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일산신도시 개발 반대 투쟁위원회 이영문


정부의 농정 포기 정책이 주민들을 싸우게 했다.
노태우 정부시절 주택 200만호 공급이 국민들에게 약속됐고 일산은 그 사업의 일환으로 신도시 개발 계획 속에 들어갔다. 얼떨결에 삶의 터전과 농경지를 빼앗기게 된 백석, 마두, 대화 등 일산지역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의 일산신도시개발계획 발표 직후 주민들은 ‘일산신도시 개발 반대 투쟁위원회’를 조직했고, 89년부터 92년까지 지난한 싸움을 해온 그 한가운데 이영문(전 고양시민회 회장)씨가 있었다.

-당시 상황을 개괄적으로 설명한다면.
▲처음에는 모든 주민들이 신도시 개발을 반대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고 삶의 터전인데 누가 떠나고 싶었겠는가. 모두들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탈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목이 좋은 곳에 상가를 분양해 주겠다. 아파트 선택도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회유가 있었고 지친 주민들은 하나둘씩 싸움의 자리를 떴다.

-신도시 개발 반대의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나.
▲정부의 농정 포기정책 때문이다. 실제로 일산지역은 2/3 이상이 절대농지였으며 평야지대로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었다. 평야를 매립하고 그곳에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신도시 개발로 피해보는 것은 결국 원주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지역 공동체가 무너졌고 가족공동체가 해체됐지 않은가. 원주민들의 현재 삶을 보면 확연해진다. 80%이상이 환경미화원, 경비, 파출부 생활을 하고 있다. 땅에 대한 보상금이 이후 삶을 보장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역의 문화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공동체 붕괴 이후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생활사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밤가시 마을에서 18대째 자리를 지키고 살아왔지만 나에게서도 10여 년 전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다.

-결국 신도시는 들어섰다. 필요한 일은.
▲사진이나 비디오로 담았던 개발 이전의 모습을 모아 전시하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또 개발전과 개발후의 과정을 정리해서 자료로 남겨야 한다. 또 원주민들의 현재 삶의 모습이 어떠한지 통계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자료들이 앞으로의 개발에 참고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필요한 것 아닌가. 박물관 건립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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