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서대문 형무소』(19세기발전소 刊)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관련 신문기사
현대 독자들 눈높이 맞춰 정리·번역
기사 600건, 독립운동가 1100여 명 등장

 

19세기발전소가 펴낸 신간 『서대문 형무소』. 일제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와 관련한 신문기사 600여 건을 담았다.

[고양신문] 엄혹했던 일제의 폭력성이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됐던 공간 서대문 형무소. 1920년에서 1940년까지 신문지면에 실린 서대문형무소에 대한 기사들을 꼼꼼하게 정리한 책 『서대문 형무소』(송종훈 엮음, 19세기발전소 刊)가 출간됐다.

640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의 책속에는 일제강점기 신문기사(주로 동아·조선일보)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각 페이지마다 빼곡하다. 기사 숫자로는 600꼭지, 등장하는 이름은 1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담고 있는 내용이 풍부하다. 또한 서대문 형무소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사진자료를 책 중간 중간에 삽입해 짜임새를 높였다.

책을 펴낸 ‘19세기발전소’는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후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한국전쟁과 산업화시대를 아우르는 근현대 자료와 문헌들을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번역·정리해 출판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사설 연구단체다.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자료 번역을 담당하는 송종훈 대표와 편집·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영수 이사, 그리고 최규철 사진작가가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종훈 대표는 “당시의 신문기사는 한자 표기가 많고, 요즘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어투가 많이 사용됐다”면서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고, 단어의 뜻을 일일이 설명해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선조들의 이름을 한명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6개월 동안 강도 높게 자료정리 작업에 매달렸다”고 덧붙였다.

편집작업을 하며 가장 많이 자료를 반복해서 들여다봤다는 김영수 이사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몇몇 독립지사들의 곁에는 함께 독립운동을 하며 고통을 나눈 수많은 동지와 지인, 가족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남한에서는 제대로 된 조명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과 당시의 사회적 영향력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이사는 “맞아죽고, 굶어죽는 비참한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막연히 알고 있던 독립운동의 현장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책을 소개했다.

최규철 사진작가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책속에 담았다. 최 작가는 “책속에 담긴 내용을 마음에 새기며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니,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아픈 풍경으로 다가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만난 19세기발전소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편집담당 김영수 이사, 번역담당 송종훈 대표, 최규철 사진작가.

19세기발전소는 그동안 1920년대 신문기사 속 고양의 이야기를 모은 『고양 1920'』,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던 김원봉을 다룬 『잊혀진 전설, 의열단과 김원봉』, 우리나라 최초 민족사학 양정고등학교의 일제강점기 기록을 모은 『양정은 양정이다』 등을 연이어 펴낸 바 있다. ‘사평총서’ 시리즈로 명명된 이 책들은 모두 1900년대 초반 신문을 원재료 삼아 특정 주제의 기사들을 꼼꼼하게 발췌해 번역·정리한 자료들이다.

송 대표는 “새로운 글을 창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쓰여진 자료들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내는 작업도 꼭 필요하다는 소명감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평총서 발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에 정리된 내용을 소재 삼아 다른 작가들이 소설이나 웹툰, 애니메이션, 학습만화 등 2차, 3차 창작물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9세기발전소의 당면 과제는 펴낸 책들이 독자들과 폭넓게 만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송 대표는 “아쉽게도 연구소의 규모가 작아 일반서점 유통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나름의 판매전략으로 ‘2권 구매, 1권 기증하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조금씩 참여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규철 사진작가는 “학교, 또는 공공기관에서 책을 한 권씩 비치해 많은 이들이 함께 펼쳐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세기발전소의 다음 작업은 뭘까. 발전소의 생산계획 속에는 이미 여러 권의 신간 목록이 대기하고 있었다.
“1930년대 고양군 관련 기사, 그리고 전국 곳곳에 출몰했던 호랑이 관련 기사들은 이미 자료정리를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최소한의 출판비만 마련되면 언제든 책을 낼 계획입니다. 또한 서대문형무소 외에 전국 곳곳의 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의 기사도 전부 모아볼 생각입니다. 그밖에도 발굴해보고 싶은 주제들이 무궁무진합니다. ‘발전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야지요.”

(▲ 『서대문 형무소』 구매 문의 : 010-8750-1412)

책은 신문기사 원본과 번역문을 나란히 게재해 자료로서의 생동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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