장과 문명순 더불어민주당 고양갑 지역위원장.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발표와 토론에 이어 청중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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